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퍼 엘리아슨이 올해 만든 설치조형물 신작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Your polyamorous sphere)의 세부. 색유리로 이뤄진 다섯개의 각진 입체 조형물을 하나의 결정체로 결합시킨 얼개의 작품이다. 안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내부의 각진 면들이 다채로운 광채를 발산하면서 하나의 소우주나 성운계를 보는듯한 감흥을 안겨준다. 피케이엠갤러리 제공
지난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해 공개한 컬러 우주 사진들은 세계인들을 열광시켰다. 수천∼수억광년 떨어진 검푸른 우주 저 너머의 성운과 별들이 발하는 빛과 형태와 색감은 어떤 그림 거장도 재현할 수 없을 만큼 오묘하고 깊었다. 지구를 포함한 우주 자체가 장엄하고 신비스러운 화폭이란 사실을 일깨워준 것은 첨단 과학기술 덕분이었다. 고감도 적외선 관측 장비와 빛을 끌어들이는 집광용 거울 18개를 망원경에 장착시켜 역사상 가장 선명한 이미지로 우주 속살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달부터 서울 삼청동 피케이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개인전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는 제임스웹 망원경이 펼쳐 보여준 우주 캔버스를 떠올리며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최근 내놓은 설치조형물 신작들이 제임스 웹이 관측한 우주의 내밀한 비경이나 소우주 혹은 성단과 같은 이미지를 안겨주면서 다가오는 까닭이다. 1층 전시장에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Your polyamorous sphere)이란 난해한 제목이 붙은 채 매달려 있는 유리 덩어리 작품은 색유리로 이뤄진 다섯개의 각진 입체 조형물을 하나의 결정체로 결합시킨 얼개의 작품이다. 안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내부의 각진 면들이 다채롭게 광채를 발산한다.
돌아보는 위치를 바꿔가면서 세부를 살펴보면 엘이디 조명이 여러 각도에서 명멸하면서 마치 성운계에서 빛나는 별 무리를 보는 듯한 감흥을 안겨준다. 실제로는 작가가 ‘플라톤의 입체’라고 부르는, 동일한 정다각형에서 파생될 수 있는 유일한 3차원 형태 다섯개를 하나의 유리통 속에 집어넣는 고도의 수학적 계산으로 만들어졌다. 지구 자오선을 따라가는 위성의 공전 궤도를 나타낸 이른바 클렐리아 곡선을 모티브 삼아 곡선의 궤적을 유리구로 표시한 작품들 또한 궤도를 쫓아가는 수학적 원리가 반영된 작품이지만 관객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깔끔한 구체들이 그려낸 우아한 궤적에 눈을 빼앗기게 된다. 카메라의 렌즈가 태양 등의 밝은 광원을 포착할 때 무지개처럼 고리나 원의 형적이 나타나는 플레어 현상을 부각시켜 감성적인 색면의 기하 추상 화면을 만들거나, 심심한 색깔의 기하학적 원들을 중첩시키며 이들의 접하는 면을 주시하게 만드는 ‘워터컬러’ 연작들은 과학적 사고와 감성적 인식의 경계를 포착한다.
독일 베를린 스튜디오에 기반을 두고 활동 중인 엘리아슨은 2000년대 초반부터 테이트모던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과학적 원리 혹은 기술에서 얻은 영감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태양과 안개, 무지개, 폭포 등을 조형적으로 재현하고 관객에게 체험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지속해왔다. 과학과 예술의 친연성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명성을 얻었고, 지금도 이런 두 영역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생태주의 등을 역설하는 특유의 현실참여적인 작업들을 내놓고 있다. 30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피케이엠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