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활동하는 전원 일본인 걸그룹이 있다. 올해 3월 데뷔한 7인조 엑스지(XG)다. 팀 이름은 ‘엑스트로디너리 걸스’의 줄임말로, ‘비범하고 특별한 여자아이들’이란 뜻이다.
엑스지는 데뷔 당시엔 별다른 활동을 벌이지 않았지만, 지난달 29일 두번째 디지털 싱글 ‘마스카라’를 선보이며 국내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영어 가사로만 된 ‘마스카라’는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 용기를 북돋워주고 ‘가장 나다운 삶을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다.
이들은 컴백 첫 무대를 국내 음악방송인 <엠카운트다운>(엠넷)에서 선보였다. 이 영상은 15일 현재 유튜브 150만 조회수를 넘겼고, ‘마스카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11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한국 음악방송을 통해 데뷔한 엑스지는 한국에서 정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패션, 칼군무, 걸크러시 콘셉트, 뮤직비디오 스타일, 적극적인 한국 음악방송 출연 등 케이(K)팝 아이돌과 다를 바 없는 이미지다. 한국의 아이돌처럼 5년 동안 연습생 신분으로 훈련도 받았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케이팝 트레이닝 시스템을 도입해 연습해왔다. 제작부터 트레이닝 여러 과정에 한국인 스태프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일본인이란 점 때문에 작은 논란도 일었다. 엑스지를 만든 이는 아이돌 그룹 달마시안 출신의 재이콥스다.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일본인으로 달마시안으로 활동 당시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MBC)에 참가하기도 했다. 엑스지는 재이콥스가 세운 엑스갤럭스 소속이다. 이 회사는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인 에이벡스 그룹에서 투자받아 계열사로 편입됐다.
에이벡스의 마쓰우라 마사토 회장은 지난달 말 유튜브 라이브에서 케이팝과 제이팝의 대결구도로 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그는 엑스지에 대해 “한국 프로듀서와 함께 만든 프로젝트지만, 한국 레이블과 하는 것은 아니다. 엑스지는 전원 일본인이다. 케이팝스럽지 않다. (오히려) 미국스럽다. 한국 프로듀서가 참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이렇게 한국에 져야만 하는 거냐. 일본인도 할 수 있다”며 “한국도 처음엔 보아 같은 가수가 일본에 와서 일본인 흉내를 내지 않았느냐. 이쪽(일본)이 지고 있지만, 한국 프로듀서랑 팀 짜서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케이팝 시스템으로 태어난 엑스지가 이런 논란을 뛰어넘어 음악으로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두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는 그룹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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