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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쇠붙이 모으기 운동’으로 발견된 중국 고대 청동기들

등록 2021-11-09 18:38수정 2021-11-10 02:30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
서주 시대 전기(기원전 11세기~기원전 10세기 말)의 고기 삶는 세발솥. 하나라 시대 처음 제례에 등장한 이래 후대까지 계속 쓰였던 가장 중요한 청동 제기 중 하나다. 몸통은 기괴한 괴수 모양의 동물인 도철의 얼굴들로 채워져 있다. 도철 무늬를 새긴 청동기는 악귀를 쫓는 힘과 권위가 있다고 여겼기에 왕의 제기로 쓰였다고 한다.
서주 시대 전기(기원전 11세기~기원전 10세기 말)의 고기 삶는 세발솥. 하나라 시대 처음 제례에 등장한 이래 후대까지 계속 쓰였던 가장 중요한 청동 제기 중 하나다. 몸통은 기괴한 괴수 모양의 동물인 도철의 얼굴들로 채워져 있다. 도철 무늬를 새긴 청동기는 악귀를 쫓는 힘과 권위가 있다고 여겼기에 왕의 제기로 쓰였다고 한다.

1958년, 공산당 정권 성립 9년째를 맞은 중국 지배자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을 선언하면서 인민들에게 쇠붙이들을 긁어모아 철강을 생산하라고 명령했다. 자력갱생으로 철강 생산량을 늘려 영국은 물론 미국까지 20년 안에 추월한다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운동의 요체는 ‘토법고로’란 이름의 토종 용광로를 세워 철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농번기 경작에 힘써야 할 농민들은 제련공이 됐다. 고철은 물론 밥 지어 먹을 때 필요한 조리기, 식기, 농기계까지 끌어모아 넣었지만, 미숙련 농민들이 만든 철은 쓸모가 없었다. 작물 생산량은 급감해 3천만명 이상 굶어 죽는 역사상 최악의 참극이 2년여간 벌어졌다.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 당시 농촌 마을마다 한두개씩 지었다는 소형 용광로 ‘토법고로’의 모습.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 당시 농촌 마을마다 한두개씩 지었다는 소형 용광로 ‘토법고로’의 모습.

비극을 낳은 쇠붙이 모으기와 용광로 제강 운동은 문화유산 측면에서 뜻밖의 수확을 가져왔다. 철강생산 대국이란 목표는 실패했지만, 전래되거나 땅에서 발견된 고대 하상주 시대의 오래된 청동 유물까지 샅샅이 수거하면서 관련 연구조사가 펼쳐지게 됐다. 청동 제기가 갑골문과 더불어 중국의 고대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또 다른 얼굴로 등장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특별전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는 중국 현대사의 곡절 덕분에 중국 최고의 고대 청동기 컬렉션이 된 상하이박물관의 소장품들을 국내 처음 들여온 전시회다. 상하이는 바로 대약진 기간 중 쇠붙이 모으기 운동의 핵심 거점이었다. 나라 안에서 대형 제련소가 가장 많은 도시였기에 전국 각지의 쇠붙이들이 다 쏟아져 들어왔는데, 그 쇠붙이들 속에 수많은 고대 중국의 청동제기들이 포함되면서 항구도시가 중원의 주요 청동기들의 보고가 된 것이다.

형태와 무늬는 같고 크기는 다른 다섯점의 세발솥. ‘열정’(列鼎)이라고 불렀던 제례용 그릇 갖춤인데,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7세기까지 춘추시대 전반기에 쓰였던 것이다. 천자와 제후, 경대부, 일반 선비 등에 따라 솥의 숫자와 담는 음식에 차등을 두었다고 한다. 고대 중국 청동기 중에는 이렇게 용기의 숫자와 종류, 음식 등을 신분계급에 따라 구별한 유물들이 종종 나타난다.
형태와 무늬는 같고 크기는 다른 다섯점의 세발솥. ‘열정’(列鼎)이라고 불렀던 제례용 그릇 갖춤인데,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7세기까지 춘추시대 전반기에 쓰였던 것이다. 천자와 제후, 경대부, 일반 선비 등에 따라 솥의 숫자와 담는 음식에 차등을 두었다고 한다. 고대 중국 청동기 중에는 이렇게 용기의 숫자와 종류, 음식 등을 신분계급에 따라 구별한 유물들이 종종 나타난다.

중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발견된 청동기들은 역설적으로 기괴한 위엄을 내뿜는 동물과 괴수, 기하학적 문양으로 가득하다. 홍수와 지진 등 자연재해를 안기면서도 대지를 풍요롭게 하고 농경을 가능케 하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이 천지신을 형상화하려는 절박한 조형적 의지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1~4부로 나뉜 전시는 대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중개하는 권력과 제기의 의미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인들의 의식을 전제로 삼고 변화무쌍한 청동제 제기, 일상용품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봉문희굉’이라고 불리는 고대 상나라 말기(기원전 13세기~기원전 11세기)의 동물 모양 술통. 장강 유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봉황무늬로 수놓아진 물소의 몸통 형상이다. 등 위에 작은 호랑이가 올라탄 것이 이채롭다.
‘봉문희굉’이라고 불리는 고대 상나라 말기(기원전 13세기~기원전 11세기)의 동물 모양 술통. 장강 유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봉황무늬로 수놓아진 물소의 몸통 형상이다. 등 위에 작은 호랑이가 올라탄 것이 이채롭다.

기원전 11~10세기 말 서주 시대의, 몸통을 기괴한 괴수 모양의 동물인 도철의 얼굴들로 채운 고기 삶는 세발솥이 주목된다. 하나라 시대 처음 제례에 등장한 이래 후대까지 계속 쓰였던 가장 중요한 청동 제기 중 하나로 전시의 얼굴에 해당한다. 기원전 8~7세기 춘추시대에 신분, 계급 등에 따라 솥의 숫자와 담는 음식에 차등을 두었던 제례용 그릇갖춤 ‘열정’(列鼎), 작은 호랑이가 올라탄 상나라 말기의 물소 모양 술통인 ‘봉문희굉’ 등 주요 명품들을 보면서 신의 제기에서 인간 용품으로 점차 바뀌어가는 청동기의 변천사를 깨닫게 된다. 14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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