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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배우 최정원이 데뷔 30돌 서태지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은?

등록 2022-03-16 16:19수정 2022-03-16 16:25

30년 전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당시 백코러스
‘문화 대통령’과 ‘뮤지컬의 전설’로 성장
수중분만 뒤 ‘시카고’·‘맘마미아’로 제2의 전성기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프리다>의 배우 최정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프리다>의 배우 최정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서태지씨는 진짜 만나보고 싶어요. 만나면 ‘서태지씨, 나 기억나?’라고 묻고 싶어요.”

지난 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프리다> 공연을 막 끝낸 뒤 만난 배우 최정원은 이렇게 말했다.

30년 전, 최정원은 한국 대중음악의 신화가 된 이들과 함께 일을 했다.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서태지는 1992년 3월23일 양현석·이주노와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1집 <난 알아요>로 한국 대중음악의 지형도를 바꿔버렸다. 올해는 ‘문화 대통령’으로 불렸던 그들의 데뷔 30주년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lt;한겨레&gt; 자료사진
서태지와 아이들. <한겨레> 자료사진

최정원은 뮤지컬 배우가 되기 전인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백코러스를 했다. “관객이 환호성을 서태지에게 보낼 때 너무 좋았죠. 마치 제가 환호성을 받은 것처럼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뮤지컬 무대에서 저런 환호성을 받고 싶었어요.”

최정원은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아픔은 사라지고/ 나의 마음이 포근해지네/ 이렇게 까만 밤에”라는 노래를 기억나는 듯 불렀다. <난 알아요>에 들어있는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였다. “이 노래의 원래 코러스 녹음은 장혜진씨가 했는데, 콘서트에서는 제 목소리로 했으니까 기억에 오래 남아 있어요.”

최정원은 오랜만에 서태지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방배동 서울고등학교 맞은편에 녹음실이 있었는데, 거기서 같이 녹음한 기억도 떠오르네요. 그땐 전국 투어를 많이 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밴을 타고 전국을 돌곤 했죠. 서태지와 아이들도 3명, 우리 백코러스도 3명 이렇게 됐죠. 서태지씨는 연양갱을 그렇게 좋아했어요. 차에 타면 항상 연양갱을 꺼내 먹고, 저에게도 권하곤 했죠.”

30년이 흐른 뒤 서태지는 문화 대통령이 됐고, 최정원은 뮤지컬의 전설이 됐다. 서태지를 만나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만나면 ‘서태지씨, 나 기억나?’라고 묻고 싶어요. 하하.”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가 2011년 4월1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노천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가 2011년 4월1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노천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정원은 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을까? “어릴 땐 산동네에 살았어요. 가난해서 장난감 하나도 없었어요. 그땐 제 또래 꼬마 여자애들은 바비 인형 갖고 많이 놀았는데, 저희는 그런 걸 살 여유도 안 됐죠. 대신 저는 엄마 화장대 거울 보면서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동물도 되어보면서 놀았어요. 당시 인기 가수였던 윤시내, 패티김의 춤도 췄어요. 그러면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죠. 어린 시절 이렇게 혼자 노래하고 춤추고 했던 게 저에겐 엄청난 선물이 됐어요. 아, 산동네에 살다 보니 다리도 튼튼해져서 하이힐 신고도 춤을 잘 춰요. 하하.”

뮤지컬 &lt;아가씨와 건달들&gt;의 한 장면. &lt;한겨레&gt; 자료사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아가씨 6번’이 최정원의 데뷔 캐릭터였다. 무대에서 대사는 “가자, 아들레이드!”밖에 없었지만,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였다.

“누구보다 크게 노래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춤추고, 누구보다 크게 웃었죠. 그러다 보니 까무잡잡한 얼굴에 대사도 없었지만, 저를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최정원은 그때도 아무도 없는 시간에 무대 위에 혼자 올라가 연습을 했다.

최정원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최고 전성기의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남자 뮤지컬 배우는 남경주, 여자 뮤지컬 배우는 최정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최정원의 수중분만 장면. 에스비에스 영상 갈무리
최정원의 수중분만 장면. 에스비에스 영상 갈무리

1999년엔 신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명의 기적>(SBS)을 통해 국내 최초로 수중분만을 통해 딸을 출산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 배우를 통해 수중분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임신할 즈음에 <도전! 지구탐험대>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미국 뉴욕에서 한달 동안 댄스를 배우는 과정을 담는 내용이었죠. 그때 뉴욕에서 만난 배우가 있었는데 슈퍼모델 같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6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와서 무용 연습을 하더라고요. ‘출산 뒤 몸매를 잘 관리했냐’고 물었더니, 수중분만을 했다는 거예요.”

