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황석정·육중완, 그대 빈뜰에 ‘나비’ 되어…그리움·외로움 노래하리

등록 2022-06-11 09:00수정 2022-06-13 02:50

황석정 싱글 앨범 ‘나비’
육중완 ‘대배우 김광규’

황석정 “배호 선생님 그리며“
‘농담 아니라니까…’ 가사 직접 써
육중완 거쳐 ‘황석정 블루스’로 탄생
육중완, 김광규 노래 모습 본 뒤
“외로워하는 정서 담아” 만들어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배우 황석정과 가수 육중완이 활짝 웃고 있다. 정혁준 기자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배우 황석정과 가수 육중완이 활짝 웃고 있다. 정혁준 기자

‘농담 아니라니까/ 내가 얼마나 그댈 그리워 하는지’(‘나비’)

‘그리운 사람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나 혼자인 우리 집으로’(‘대배우 김광규’)

배우 황석정과 가수 육중완은 닮았다. 두 사람 모두 지난달 각각 디지털 싱글 앨범 ‘나비’와 ‘대배우 김광규’를 선보였다. 두 노래는 가수 배호와 배우 김광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가수와 배우라는, 서로 다른 사람이지만 노래는 닮았다. 그리움과 외로움이 가득하다는 점에서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황석정의 디지털 앨범 ‘나비’표지. 뮤직웰 제공
황석정의 디지털 앨범 ‘나비’표지. 뮤직웰 제공

황석정은 지난달 27일 ‘나비’를 냈다. 지난해 11월 그가 뮤지컬 <천변카바레>에서 연기한 배호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겨우내 배호 선생님에게 올인했어요. 배호 선생님 전기가 두 권 나와 있는데 모두 읽었죠. 선생님은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오로지 음악만을 위해 사셨죠. 개인의 영화를 전혀 누리지 못한 채, 노래와 죽음을 바꾸신 거예요.”

황석정은 배호와 이 땅의 외로운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자 ‘나비’ 가사를 썼다고 했다. 왜 ‘나비’일까? “가사에 나오는 소년은 배호 선생님, 소녀는 저예요. 나비는 선생님과 내가 만나는 다리이기도 하고 인연이기도 하죠. 선생님 노래가 저를 통해서 더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기도 해요.”

황석정은 말을 이었다. “배호 선생님의 아버님은 독립운동가였지만 가난하게 사셨어요. 서글프고 힘들게 사셨던 그 어린 시절의 배호 선생님을 달래주고 싶었죠. 제 어린 시절이 중첩되기도 했고요.”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배우 황석정과 가수 육중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배우 황석정과 가수 육중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가사는 육중완에게 보내졌다. 육중완 얘기다. “누나가 술 마시고 취하면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했죠. 처음엔 지나가는 얘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누나가 곡 하나만 꼭 써달라고 또 전화를 했어요. 근데, 맨정신이었어요. 배호 선생님 얘기를 한 시간 동안이나 해서 누나의 진정성을 알게 됐죠.”

육중완은 황석정이 보내온 가사를 수정하고, 곡도 만들었다. “육중완이 만든 노래를 들었죠. 제 생각이 배호 선생님 노래로 재생된 것 같았죠. 마치 배호 선생님과 노래를 같이 부르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황석정)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배우 황석정과 가수 육중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배우 황석정과 가수 육중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노래는 ‘농담 아니라니까’로 시작한다. 육중완은 “그냥 편안한 말이죠. 고급스러운 말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 말은 ‘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몰라, 보고 싶어’라는 뜻으로 와 닿아요”라고 했다.

‘나비’엔 휘파람 소리와 함께 트럼펫, 플루트, 기타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휘파람은 육중완이 직접 불렀고, 인디밴드 레이지본이 녹음에 참여했다.

노래를 듣다 보면 ‘라라라라~’는 코러스 부분이 나온다. 외로운 이를 자장가처럼 위로해주는 의미로 읽힌다. 육중완은 황석정이 이 부분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그리운 감정을 잘 담아냈다고 했다.

‘나비’는 포크 블루스에 가깝지만, 육중완은 그냥 ‘황석정 블루스’라고 말한다. “황석정이 가진 특유의 감정선이 노래에 실렸죠.” 어떤 느낌일까? “진한 위스키 같은 느낌이죠.”

