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생 예술가들(왼쪽부터 이진양 시인, 남다현 작가, 이자켓 시인, 김계피 소설가, 박미정 작가, 변윤제 시인, 영롱 뮤지션, 강규현 뮤지션, 함윤이 소설가, 유휘량 시인, 송원준 감독)이 5월28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겨레교육 제공
14명의 1990년대생 예술가들이 뭉쳤다. 문학·영화·음악·미술 장르라는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90년대생 예술가들을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만났다.
이들은 3월부터 ‘프로젝트9’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내용을 보면, △출판(시·소설·시각 예술이 만나는 아트북 제작) △전시회(시와 미술이 만나는 예술 작품 전시) △단편영화(시로 시나리오를 만들고 단편영화로 제작) △음악(문학 작품으로 음악 앨범 제작) 등이다.
90년대생 예술가 ‘어벤저스’는 어떻게 팀을 꾸렸을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유휘량 시인은 “90년대생은 현재 대부분 30대로, 예술계에 막 진입했다”며 “이들이 예술 장르의 벽을 허물고 다른 분야의 예술가와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4개 팀으로 나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예술가들은 각 팀에서 겹쳐서 활동한다. 미술을 담당하는 남다현 작가는 “올해 11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탈영역 우정국’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며 “미술과 문학을 융합한 실험적인 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화를 맡은 송원준 감독은 “시인이 시를 쓰고, 작가가 시를 극본으로 만들어, 단편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음악을 담당하는 강규현 뮤지션은 “전시회와 영화에 들어가는 음악을 맡았다”며 “여러 문화 장르와 협력해 나온 음악을 바탕으로 두곡을 음원으로 만들어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문학을 맡은 김계피 소설가는 “‘새천년건강체조’라는 주제로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시와 소설, 미술 작품을 담으려 한다”며 “종이 지면의 한계에 갇히지 않는 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새천년건강체조’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일본 체조와 닮은 국민체조에서 벗어나 국악 선율에다 태권도, 탈춤을 응용해 1999년 선보인 체조다.
1990년대생 예술가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9’ 콘셉트 사진. 한겨레교육 제공
왜 ‘90년대생’ 예술가들이 뭉쳤을까? 변윤제 시인은 “1980~2000년생을 엠제트(MZ)세대라고 하는데, 90년대생은 그 가운데에 낀 느낌”이라며 “90년대생의 가장 큰 정체성은 경계에 놓여 있는 세대”라고 했다. 그는 “새천년건강체조는 2000년대 초반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진 단어였다”며 “이런 것이 90년대생의 애매모호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계피 소설가는 “90년대생의 경계성은 다른 세대와 선을 긋는 게 아니라 저희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통로인 동시에 다른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진양 시인은 “코로나 시기에 문화예술계가 많이 위축되면서 소수의 아티스트, 소수의 기업, 소수의 투자자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90년대생 예술가들이 자본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또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애프터 코로나’를 맞이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시민들이 이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겨레교육에서는 6월 말부터 11월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강의를 진행한다. 한겨레교육 누리집(hanter21.co.kr)에서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후원도 할 수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