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의 꿈’ 조각상 개인전을 열고 있는 강승주 작가. 금보성아트센터 제공
도자기 재료를 빚어 구워내며 조각상을 빚어온 중견 작가 강승주(59)씨가 신작 마당을 차렸다. 지난 2일부터 서울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시작한 ‘레지나의 꿈’(Dreams of Regina)이란 제목의 개인전이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20여점 출품작들은 구도가 독특하다. 안쪽엔 고대 유적의 현장 속에 널브러진 폐허 기둥 같은 조형물을 배경으로 인체 조각 덩이를 그린 듯한 그림이 흩어졌고, 벽쪽엔 초현실적인 치장을 하거나 문양이 녹아든 인간의 몸과 두상 등이 내걸린 광경이 펼쳐졌다. 비장하거나 음울한 표정을 지은 남녀 인물 군상의 어깨와 가슴 등에는 용과 연꽃, 도깨비 등 충남 부여 외리 유적에서 나온 백제 명품 벽돌전의 문양들이 몸의 일부분처럼 녹아들었다.
인물상의 상반신을 세운 받침대 밑바닥엔 고대 신전 기둥의 끊어진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 등이 모래 위에 흩어져 낯선 신화의 땅을 찾은 듯한 감흥을 안겨준다. 최근 작가의 눈과 마음을 매혹시킨 부여·백제 문화유산의 이미지들과 무의식 심연에서 물결쳐온 신화적 세계에 대한 회귀의 정서가 반영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꽃과 나무 등과 같은 자연의 이미지와 고대 백제 장인이 구상했던 신비로운 옛 형상의 세계 속으로 전화해가는 ‘메타모르포제’(변신)의 미학이 기묘하면서도 우아한 조형적 양상으로 갈래지어 나타난다.
도자기를 굽는 기법으로 백제 문양이 들어간 인체 조각상을 빚어낸 강승주 작가의 근작. 노형석 기자
전시 제목 중 일부인 라틴어 ‘레지나’가 여왕을 뜻하는 데서도 짐작되듯 신작들은 주체적인 삶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감각을 대상 속에 몰입시키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낸다. 이런 작업적 욕구를 풀어내기 위해 이 땅의 고대 예술사에서 조형적 영감을 얻어 초현실적 분위기로 표현하는 개성적 작업 스타일이 나타난 것이 색다르다. 살면서 형성된 생각과 감각들이 자신의 조각과 한 몸이 되기를 갈망하며 도예와 조각을 접합시켜온 작가는 말한다. “나의 생애는 내가 행한 것, 내 정신의 작업이다. 이것들은 하나하나 떼어놓을 수가 없다.” 11일까지.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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