육중완의 디지털 앨범 ‘대배우 김광규’표지.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육중완의 디지털 앨범 ‘대배우 김광규’표지.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육중완도 지난달 13일 ‘대배우 김광규’를 냈다. 음악 예능프로그램 <뜨거운 씽어즈>(제이티비시)에서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노래하는 김광규를 본 뒤 앨범을 만들었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 연남동에서 밤 12시까지 광규형과 술을 마셨을 때였죠. 너무 늦어 각자 집으로 가려는데, 광규형이 안 간다는 거예요. ‘아기처럼 왜 집에 안 가느냐’고 했더니, ‘불 꺼진 집에 들어가면 혼자 너무 외롭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광규형은 술 한잔할 때 늘 누군가를 그리워했어요. 그런 정서를 노래에 담았죠.”

육중완은 가사와 멜로디를 두 시간 만에 썼다. 김광규에게 의견을 듣고 싶어 카카오톡(카톡)으로 가사와 멜로디를 보냈다. “카톡을 보내자마자 형이 읽었는데 답이 없었어요. 촬영 중인가 싶었죠.” 몇 시간이 흐른 뒤 연락이 왔다. “중완아, 노래 불러보고 있는데 노래가 너무 어렵다.” 육중완이 “형 부르라고 보내준 게 아니라 내가 부를 거야”라고 했다. 김광규는 말이 없었다.

노래 제목을 ‘대배우 김광규’로 지었다. 김광규가 전화로 물었다. “이게 제목이야?” 육중완이 답했다. “형 꿈이 멜로드라마 주인공이잖아. 그래서 그 꿈을 이루고 멋진 배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은 제목이야.” 김광규는 말이 없었다.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배우 황석정과 가수 육중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배우 황석정과 가수 육중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대배우 김광규’는 포크 스타일이다. “노래를 만들면서 딱 떠오르는 악기가 클래식 기타였어요. 통기타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졌죠. 혼자 앉아 부를 것 같은 노래여서 읊조리듯 불렀어요.”

가사는 ‘나비’와 마찬가지로 누구를 그리워하며 외로워하는 내용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이라면 모두 느껴봤을 그런 외로움을 담으려 했어요. 1절은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내용이에요. 2절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이고요. 내 꿈을 위해 부모님을 그냥 외롭게 두고 온 느낌이 들어서 가사를 쓰면서 저도 펑펑 울었어요.”

‘나비’에서 ‘라라라라~’가 나온다면, ‘대배우 김광규’에는 허밍이 나온다. “어떤 가사보다 허밍이 어울리더라고요. 악기도 써 봤는데, 어떤 악기보다 사람 소리가 가장 잘 어우러졌어요.” 허밍은 첼로와 어울려 짙은 그리움과 외로움을 드러낸다.

앨범 재킷은 김광규 얼굴로 가득 채웠다. “지금 재킷은 원래 시안으로 만든 거였죠. 시안을 카톡으로 형에게 보냈어요. 그 뒤 내부 회의를 했죠. ‘사진이 너무 크고 근엄한 것 같다’ ‘독재자 대통령 느낌이 난다’ 같은 반응이 나왔어요. 그래서 웃는 사진으로 바꾸려고 했죠.”

그런데 김광규가 전화를 걸어 “너무 좋은데”라고 했다. “그 말 듣고 재킷 사진을 다시 자세히 보니, 형의 눈에 외로움과 그리움이 있더군요. 그래서 그 시안으로 재킷을 만들었죠.”

‘대배우 김광규’ 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대배우 김광규’ 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이 노래로 ‘김광규 없는’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 것 같은 한옥에서 육중완이 누구를 기다리는 풍경을 담았다.

“‘연기를 안 해 봤는데 어떻게 연기하냐’고 했더니, ‘연기하지 말래’요.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보면, 혼자 밥 먹고, 혼자 노래 듣고, 혼자 햇빛 보다 찡그리는 연기 아닌 연기가 나와요.”

김광규·황석정·육중완, 세 사람은 닮았다. 고향이 부산이다.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MBC)에 같이 나왔다. 아, 하나 다른 게 있다. 몇 해 전 육중완은 결혼해 나 혼자 살진 않는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