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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박창근 “무명가수 아닌 ‘아웃사이더’로 자긍심 가졌다”

등록 2022-08-25 08:00수정 2022-08-25 08:57

‘발라당 2022’ 마지막날 9월25일 공연
“정치적 잣대가 아닌 노래로 평가해주길”
가수 박창근. 엔씨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박창근. 엔씨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으로 열리는 발라드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돼 기뻐요. 어떤 분위기인지 참여하면서 느껴보고 싶어요.”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의 기획사 사무실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은 9월23~25일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에서 열리는 제1회 발라드페스티벌 ‘발라당 2022’ 무대에 서는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발라당’은 누워 있듯 편안하게 보는 페스티벌이란 뜻으로, ‘뛰지 않아도, 헤드뱅잉이 없어도, 미친 듯한 떼창이 없어도, 여행을 가듯 즐거운 페스티벌’을 내세우고 있다.

통기타를 메고 포크송을 많이 부르는 박창근은 “박학기·유리상자 선배님 노래를 듣다 보면 발라드의 감수성은 포크 음악과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지도 살짝 귀띔했다.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에 실린 ‘그대 사랑 앞에 다시 선 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저 바람처럼’을 포함해 ‘나에게’ ‘추억’ ‘소년이 소녀에게’ ‘바람의 기억’ 등으로 팬들을 맞이할 생각입니다.”

가수 박창근이 20일 서울 서초구의 음악연습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가수 박창근이 20일 서울 서초구의 음악연습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1991년 대학에 들어간 박창근은 대학교 노래패에 가입하면서 노래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 신입생 때 태권도, 클래식 기타, 영어 등 여러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우연히 제 노래를 들은 인문대 선배님들 권유로 노래패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른 동아리 출입은 소홀해지고 말았죠.”

대학생 시절 정태춘과 김광석을 알게 됐다. “1학년 때 독어독문학과 교수님이 강의하면서 추천해주신 정태춘 음반을 사서 듣고 빠지게 됐어요. <아, 대한민국…>이란 음반이었는데, 선배님의 이전 음악인 ‘북한강에서’ ‘떠나가는 배’ 등과는 무언가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었고, 다른 의미의 노래들이었어요.”

<아, 대한민국…>은 정태춘이 1990년 발표한 7집 앨범이다. 정태춘은 당시 공연윤리위원회(현 영상물등급위원회) 사전심의제도에 반대하기 위해 불법으로 제작해 발표했다. 앨범에 실린 노래는 한국 사회의 모순, 빈민이 겪는 비극 등을 다루고 있다.

“김광석은 하굣길에 레코드 가게 앞에 붙어 있던 포스터로 알게 됐죠. ‘동물원의 감성과 노찾사의 의식이 탄생시킨 이 시대의 음유시인’이라고 소개된 글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때부터 김광석이란 가수의 공연을 찾아다녔죠.”

박창근은 정태춘과 김광석을 얘기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감동을 주고 마음에 울림이 있는 노래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렇게 제 마음에 울림을 주는 노래들, 가수들을 찾게 되었죠. 그러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기도 했고요. 어느 날 노래패 연습을 마치고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함께 노래패를 하던 동기가 느닷없이 그러는 거예요. ‘너는 노래를 하면서 살아도 될 거 같아’라고요. 그 말이 조심스럽게 제 마음 안에 자리하면서 어떤 용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1999년 그는 가수로 데뷔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음악의 길을 걸었어요. 1집 앨범이 <안티 미토스>였는데, ‘신화에 반대한다’는 뜻이에요. 물질을 신격화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노래였죠.”

그는 말을 이었다. “제 친구한테 앨범 커버 사진을 부탁했는데, 동전과 지폐를 찍은 사진이었죠. 처음엔 너무 1차원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는 이해가 빠를 수도 있겠다 싶었고, 고생해준 마음이 고맙기도 해 그대로 썼죠. 그렇게 1집 음반은 카세트테이프로 출시됐어요.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몰라 알고 있는 문화단체와 서울 지역 대학가 서점 쪽으로 유통하게 됐죠. 직접 짐가방에 테이프를 싸서 들고 돌아다녔어요. 하하~.”

