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산울림’의 둘째 김창훈, 시를 노래하다

등록 2022-02-07 04:59수정 2022-02-07 11:07

김완선의 ‘오늘밤’ 등 작사·작곡한
삼형제 그룹 ‘산울림’의 베이시스트
유튜브 ‘산울림티브이’ 운영하며
시에 음 붙여 시노래 170여개 불러
친일파·군사정권 부역 시인 제외
산울림 출신 가수 김창훈이 지난 1월2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산울림 출신 가수 김창훈이 지난 1월2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패션 디자이너는 옷감이 있어야 좋은 옷을 만들 수 있죠. 가수에게 옷감은 가사를 쓰기 위한 글감입니다. 작곡하려는 열망은 강한데 이런 열망을 담을 좋은 글감이 필요했어요. 그러다 시집을 보게 된 거죠. 저에겐 보물섬 같았죠.”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김창훈은 시를 노래로 만든 시노래를 유튜브에 올리는 이유를 이렇게 얘기했다. 김창훈은 형 김창완, 2008년 세상을 떠난 동생 김창익과 함께 삼형제 록밴드 산울림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작사·작곡가로도 유명하다. 1977년 1회 ‘엠비시(MBC)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인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비롯해 산울림의 ‘회상’, 동요 ‘산할아버지’, 김완선의 ‘오늘 밤’과 ‘나홀로 뜰 앞에서’ 등을 작사·작곡했다.

김창훈은 지난해 5월부터 유튜브 채널 ‘산울림티브이(TV)’에 시노래를 올리고 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처음 시노래로 만들어 올렸다. 그가 올린 시노래를 보면, 정호승의 ‘풍경 달다’, 기형도의 ‘빈집’, 김수영의 ‘사랑’, 신현림의 ‘7초간의 포옹’,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천상병의 ‘귀천’, 윤동주의 ‘편지’,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 167곡(2월7일 현재)에 이른다.

밴드 산울림. 왼쪽부터 김창익·김창훈·김창완. &lt;한겨레&gt; 자료사진
밴드 산울림. 왼쪽부터 김창익·김창훈·김창완. <한겨레> 자료사진

그는 시로 노래를 만들면서 시 한구절이 백마디 말보다 더 강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 박철 시인의 ‘딸들에게’를 노래로 만들었죠. 백마디 교육적인 말보다 시 한구절이 가슴에 더 와닿아요. 자녀 교육을 위해서도 가슴에 새겨 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시노래를 만들면서 시의 영향력을 알게 됐고, 시의 선한 영향력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그동안 저는 제 이야기만 음악으로 만들었습니다. 제 창작력에 스스로 만족하는 데만 몰두한 거였죠. 이젠 조금 달라졌어요. 사실 시노래를 계속 만드는 작업이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는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죠. 시는 많은 사람에게 풍성한 심성을 갖게 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니까요.”

산울림 출신 가수 김창훈이 1월26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산울림 출신 가수 김창훈이 1월26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가수와 시인은 닮은 점이 있다고도 했다. “시인은 외로운 작업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작사나 작곡하는 가수도 마찬가지죠. 시노래를 만들면서 시인과 동행하는 느낌이 들어요. 시인의 외로움을 소개하고 싶기도 하고요.”

김창훈은 시인에게 시노래를 만들어도 괜찮은지를 묻기 위해 연락을 하는데, 그러다 알게 된 시인도 있었다. 맹문재 시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시노래로 만들 때 연락을 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맹 시인님의 시에 ‘사라지는 윤슬의 얼굴’이 나와요. 그때 윤슬이라는 뜻을 알게 됐죠.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이란 아름다운 우리말이란 걸요.”

모든 시를 노래로 만들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친일파 시인과 군사정권에 부역한 시인의 시는 노래로 만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창훈과 시는 ‘하릴없이’ 만날 운명인 듯하다. “산울림 때부터 어려운 말은 피하고 되도록 우리가 알고 있는 쉬운 한글로 노래를 만들었죠. 의미를 잘 모르면 사전도 꼭 찾아봤어요. 산울림의 노래 ‘독백’ 가사 중에 ‘하릴없이 이리저리 헤매다, 나 홀로 되어 남으리’가 나옵니다. 가사에서 ‘하릴없이’는 ‘할 일이 없이’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라는 뜻이거든요. ‘틀림없이’라는 뜻도 있죠. 이렇게 정확한 뜻을 알아야 노래 분위기와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시노래를 부르고 있는 김창훈. 산울림티브이 갈무리
유튜브에서 시노래를 부르고 있는 김창훈. 산울림티브이 갈무리

김창훈은 산울림 활동을 한 뒤 식품회사에 입사했다. 그 뒤에도 김완선 1·2집을 프로듀싱하며 틈틈이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1985년에 식품회사 대리급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김완선의 이모(한백희)로부터 뜬금없이 연락이 왔어요. 조카 데뷔 앨범을 만들어달라고 했죠. 그동안 모아둔 곡이 있어서 만든 거였죠.” 김완선은 화려한 춤과 독특한 음색과 창법으로 김창훈이 작사·작곡한 ‘오늘 밤’과 ‘나홀로 뜰 앞에서’를 불러 큰 인기를 끌었다.

식품회사 임원까지 한 그는 수년 전 은퇴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떨까? “처음엔 일주일에 시 한편씩 시노래를 만들어 100곡이 되면 끝마치려 했어요. 그런데 시를 볼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운율과 박자를 불러내더군요. 지금은 하루에 한곡씩 일주일에 다섯곡을 올리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1차 목표는 시노래 365곡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