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공예전’에 선보일 김시영 작가의 검은빛 달항아리 작품들. 1300~1350도 고열로 환원소성해 완성한 독특한 빛깔과 모양새의 현대 달항아리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주얼리? 명품 도자기? 패스트패션?
다음달 5~10일 패션과 디자인의 메카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디자인위크 행사의 하나로 열리는 ‘2021 한국공예전’ 출품작 목록에 빤한 것들은 없었다. 팬데믹 시대에 위안과 성찰을 주는 공예를 표방한 작가 21명이 기존 공예 장르의 틀을 깨는 신작들을 들고 간다.
17세기 귀족의 바로크 저택이었던 팔라초 리타 전시장에 영화 <기생충>의 ‘박 사장 집’ 거실 소품으로 눈에 익은 가구가 출현한다. 박종선 작가의 사방탁자형 테이블이다. 정호연 작가는 비싼 보석 대신 붓 터치 무늬가 물결처럼 번지며 나풀거리는 모시·폴리에스테르 장신구를 만들었다. 오세린 작가는 버려진 싸구려 패션 액세서리 조각들을 탑처럼 쌓아 우리 일상을 상징하는 패션 트로피를 세운다. 김시영 작가는 가마의 고열에 몸체가 뒤틀리고 형상이 일그러진 조각 같은 조형물과 수평·수직 방향으로 각각 동체를 맞붙여 만든 거무튀튀한 달항아리들을 선보인다.
공예 기획자 강재영씨가 예술감독을 맡아 ‘사물을 대하는 태도’란 주제 아래 금속, 도자, 섬유, 유리, 목, 옻칠 등 세부 분야 작품 126점을 꾸렸다. 전시장은 세 공간으로 나뉜다. 하늘·땅·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회화적 작품들을 보여주는 ‘대지의 사물들’, 반려동물처럼 인간 몸에 붙어 사물·자연의 어울림을 드러낸 장신구 영역 ‘반려기물들’, 한국 특유의 좌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생활의 자세들’이다.
강 기획자는 “오늘날 디자인 작품들을 너무 쉽게 사고 버리곤 하는데, 팬데믹 시대에 오래 쓰고 간직하고 사람과 사물·자연의 관계망을 다시 보게 하는 작품들을 골랐다”고 했다. 전시 공간과 작품은 다음달 4일부터 누리집(
moscapartners.it/en)에서 볼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