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섬나그네인 강제윤 섬연구소장이 14~18일 서울 인사동 도화아트갤러리에서 사진전 <섬의 무늬>를 연다.
어느새 다섯번째 사진전을 여는 강 소장은 12일 전화 인터뷰에서 사진에 관심을 둔 계기를 묻자 “사진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사진을 배운 적은 없고 그저 늘 섬을 걸어다니면서 계속 찍었고, 1년에 절반 정도는 섬에 머물고 있으니 섬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계절과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섬의 풍광은 좋은 장비나 특별한 촬영술보다는 순간 포착이 중요해요. 발품을 많이 팔아 얻은 사진들이니 찍었다기보다는 주웠다고 하는 것이 옳겠죠. ㅎㅎ”
전남 완도의 보길도에서 태어
나 초등학교 때 육지로 나와 자란 그는 출가와 민주화운동과 투옥 등으로 치열한 청년기를 보낸 뒤 1998년 무렵 “다 내려놓고 살려고” 귀향했다. ‘동천다려’라는 찻집을 열고 ‘보길도 편지’를 띄우며 시인의 이름으로 정착했던 그는 2000년 초 무렵 인근 노화도의 관광개발을 위한 상수원용으로 보길도의 자연하천을 막아 댐을 만들려하자 ‘조용한 삶’을 거두고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2003년 단식 투쟁 끝에 댐 건설을 막아낸 그는 진도의 관매도,
옹진의 백령도 등 전국 방방곡곡의 섬들이 비슷한 자연파괴와 문화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실상을 깨닫고 ‘지킴이’를 자원하고 나섰다. 10년간 전국의 모든 유인도를 발로 답사해 기록하겠다는 목포를 세우고 길을 나선 그는 2012년부터 섬학교를 열어 수만명의 발길을 섬으로 이끄는 한편 2015년엔 섬연구소를 세워 정책 제안 등 체계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특히 2018년 그가 섬연구소를 통해 가장 먼저 제안했던 한국섬진흥원은 새달 전남 목포 삼학도에서 개원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섬진흥원 출범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한 그는 섬을 찍어 기록하고 전시를 열어 알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섬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을 깨고 싶어요. 그래서 2015년의 <섬나라 한국>부터 2019년의 <당신에게 섬>까지 사진들을 통해 섬의 풍광이나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내 부모형제가 사는 곳이다, 육지와 다를 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강 소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의 내용을 많이 바꿨다고 소개했다. “5~6년 전부터 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일어났고 다리도 많이 생겨 가기도 쉬워진 편이죠. 그래서 섬의 더 깊은 속살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다가가려고 애썼어요.”
그의 말대로, 이번 전시작들은 유난히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거제도 앞바다의 빛, 달리도의 양식장, 생일도의 하늘과 구름, 관매도의 유채꽃, 가파도, 거제도, 대모도, 조도…, 섬이 아니면 볼 수 없고, 깊숙이 들여다 봐야만 포착해 낼 수 있는 모습들은 역설적으로 ‘추상화’를 연상시킨다.
강 소장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섬과 시와 사진의 관계’를 물어봤다. “섬이 시다. 섬이 곧 사진이다. 사진 매체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게 되었다. 글로 쓴 책 한권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말을 한다. 사진은 기록이다. 이번 전시에 걸리는 여수 추도의 할머니와 강아지는 이제 그곳을 가더라도 찾을 수 없는 그 때만의 기록이다. 섬을 지키려고 기록한다.” (02)730-5555.
곽윤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