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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밴드가 추천한다…어디에도 없던 서태지 노래

등록 2022-03-23 13:36수정 2022-03-23 13:51

[ ‘문화 대통령’ 서태지 데뷔 30돌] ②
강준형·탑·락·최현진의 ‘서태지와의 추억’
서태지밴드(왼쪽부터 닥스킴, 최현진, 서태지, 탑, 강준형). 서태지컴퍼니 제공
서태지밴드(왼쪽부터 닥스킴, 최현진, 서태지, 탑, 강준형). 서태지컴퍼니 제공

‘문화 대통령’ 서태지가 23일 데뷔 30돌을 맞았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한국 가요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었습니다. 서태지의 파격과 실험, 사회적 메시지는 여전히 케이(K)팝의 주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태지 데뷔 30돌의 평가와 의미를 되짚어보고, 서태지밴드가 말하는 서태지를 2회에 걸쳐 전해드립니다.
서태지밴드는 서태지 공연 때마다 참여하는 세션 밴드다. 2000년에 결성한 뒤 멤버가 조금씩 바뀌었지만,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다. 서태지 데뷔 30돌을 맞아 서태지밴드에게 ‘서태지는 어떤 사람?’ ‘서태지와의 에피소드’ ‘서태지 노래 가운데 추천곡’ 등 3개를 질문했다. 기타리스트 탑(안성훈)과 락(최창록), 베이시스트 강준형, 드러머 최현진 등 4명이 답을 보내왔다.

기타리스트 탑(안성훈)

기타리스트 탑(안성훈). 서태지컴퍼니 제공
기타리스트 탑(안성훈). 서태지컴퍼니 제공

1. 서태지는 이런 사람

고등학교 중퇴 성공사례, 컴퓨터음악, 랩. 이 세 가지는 그 옛날 제가 팬으로 서태지씨를 기억하던 이미지입니다. 학벌과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악기를 못 다뤄도 컴퓨터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혼자 어떤 음악이든 해볼 수 있으며, 랩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장르가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음악을 해도 음악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만 있다고 작곡이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그 하드웨어 장비를 다루려면 안 하던 공부를 엄청 해야 합니다.

그는 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단순 놀이가 아닌, 정말 노력과 정신력으로 문화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서태지씨 이후 중고등학교 중퇴자 중에 이런 이슈를 가져올 만한 인물이 대한민국에 있었나요? 저는 그래서 태지씨가 유일무이한 존재라 생각해요.

2. 서태지와의 추억

2003년 일본에서 7집 작업을 할 때였습니다. 태지씨와 저는 잠자는 8시간을 빼고 나머지 시간을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매일 하는 창작작업도 힘들었지만, 둘 다 자는 시간과 기상 시간이 같도록 유지해야 하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었죠.

거의 태지씨가 먼저 모닝콜을 했는데, 게으른 내가 일어나야 계획에 차질이 없었습니다. 아침을 같이 먹고 스튜디오로 갔습니다. 아침은 무료한 작업 생활에 매우 중요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죠.

작업은 연중무휴였죠! 그래도 토요일은 늘 노란 스포츠카를 타고 햄버거를 먹으러 갔습니다. 무료한 작업 생활에 그런 작은 재미는 커다란 충전이 되었죠.

그런 생활이 몸에 배 규칙이 되었을 즈음이었죠. 하루는 태지씨의 모닝콜이 없더군요. 전화해도 안 받고…. ‘좀 기다리면 오겠지. 배고픈 거 참고 같이 먹자.’ 나름 의리라고 생각했어요. 수개월을 같이 아침 식사를 했는데 그걸 깨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참다 보니 몇 시간이 흐르더군요. 너무 허기진 나머지 은근슬쩍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나 보고 ‘절대 늦지 말고 지각하지 말라’던 사람이 연락도 안 되고 늦잠 잔다고 생각하니 열받더군요.

결국 정오가 지나서야 나타났습니다. 밤에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늦잠 잔 게 미안한지 막 핑계를 대가면서 가방을 부스럭거리며 뭘 꺼냈습니다. 저한테 주려고 선물 샀다고…. 모자였습니다. 그때 왜 그렇게 귀여웠는지.