출산을 앞두고 마침 <에스비에스>에서 연락을 받았다. “당시엔 제왕절개 비율이 50%에 육박했을 때였죠.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는 모습을 프로그램에 담아도 되겠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수중분만 하는 모습이 지상파 텔레비전에 나왔어요. 그때만 해도 배우의 결혼과 출산을 ‘쉬쉬’할 때였죠. 당시 선배님들이 ‘너 배우 인생은 끝났다. 앞으로 젊은 역할은 못 할 거야’라고 하셨죠. 그때도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괜찮아. 나는 세상의 많은 사람 앞에서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이를 만났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풀어나갔죠.”

그때 수중분만으로 낳은 딸은 22살 가수가 됐다. 2020년 싱글 ‘아일랜드’로 데뷔한 ‘유하’다.

뮤지컬 &lt;시카고&gt; 콘셉트 사진. &lt;한겨레&gt; 자료사진
뮤지컬 <시카고> 콘셉트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최정원은 출산한 뒤 세종문화회관에서 2000년 초연한 뮤지컬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하트로 재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 최정원은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에 이어 2007년 시즌부터는 벨마 켈리를 맡는다. “주변에서 ‘최정원은 록시죠. 왜 벨마를요?’라는 얘기를 듣긴 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카고>를 계속 하는 게 중요하지, 주인공을 맡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시카고>를 제작한 신시컴퍼니 대표님이 ‘록시를 거친 벨마의 최정원이 더 멋있다. 브로드웨이가 딱 그렇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죠.” 그는 초연부터 2021년까지 단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21년 동안 <시카고>에 출연했다.

뮤지컬 &lt;시카고&gt;의 오리지널팀에서 벨마 역을 맡고 있는 테라 매클라우드(왼쪽)와 국내 공연에서 벨마 역을 맡고 있는 최정원이 2015년 6월24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앞에서 만나 포즈를 취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뮤지컬 <시카고>의 오리지널팀에서 벨마 역을 맡고 있는 테라 매클라우드(왼쪽)와 국내 공연에서 벨마 역을 맡고 있는 최정원이 2015년 6월24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앞에서 만나 포즈를 취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정원에게 <시카고>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뮤지컬은 <맘마미아>다. 2007년 성남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앙코르 공연에서 ‘도나’를 맡았다.

“<맘마미아>의 주요 배역을 처음 맡았을 때였죠. 공연할 때는 괜찮았는데, 밤만 되면 식은땀이 나고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쓸개관에 돌이 3개나 생겼던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했죠. 하지만 공연이 두달이나 남아 있었어요. ‘저 공연 끝내고 찾아오겠습니다’라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최정원씨, 공연이고 뭐고 죽을 수도 있어요’라고 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병원에 갔더니 돌이 사라진 거예요. 춤출 때 ‘또르르’ 소리가 났는데, 아마 그때 빠진 거 같아요. 하하.”

뮤지컬 &lt;맘마미아&gt; 공연 장면. &lt;한겨레&gt; 자료사진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최정원은 도나 역으로 1천회를 공연한 기록을 세웠다. 대극장 공연에서 단일 배역으로 1천회를 돌파한 최초의 여성 배우였다.

2008년 11월엔 아바의 초청으로 스웨덴에서 열린 콘서트 무대에도 올랐다. “콘서트는 스웨덴을 빛낸 아티스트들의 무대였어요. 그 가운데 아바가 있었고, 콘서트 피날레는 <맘마미아> 갈라쇼였죠.” 최정원은 당시 전세계에서 공연하던 171명의 도나 중 ‘최고의 도나’로 선정돼 무대에 올랐다.

&lt;뽀뽀보&gt;에 출연한 신동과 최정원. 문화방송 제공
<뽀뽀보>에 출연한 신동과 최정원. 문화방송 제공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최정원이 37살에 <뽀뽀뽀>(문화방송)에서 21대 뽀미 언니를 맡은 것이다. “엠비시 피디 선생님이 제 공연을 보시고 연락을 주셨어요. 프랑스에 어린이 아침 프로그램이 있는데, 30년 동안 진행하는 할머니가 있다고 했어요. 그동안 젊은 언니가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앞으로는 엄마 같은 사람이 프로그램을 맡아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하셨죠. 그래서 저는 ‘아랑 언니’라는 이름으로 슈퍼주니어 신동과 함께 프로그램을 맡았어요. 할머니가 될 때까진 못했고 1년 정도 한 것 같아요.”

최정원은 커피, 과자, 기름진 음식, 술 등을 안 하며 자기관리를 엄격하게 잘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이유를 물었다. “무대가 날 떠나지 않게 하려고요. 무대가 나를 계속 사랑하게끔 하려고 관리를 하는 거죠.”

앞으로 계획은 무엇일까? “공연 잘하는 게 최고의 목표예요. 공연 있는 날이면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공연할 거야’라고 되뇌어요. 그러려면 엄청난 몰입과 에너지가 있어야겠죠. 그래서 저는 오늘에 충실할 거예요.”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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