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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추억의 음악다방’ 낭만을 들려주고 싶어요”

등록 2006-02-14 18:26

마포FM 라디오 ‘기분좋은 6시’ 자원봉사 디제이 황재성씨
월·화·수요일 저녁, 서울 마포 인근에서 FM라디오 100.7에 주파수를 맞추는 사람들은 ‘추억의 음악다방’을 만날 수 있다. 1970년대 빌리 조엘의 팝송 ‘더 스트레인저’ 같은 음악들을 소개하며 낭만에 젖는 디제이(디스크 조키)의 목소리는 바로 그 시절 그대로다.

서울의 소출력 지역 라디오방송인 ‘마포FM 기분좋은 6시’를 진행하는 디제이는 황재성(43)씨. 디제이를 하기엔 다소(!) 늦은 나이지만, 노랗게 염색한 긴 머리가 그의 문화적 나이를 보여준다. 황씨 본업은 텔레마케터지만, 디제이도 이에 못지 않은 주업이다.

황씨는 무보수로 디제이 일을 하고 있다. 무척이나 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고등학교 시절 이런저런 고민 끝에 자살을 결심하고 수면제를 입에 털어넣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나를 병원으로 옮겨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 근처 음악다방에서 디제이를 하던 이최우씨란 분이었죠. 그분을 통해 자연스레 음악과 디제이의 세계를 접하게 됐어요.”

황씨는 82년 부산 서면의 한 다방에서보조 디제이로 일하며 그도 모르게 반항심이 생기고 불만스러워지면 김민기 노래 등 금지곡을 틀며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3년을 넘기지 못했다. “80년대 중반부터 디스코텍이 들어서면서 음악다방이 변두리로 밀려나기 시작했어요. 섬유공장이나 콘크리트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디제이 일을 같이 했지만 결국 그만둬야 했어요.”

92년 음악다방 디제이를 완전히 그만 둔 황씨는 설렁탕집, 옷가게 등을 전전했다. 이후 평범한 생활인으로 정착해 생계를 꾸려나가던 그에게 디제이로 일할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서울 홍대입구 지하철역을 지나다 마포FM에서 방송진행자를 모집한다는 전단지를 본 것이다. ‘이거다 싶어 냉큼 전단지를 쥐어들고 찾아간’ 마포FM에서 4주간의 교육을 받은 뒤 황씨는 10여년 만에 다시 어엿한 디제이석에 앉게 된 것이다.

“매일 8시간씩 전화기를 붙잡고 일하고 주말에는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하지만, 디제이는 제 삶의 활력소입니다. 4050 세대에게 옛 음악 틀어줄 수 있는 이 자리에만 앉으면 힘이 나요. 이젠 욕심도 생겼어요. 엠피3 말고, 엘피판을 틀어주는 진짜 라디오방송을 해보는 꿈을 이뤄보고 싶습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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