3. 추천하는 서태지 노래

비 오는 날, 화창한 날 들어도 어울리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법 같은 노래, 가장 서태지스러운 목소리라고 생각하기에 추천합니다. 서태지 4집에 있는 ‘슬픈 아픔’입니다.

기타리스트 락(최창록)

기타리스트 락(최창록). 서태지컴퍼니 제공
기타리스트 락(최창록). 서태지컴퍼니 제공

1. 서태지는 이런 사람

단 것, 맛있는 것, 먹는 것, 그리고 ‘착한’ 사람을 좋아하는 ‘더 착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같이 지내보면 정말 마음 따뜻해서 힘이 팍팍 나게 해주는 비타민 같은 사람이죠.

2. 서태지와의 추억

6집 <울트라맨이야> 작업을 위해 미국에서 태지 형을 만났죠.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이미지라면, ‘그래도 명색이 서태지인데’ 싶지 않나요? 엄청 좋은 데 살고, 좋은 걸 먹고, 넘치는 부를 뽐내며 살아갈 것 같았어요. 근데, 전혀 아니더군요.(하하)

태지 형네 집에 딱 첫발을 디뎠는데, 제일 먼저 보인 건 100개는 훌쩍 넘어 보이는 배달 피자 박스의 무덤이었어요. 미국에서 태지 형 창작의 근원은 배달 피자였던 것 같네요.(하하)

집도 생각보다 훨씬 소박했어요. 방 두 개짜리 깔끔한 아파트였고, 그런 모습을 통해 ‘아, 사람 맞구나’ 하는 친근감이 느껴져서 더 금방 마음을 열고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 추천하는 서태지 노래

서태지 5집에 있는 ‘테이크 원’(TAKE ONE)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넘어서 서태지라는 한 명의 솔로 아티스트로서 작사, 작곡은 물론, 연주까지 완벽하게 해낸 기념비적인 앨범의 수록곡이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에요.

베이시스트 강준형

베이시스트 강준형. 서태지컴퍼니 제공
베이시스트 강준형. 서태지컴퍼니 제공

1. 서태지는 이런 사람

개인적으로는 학력도, 인지도도 없는 나를 선택해준 고마운 사람입니다. 음악적으로는 적당한 타협 없이 항상 ‘더 그리고 새롭게’(More and New)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개인적 삶을 희생할 구도자 같은 사람이죠. 담이(서태지 딸) 아빠가 된 후로는 타협을 좀 하는 듯해요. 하하.

2. 서태지와의 추억

개인 사정으로 너무 힘들어할 때, 제 연습실 방문 앞에 건프라(건담 조립식 장난감)를 두고 간 일(제 취미가 건프라 도색입니다). 사람에 대한 정과 그 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너무 순수해서 생각할 때마다 웃음 짓게 됩니다.

3. 추천하는 서태지 노래

개인적으로는 서태지 7집의 ‘로보트’. 이유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곡이어서입니다. 음악적으로는 서태지 9집의 ‘크리스말로윈’. 이유는 어디에도 없던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드러머 최현진

드러머 최현진. 서태지컴퍼니 제공
드러머 최현진. 서태지컴퍼니 제공

1. 서태지는 이런 사람

매우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입니다.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비하는 모습은 본받고 싶은 모습 중 하나입니다.

2. 서태지와의 추억

특별하다 할 만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보자면, 오디션을 보러 가서 처음 만났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크게 남아 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서태지와 아이들은 정말이지 굉장했습니다. 그 기억이 생생한 상태에서 직접 보고는 소름이 쫙 끼쳤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엔 ‘오디션에 떨어져서 같이 활동을 못 한다고 해도 그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추천하는 서태지 노래

서태지 3집 앨범에 있는 ‘널 지우려 해’입니다. 고등학교 축제에서 이 곡을 친구들과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기타를 치면서 코러스를 했습니다. 밴드에 합류하고 이 곡을 처음 합주할 때 들었던 기분은 살면서 겪은 여러 일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지금도 혼자 연습할 때 자주 연주하는 곡입니다. 가사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이 곡을 연주하면 항상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정리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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