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다> 캐릭터 포스터.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초연 창작 뮤지컬들이 봄바람을 타고 솔솔 날아들고 있다. 코로나 확산 뒤 무대에서 찾기 힘들었던 창작 뮤지컬 초연작들이 3월 속속 막을 올렸다. 침체한 뮤지컬 시장에 쏘아 올리는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1일 개막한 <프리다>는 멕시코 화가이자 혁명가인 실존 인물 프리다 칼로를 주인공으로 한다. 뮤지컬은 칼로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더 라스트 나이트 쇼>라는 가상의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와 3명의 코러스걸과 자신의 삶을 쇼로 풀어내는 형식으로 보여준다. 코러스걸 ‘레플레하’는 칼로의 눈에 비친 남편이자 거장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를 대신하는 캐릭터다. 또 다른 코러스걸 ‘데스티노’는 칼로가 교통사고 직후 봤다는 죽음을, ‘메모리아’는 평행세계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칼로를 보여준다.
칼로는 실제로 소아마비와 온몸이 부서지는 교통사고를 겪은 뒤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뮤지컬에선 하이힐을 신고 나온다. 추정화 연출가는 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프리다를 무대에서 고통스러운 형식으로 담아내고 싶지 않았다. 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통해 괜찮은 인생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프리다>는 202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트라이아웃(작품 개발 단계에서 진행하는 약식 공연) 당시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을 받으며 그해 창작 뮤지컬상을 받았다. 작품성을 입증받은 <프리다>는 대학로 뮤지컬계의 황금 콤비 추정화(작·연출), 허수현(작곡·음악감독)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한국 뮤지컬의 살아 있는 전설 최정원과 아시아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서 배역을 따낸 김소향이 프리다를 맡았다. 5월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웨스턴 스토리> 캐릭터 포스터. 뉴프로덕션 제공
4일 개막한 <웨스턴 스토리>는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각자 다른 사연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술집 다이아몬드 살롱에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뮤지컬이다.
다이아몬드 살롱 주인이자 극 중 일어나는 모든 일을 계획한 제인 존슨 역에는 강혜인·김이후·최지혜가 캐스팅됐다. 죽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 하나로 살롱을 찾아온 총잡이 빌리 후커 역은 임준혁·배나라·윤소호가 맡는다. 대학로 대표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한 <사의 찬미> 이후 약 10년 만에 성종완 작가, 김은영 작곡가, 홍유선 안무감독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5월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열린다.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캐릭터 포스터. 쇼노트 제공
8일 막을 올리는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는 소설 <뱀파이어 테일>과 이를 둘러싸고 불붙었던 조지 고든 바이런과 존 윌리엄 폴리도리의 저작권 논쟁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국 런던 사교계의 유명인사이자 낭만주의 작가였던 바이런과 그의 전 주치의이자 작가 지망생인 폴리도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1819년 4월1일 폴리도리는 3년 전 쓰고 버렸던 소설 <뱀파이어 테일>이 자신도 모르게 바이런의 이름으로 출간됐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는다. 이후 두 사람은 치열한 저작권 논쟁을 펼친다.
뮤지컬 <더 라스트맨> <란> 등을 쓴 극작가 김지식과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조선변호사> 등의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유한나가 참여했다. 폴리도리는 최석진·현석준·홍승안이 맡고, 바이런은 주민진·박정원·손유동이 연기한다. 5월22일까지 서울 서경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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