박창근은 2001년 록밴드 ‘가객’을 결성했다. “가객이라는 이름은 제가 지었고요. 발표했던 제 노래들을 좀 더 록 스타일로 편곡하고, 새로운 곡들도 창작해서 첫 음반을 내고 콘서트도 했어요. 대학 축제 때 많이 초청받았죠. 그때 서울 지역 거의 모든 대학교를 다 다녔던 거 같아요. 평소 궁금했던 대학교들을 볼 기회이기도 했죠.”

2012년부터 고 김광석을 소재로 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주인공 ‘이풍세’를 맡기도 했다. “제작자가 5년 전부터 함께하자고 제안했어요. 처음엔 영화였어요. 연기에 자신이 없어 ‘안 한다’고 했죠. 그런데 어느 날 대본을 뮤지컬로 바꿔 제안하는 거예요. 제 모습을 반영한 인물이 주인공이어서 ‘하겠다’고 했어요. 고 김광석 노래들로 엮은 주크박스 형태의 소극장 뮤지컬이라 김광석의 고향이기도 한 대구에서 초연했고,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 대학로에서도 공연했죠.”

박창근은 대구에서는 나름 알려진 가수였으나 전국적으로 보면 오랜 세월 무명으로 지냈다. “대중매체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음악인를 ‘무명 가수’라고 부르잖아요. 하지만 저는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해요. ‘매체에서 인기를 얻는 것만이 무조건 옮은 것인가’라고 생각했죠. 그건 선택일 수 있잖아요. 선택할 권리도 음악인들에겐 주어지는 거죠.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가치가 없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아웃사이더로서 자긍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는 지난달 미니음반 <리:본>(Re:born)을 발표했다. 타이틀곡 ‘그대 사랑 앞에 다시 선 나’(이하 ‘그대사’)는 만든 지 20년 넘도록 공개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새로 편곡해 선보였다. “‘그대사’는 밴드 활동을 할 때인 2002년 서울의 한 소극장에서 앙코르로 부른 노래예요. 이걸 팬들이 찾아냈어요. 그 노래를 정식을 발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그렇게 해서 이번 새 음반의 타이틀곡이 됐죠. 팬들에 의해 다시 태어난 노래인 거죠.”

가수 박창근. 엔씨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박창근. 엔씨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창근은 20년 넘게 포크 가수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티브이조선)에 출전했다. “처음 <내일은 국민가수> 작가님에게 참가 제안을 받았을 때 고사했어요. 전 오디션 프로그램을 잘 보지도 않았고, 자신의 음악을 누군가에게 평가받아 순위를 매긴다는 형식에도 동의할 수 없었죠. 한달여간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면서 제가 갖고 있던 생각(고집)의 이면에 다른 의미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경연곡으로 커버곡이 아니라 자작곡 ‘엄마’를 선택했다. “시청하신 많은 이들에게 결승곡답지 못한 노래를 선곡했다는 지탄도 받았어요. 하지만 자작곡으로 무대에 한 번 서고 싶어 했던 제 마음을 알았던 메인작가님이 선곡 논의 때 ‘엄마’를 제안해주셨죠. 지금도 감사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 등에 참가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저는 특정 종교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아요. 그냥 제 상식과 가치에 비춰 옳다고 생각하는 걸 찾아서 하는 편이에요. 문화예술인들을 그들의 가치나 철학, 세계관이 무엇인가에 따라 편을 갈라 흔들어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노래 그 자체로 평가해주시면 좋겠어요.”

박창근은 오는 27일 서울 케이비에스(KBS)아레나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단독 콘서트 전국투어를 한다. “이렇게 큰 규모의 단독 콘서트는 처음이에요. 1등 공약이었던 콘서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어요. 제 노래로 위안받고 위로받고 힘을 얻고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게 된 분들을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나 서로의 가치와 빛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행복해보겠습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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