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블랙핑크가 트와이스와 에스파를 저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블랙핑크가 지난 19일 선공개한 신곡 ‘핑크 베놈’ 가사 일부에 트와이스와 에스파를 저격한 내용이 있다는 논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핑크 베놈’ 가사는 크게 두 가지로 읽힌다. 하나는 블랙핑크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마저도 블랙핑크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는 의미다. 또 다른 하나는 케이(K)팝 걸그룹 가운데 블랙핑크가 최고라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로 읽으면 전혀 문제가 안 되지만, 후자로 해석하면 가사 곳곳에서 눈에 밟히는 대목이 있다. 특히 다른 걸그룹 팬일 경우 가사에 ‘디스’(힙합에서 상대를 비판하는 것)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제니가 부르는 ‘핑크 베놈’ 첫 부분엔 “팝콘이나 챙겨/ 껴들 생각 말고”란 가사가 나온다. 전자로 읽으면 블랙핑크가 컴백했으니, 흥미로운 영화를 보듯(‘팝콘각’) 블랙핑크의 멋진 노래와 퍼포먼스를 지켜봐 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후자로 해석하면 블랙핑크가 컴백했으니, 다른 걸그룹은 ‘꺼져’라는 의미로 읽힌다.
후자로 해석하면 ‘팝콘’은 트와이스를 떠올리게 한다. 트와이스는 영화를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를 많이 만들었다. ‘치얼업’ ‘티티’ ‘왓 이즈 러브’가 대표적이다. 8개 영화 명장면을 패러디한 ‘왓 이즈 러브’에는 멤버들이 아예 팝콘을 들고 영화를 보는 장면도 나온다. 게다가 트와이스는 멀티플렉스 씨지브이(CGV)와 손잡고 팝콘이 포함된 ‘트와이스 콤보 세트’를 내놓기도 했다.
트와이스 ‘왓 이즈 러브’ 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핑크 베놈’ 가사 중에서 “아이 토크 댓 토크(I talk that talk)/ 눈감고 팝팝(pop pop) 안 봐도 척/ 원 바이 원 덴 투 바이 투(One by one then Two by two)” 역시 입길에 올랐다.
이 가사는 ‘솔직하게 말해볼까. 내가 눈감고 총을 쏘더라도, (너희들은) 안 봐도 하나씩 둘씩 쓰러질 거야’ 정도로 해석된다. 블랙핑크 매력에 푹 빠질 것이란 의미로 읽히기도 하지만, 트와이스를 암시하는 듯한 가사가 많이 나와 ‘트와이스, 꿇어’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트와이스가 오는 26일 선보일 앨범 이름이 <비트윈 원 앤 투>(BETWEEN 1&2)이고, 이 앨범 타이틀곡이 ‘톡 댓 톡’(Talk that Talk)이다. 지난 5월 솔로로 데뷔한 트와이스 멤버 나연의 데뷔곡이 ‘팝!’(POP!)이었다.
블랙핑크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내 손끝 하나에 다 무너지는 중/ 가짜쇼치곤 화려했지”는 에스파를 디스했다는 말들이 나온다. 에스파가 코첼라 출연을 통해 블랙핑크를 뛰어넘었다는 주장을 저격했다는 것이다.
에스파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야외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에 섰다. 앞서 2019년엔 블랙핑크가 같은 페스티벌 서브 헤드라이너 무대에 섰다. 우리나라에선 메인이 더 큰 무대로 알려졌으나, 사실 서브 헤드라이너가 더 큰 무대였다.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에서 나비를 얼리는 장면도 에스파 저격용이라는 말이 나돈다. 나비는 에스파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에스파 뮤직비디오에도 자주 등장한다.
커뮤니티에는 ‘블랙핑크와 트와이스 멤버들은 사이가 좋다’ ‘끼워 맞춘 것 같다’는 반론부터 ‘한두 개가 아닌 몇개씩이나 들어 있어 일리가 있다’ ‘와이지(YG)가 힙합에 강한 소속사라서 힙합 특징인 디스가 나온 것 같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핑크 베놈’ 가사는 블랙핑크 멤버들이 쓴 건 아니다. 테디와 대니 정이 맡았다. 가사는 열린 해석이다. 이 노래의 작사가가 가사에 어떤 의미를 담았다고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해석은 듣는 이의 몫이다.
한편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는 공개 29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건을 돌파해 역대 케이팝 걸그룹 뮤직비디오 가운데 가장 빠르게 1억뷰에 도달했다. 이 노래는 미국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50’ 차트 1위에도 올랐다. 이 역시 케이팝 걸그룹 노래 가운데 최초다. 공개 첫날에만 793만회 스트리밍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