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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뮤지컬 ‘아몬드’, 원작 감동 그대로…공감의 의미를 묻다

등록 2022-04-25 18:13수정 2022-04-26 02:07

90만부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강렬한 노래·화려한 무대 눈길
2시간40분 빠르게 장면 전환
새달 1일까지 코엑스아티움서
뮤지컬 <아몬드>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아몬드>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소설책 표지에 나온 무표정한 얼굴을 한 남자아이가 뮤지컬 포스터에도 등장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아몬드>다. 소설은 2017년 출간된 뒤 누적 판매량 9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방탄소년단 알엠(RM)과 슈가가 이 책을 읽는 장면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작자인 손원평 작가는 영화사들의 수많은 러브콜을 뿌리치고 연극과 뮤지컬의 각색만을 허락했다. 소설을 뮤지컬로 만드는 데는 2019년부터 3년이 걸렸다. 서휘원이 각색과 작사를, 강병원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뮤지컬 <아몬드>는 스토리는 물론 대사 등 세세한 부분까지 원작에서 가져왔다. 16살 고등학생인 주인공 윤재는 아몬드라 불리는 뇌의 편도체가 보통 사람보다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끝없는 사랑을 받는다.

뮤지컬 &lt;아몬드&gt;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아몬드>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윤재와 대척점에 있는 곤이는 어린 시절 엄마와 헤어진 뒤 소년원 등을 거치며 세상을 향한 분노를 키운 인물로, 주변과 가족한테 외면받는다. 두 사람은 처음엔 대립하다 차츰 가까워지며 결국 서로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윤재는 배우 문태유·홍승안이 맡았고, 곤이 역에는 조환지·이해준이 캐스팅됐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관람한 공연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윤재의 생일이자 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됐다. 길거리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된다. 가족을 잃은 윤재는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다. 가족의 빈자리는 친구와 이웃으로 채워진다.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감정을 배워 나가는 윤재는 곤이와 얽히는 사건으로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뮤지컬 &lt;아몬드&gt;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아몬드>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서사는 잔잔하지만, 넘버(노래)들은 강렬하고 화려하다. 대표적인 곡이 윤재에게 감정을 알려주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합창하는 ‘희로애락애오욕’이다. 가사 역시 눈에 띈다. “단단한 알 깨고 나온 순간(기쁨!)/ 아버지를 죽인 저 원수(분노!)/ 내 친구 파트라슈의 죽음(슬픔!)/ 주인님과 풍차를 무찔러(즐거움!)/ 오, 줄리엣 창문을 열어주오(사랑!)/ 독사과를 너에게 줄게(미움!)/ 일곱개의 마음 중 마지막 그 남자는 자신의 영혼도 악마에게 팔아넘겼지(욕심!)” 모두 문학 작품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이성준 작곡가가 쓴 넘버들은 모던록과 팝 펑크를 바탕으로 꿋꿋하게 자기 나름의 길을 가는 인물의 심정과 갈등을 표현했다.

다채로운 색감의 무대도 볼거리다. 감정을 못 느끼는 윤재가 상황을 바라볼 때는 무채색의 흐릿한 느낌을 주는 무대가 들어선다. 반면 윤재가 주변 사람과 만나면서 감정을 조금씩 느끼고 배워갈 때 무대는 다양한 빛깔로 변신한다.

뮤지컬 &lt;아몬드&gt; 포스터. 라이브 제공
뮤지컬 <아몬드> 포스터. 라이브 제공

뮤지컬 <아몬드>는 윤재가 어떻게 감정을 느끼고 배워가며 사람과 소통하게 되는지를 ‘성장과 공감’이라는 주제를 통해 보여준다. 전개가 빠른 소설처럼 장면 전환도 속도감 있게 진행돼 2시간40분의 공연이 지루하지 않았다. 소설 속 윤재와 뮤지컬 속 윤재는 판박이처럼 닮았다. 원작의 서사뿐 아니라 대사, 지문 등도 그대로 옮겼다.

타인 감정에 잘 공감하지 않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뮤지컬 <아몬드>는 주변 인물과 부대끼면서 공감하는 법을 배우는 주인공을 통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공연은 5월1일까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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