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정성화(왼쪽부터), 임창정, 양준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샘컴퍼니·스튜디오선데이 제공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미국 브로드웨이 바깥에선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초연하는 작품입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앰배서더서울풀만호텔에서 열린 <미세스 다웃파이어> 제작발표회에서 공동 제작사인 스튜디오선데이의 박민선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로빈 윌리엄스 주연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것으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을 거두고 난 뒤 라이선스 뮤지컬로는 세계 최초로 국내 무대에서 선보인다. 오는 8월30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해 11월6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콘셉트 사진. 샘컴퍼니·스튜디오선데이 제공
박 대표는 “가족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즐겁고 밝은 작품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알게 됐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가기 전 기획·개발 단계에서 이 작품을 알고 라이선스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브로드웨이의 오리지널 작품 프로듀서에게 직접 뜻을 전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연락했다. 한국 시장에 이 작품이 잘 어울릴 거라는 점에 오리지널 프로듀서가 동의해줬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브로드웨이 최신작이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공연한 <비틀쥬스> <하데스타운> 등은 브로드웨이 공연 뒤 곧바로 한국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이른바 세계 최초 라이선스 작품이었다.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장면. 씨제이이엔엠 제공
세계 최초 라이선스 작품들이 국내에 속속 선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뮤지컬 시장의 저변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국내 뮤지컬 연간 매출액 규모는 100억원을 밑돌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직전 연 4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전체 공연 시장 매출의 약 78%(2021년 기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코로나 상황에서도 <비틀쥬스> <하데스타운> 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신작을 큰 시차 없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브로드웨이 작품의 흥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브로드웨이 제작사들 역시 세계 시장에 나가기 위한 발판으로 한국 뮤지컬 시장을 선택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뮤지컬 시장의 양적 성장이 뮤지컬 분야에서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진 데서 찾을 수 있다. 박 대표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거의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 뮤지컬 무대에도 선보인 뒤 좋은 성과를 냈다”며 “그 결과 브로드웨이는 한국 뮤지컬과 국내의 스태프, 배우 등 창작진을 신뢰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신뢰가 없었다면 전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사진. 에스앤코 제공
케이(K)팝이 성장하면서 글로벌로 확산하듯, 국내 뮤지컬이 성장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한 점도 주요한 배경이 됐다. <비틀쥬스>의 라이선스를 들여와 세계 최초로 공연한 씨제이이엔엠(CJ ENM)의 예주열 공연사업부장은 “꾸준히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문을 두드렸기에 성과가 나왔다고 본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현지 시장에 눈높이를 맞춰나갔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업계와 네트워크를 쌓아나갔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트라이아웃 공연(정기 공연을 앞두고 일정 기간 평단과 관객 반응을 살피며 작품을 다듬는 단계)에서 라이선스 협의에 들어갔다. 박 대표는 “업계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였는데 그동안 브로드웨이 제작사와 쌓아놓은 네트워크가 있어 협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