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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사자 마스크의 비밀을 들어봤더니…

등록 2022-03-02 04:59수정 2022-03-02 10:14

뮤지컬 세계 투어 마스크·퍼핏 담당 루카스 인터뷰
팀 루카스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마스크&퍼핏 팀장이 코뿔새 자주 퍼핏을 손질하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
팀 루카스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마스크&퍼핏 팀장이 코뿔새 자주 퍼핏을 손질하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을 처음 보는 사람은 마스크(머리나 얼굴에 쓰는 가면)와 퍼핏(신체 일부와 연결해 조종하는 인형)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놀이공원에서 동물 탈을 쓰거나 얼굴에 동물 분장한 배우가 나올 거’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버리기 때문이다.

<라이온 킹>에서 마스크와 퍼핏은 동물의 외양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캐릭터를 드러내고 작품성을 완성하는 핵심적인 소품이다. 배우들이 생명력 넘치는 아프리카 사바나 동물로 변신하도록 도와주는 마법 같은 장치인 셈이다.

팀 루카스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마스크&퍼핏 팀장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마스크와 퍼핏에 담긴 비밀을 알아봤다. <라이온 킹>의 마스크와 퍼핏은 연출가이자 디자이너, 시나리오 작가인 줄리 테이머의 작품이다.

루카스 팀장은 “배우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마스크와 배우 얼굴이 함께 보일 수 있게끔 했다. 테이머는 <라이온 킹>을 준비하면서 ‘더블 이벤트’라는 연출 효과를 고안해냈다. 어떤 장면에서는 배우가, 어떤 장면에서는 마스크와 퍼핏이 돋보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스카(왼쪽)와 무파사가 마스크를 앞세우며 겨루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스카(왼쪽)와 무파사가 마스크를 앞세우며 겨루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
<라이온 킹>에서 형 무파사와 동생 스카가 쓰는 사자 마스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마스크가 배우 얼굴 앞으로 내려오면 본능이 지배하는 사자 캐릭터가 튀어나오고, 마스크가 머리 위로 올라가 얼굴이 보이면 인간적인 사람 캐릭터가 드러난다. 무파사는 아들 심바를 타이르는 장면에서 마스크를 벗는다. 왕이 아닌 아버지가 된다는 뜻이다.

사자 마스크는 캐릭터의 특성과 성격도 보여준다. 무파사 마스크의 갈기는 둥근 원 모양이다. 왕관을 상징하며 생명의 순환을 암시한다. 형 무파사를 살해하고 왕좌에 오르는 스카의 갈기는 비대칭적인 모양이다. 스카의 사악함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무파사 마스크.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의 무파사 마스크.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의 스카 마스크.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의 스카 마스크. 클립서비스 제공
마스크는 어떻게 올리고 내릴까? “무파사와 스카의 마스크는 배우 손에 있는 컨트롤러로 움직인다. 처음엔 모두 유선이었으나, 최근엔 스카 마스크는 무선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배우들은 마스크를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거울을 바라보면서 많은 연습을 거쳐야 한다.”

마스크의 재질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항공기 몸체에 쓰는 탄소섬유 소재로 만들어졌다. <라이온 킹>은 1997년 초연 때부터 마스크와 퍼핏에 들어가는 소재로 당시 최첨단 재질이던 탄소섬유를 사용했다. 크고 화려해서 무거워 보이지만, 무파사 마스크는 사과 한개 무게인 300g밖에 안 된다. 마스크에 들어가는 털 역시 진짜 동물 털을 사용한다.

“마스크와 퍼핏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주요 재료는 탄소섬유, 우레탄 플라스틱 등이다. 뼈가 부러졌을 때 사용하는 의료용 소재인 열가소성 플라스틱도 활용한다. 이들 재료는 마스크와 퍼핏을 유연하고 가볍고 단단하게 해준다. 자연적인 소재를 이용하기 위해 마스크에 있는 털은 모두 동물 털로 제작됐다.”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클립서비스 제공
마스크는 여분이 없다. 배우별로 딱 하나씩만 맞춤 제작했다. “인터내셔널 투어를 위해 모든 마스크와 퍼핏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새롭게 제작된다. 배우별로 맞춤형으로 만들어 단 한개만 제작한다. 2개를 만드는 건 코뿔새(극 중 이름 ‘자주’)뿐이다.”

뮤지컬에선 퍼핏 235개로 동물을 표현한다. 극 초반에 나와 관객을 압도하는 건 기린이다. 배우가 긴 목 마스크를 쓰고 높은 기린 다리 위에 올라 네발로 걷는다. “기린 마스크도 나무처럼 생겨서 무거워 보이지만, 실은 탄소섬유로 만들어졌다. 기린 다리는 계단식으로 돼 있는데, 배우가 다리를 밟고 올라선 뒤 마스크를 쓴다. 배우는 기린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연습실에서 기린이 발걸음을 떼는 ‘기린 워킹’으로 돌아다닌다. 이런 연습을 거쳐 <내셔널 지오그래픽> 동물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기린처럼 걷는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클립서비스 제공
가젤 떼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평원을 뛰노는 장면은 배우가 천천히 자전거를 미는 동작으로 표현한다. 새 떼는 배우가 연날리기하듯이 긴 막대를 빙글빙글 돌리는 동작으로 하늘을 난다. 코뿔새 자주는 몸통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퍼핏이다. 눈·입·목이 움직이고 날개를 펄럭일 수도 있다.

<라이온 킹>은 정글의 왕 무파사의 새끼 사자인 심바가 아버지를 죽인 삼촌 스카와 싸워 정글에 평화를 되찾고 왕이 된다는 줄거리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오는 1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뒤, 4월 부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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