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공연 장면.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결코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관객에게 큰 의미로 다가갈 것 같습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지붕 위의 바이올린> 프레스콜에서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이렇게 얘기했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러시아 작가 숄렘 알레이켐이 쓴 연작 극본 <테브예와 그의 딸들>에 바탕을 뒀다. 1905년 이른바 ‘피의 일요일’이 시대 배경이다. 그해 1월22일 일요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평화 행진을 하던 노동자들에게 황제의 군대가 발포해 수천명이 희생되면서 러시아 혁명이 불붙게 된다. 러시아 황제 차르는 민중의 분노를 유대인에게 돌려 ‘유대인을 향한 조직적인 탄압과 학살’(포그롬)을 벌인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공연 장면.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뮤지컬에선 다섯 딸을 둔 남자 테비예가 주인공이다. 그는 중매로 결혼하는 전통과 자유롭게 사랑하고 싶어 하는 딸들의 뜻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딸들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도록 허락한다. 따뜻한 가족애와 세대 간의 화합을 보여주지만, 테비예 가족은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
당시 유대인을 박해하던 러시아는 유대인 추방 명령을 내리고, 테비예 가족 역시 정든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진다. 테비예 가족을 비롯한 유대인 마을 사람들이 놓인 상황은 현재 러시아 침공으로 집을 잃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떠올리게도 한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공연 장면.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김덕희 단장은 “이 공연을 올렸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왜 지금 이 작품을 올려야 하나’였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120여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고 했다. 또 그는 “주인공 테비예는 새 시대를 맞이하는 지혜와 유연함을 보여준다. 계속해서 바뀌는 시대에 적응해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비슷하다”고 했다.
테비예는 우유 배달을 하며 가난한 살림을 이끄는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다. 지난해 공연에 이어 올해도 양준모와 박성훈이 역을 소화한다. 양준모는 “요즘 고전 뮤지컬은 상업 프로덕션에서 꺼린다. 다행히 서울시뮤지컬단에서 고전 작품을 올리며 다양한 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억척스럽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테비예의 아내 골데는 권명현·유미가 연기한다. 첫째 딸 자이틀과 둘째 딸 호들은 각각 이혜란과 정은영이 캐스팅됐고, 셋째 딸 하바는 우현아가 맡는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공연 장면.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뮤지컬에선 ‘선라이즈, 선셋’ 등 전설이 된 넘버(노래)를 듣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김길려 음악감독은 “유대인 전통 음악의 선율과 리듬, 강약, 악센트 등 음악적인 디테일을 더 살렸다”고 했다. 안무는 유대인 전통춤과 현대 뮤지컬 안무가 적절히 섞여 풍성하게 짜였다. 서병구 안무감독은 “전통과 새 시대 사이의 대립과 포용을 담은 이야기인 만큼 안무도 러시아인과 유대인의 전통춤과 현대적인 뮤지컬 춤을 섞은 게 콘셉트”라고 했다.
정태영 연출은 “고전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주는 세련되고 흥겨운 군무, 관객에게 메시지를 던져주는 깊이 있는 드라마로 다시 한번 진한 감동을 전하겠다”고 했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공연 장면.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1964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부터 히트한 인기 뮤지컬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은 1985년 이후 8번째로 무대에 올렸다. 지난 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번 공연은 다음 달 8일까지 펼쳐진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