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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눈물의 역사’ 공연위해 한국 온 얀 파브르

등록 2006-02-06 20:26수정 2006-02-06 20:30

“오줌 싸는 게 나쁜 일인가”
“나는 여전히 ‘전위’이고, 이 시대 최후의 ‘전위’가 될 겁니다.”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벨기에의 전방위 예술가 얀 파브르(48)가 서울에 왔다.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옅은 카키색 스웨터를 입었다 벗었다 하며, 철학적이고 학구적인 회견을 이어갔다.

오는 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얀 파브르의 <눈물의 역사>는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아비뇽페스티벌 ‘영예의 전당’ 무대에 3번이나 초청될 정도로 당신은 이미 주류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겉으로 보면 쉬워보이지만 나는 여전히 가시밭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벌거벗은 무용수는
몸의 나약함 보이려는 것
‘물‘ 로 인간의 몸을 탐구
난 이시대 최후의 전위 될것”

“(내가 예술행위를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지난해 공연(아비뇽페스티벌) 때도 관객들 반응은 비슷했어요. 중간에 나가버리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주최 쪽도 나를 초청할 때 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나를 초청하는 이유는 제 공연에 뭔가 새로운 것이 있고, 논란이 생기기 때문이지, 내가 주류이기 때문은 아니에요.”

얀 파브르의 주된 관심은 ‘인간의 몸’이다. 춤은 몸을 연구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에 불과하다. 해부학과 생물학, 생리학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몸’을 탐구하고 있다. <파브르 곤충기>로 유명한 얀 앙리 파브르의 증손자인 그가 곤충과 동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기존 안무가들과는 다른 새로운 몸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연극과 무용, 문학과 미술, 철학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비주얼 시어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출했다. 늘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데, <눈물의…> 역시 20명의 무용수들이 완전히 발가벗은 채 뛰어다니고, 무대 위에서 오줌을 싸는 등 ‘해괴한’ 일들을 벌인다. 물, 특히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액체가 이번 작품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가 노출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의상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옷을 입으면 ‘땀’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옷을 입지 않은 몸이 인간 신체의 취약함을 드러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부러 도발을 꾸미지는 않지만, 피하지도 않는다. “오줌을 싸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죠. 우리가 날마다 하는 일이고, 렘브란트의 작품 중에는 여성이 오줌을 누는 장면도 있어요. 저는 그런 것들을 재구성해 작품으로 만드는 거구요.” 작품 자체가 아니라 옷을 벗느냐 여부가 세간의 관심이 되는 것은 공연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그만큼 뒤처졌음을 말해준다. 이 작품을 공동제작한 예술의전당은 그런 사회 통념에 도전이라도 하듯, 관람 연령을 8살로 대폭 낮췄다.


“예술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다양할수록 더 많은 것을 이 세상에 줄 수 있죠. 그래서 기존과 전혀 다른, 좀 별난 작품을 택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최준호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예술의 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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