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경 작가가 2020년 그린 작품 <코로나블루 07>(부분).
전통불화와 단청기법을 바탕으로 현대 채색화를 그려온 작가 전인경(54)씨가 코로나 팬데믹을 화두로 삼은 신작들을 들고 와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팔에 차린 그의 10번째 개인전이다.
전시장에는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 인류가 생사기로에서 겪은 코로나 팬데믹의 힘겨웠던 경험을 표상한 작품들이 나왔다. 우주와 만물의 섭리를 표현한 깨달음의 불화인 만다라 도상의 구도를 현대회화의 화면에 기본 얼개로 풀어놓고 대우주의 성운들, 명멸하는 별들 같은 거대 존재들과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한 여러 세포들로 대표되는 미세 존재들이 공존하며 빚는 크고 작은 환상적 이미지들을 그려냈다. 성운의 성간물질들 사이에 부유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톱니바퀴 모양 이미지들을 등장시킨 ‘코로나블루’ 연작들과 푸른 우주공간 속에 정사각형의 도형과 코로나바이러스가 함께 떠다니는 ‘메타만다라 2101’, 오방색을 포함한 다채로운 색덩어리들이 서로 번져 들어가며 혼돈, 융합, 창조의 우주를 이루는 형상을 보여주는 ‘우주이야기 1·2’ 등이 눈맛을 자아낸다.
전인경 작가가 2021년 그린 작품 <메타만다라 2104>(부분).
전 작가는 미대에서 양화를 전공하고 전통불화와 단청의 명장인 만봉 스님을 수년간 사사했다. 그 뒤로 전업작가로서 불화의 도상, 기법과 현대미술의 융합을 모색하는 독특한 시도를 거듭해왔다. 삼라만상에 대한 깨달음의 그림 만다라를 바탕으로 우주 속 모든 존재가 의미의 그물 아래 연결된다는 연기론적 관점이 그의 회화를 떠받치는 요체다. 지난해 전시에서는 우주의 기운과 생명의 순환, 뇌세포와 우주의 관계 같은 주제들을 과학자들과 협업해 해석한 작업들을 내놓은 바 있다. 전시는 10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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