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볼 수 없는 첼로와 기타 듀오 공연을 선보이는 첼리스트 문태국(28·사진 왼쪽)과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37). 롯데콘서트홀 제공
“귀족 문화에서 태어난 첼로와 서민 마을 출신인 기타의 조합을 기대해주세요.”(기타리스트 박규희)
“맛집을 추천하는 기분으로 혼자 듣기 아까운 음악들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어요.”(첼리스트 문태국)
첼로와 기타는 다른 듯 닮았고, 닮은 듯 다르다. 활을 마찰해 소리를 내는 첼로는 둔중하되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이 돋보인다. 손으로 튕겨 소리를 내는 기타는 섬세한 표현력에 천변만화하는 다채로운 음색이 특장점이다. 음역은 비슷하지만, 음량은 첼로가 압도한다. 두 연주자도 두 악기의 공통점을 역설했다. “너무 높은 톤이 아닌 음역이라 사람들이 가장 듣기 편안한 악기로 첼로와 기타가 모두 상위권에 있다고 들었어요.”(박규희) “두 악기 모두 화려하게 꽂히는 소리보다는 듣는 사람을 음악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소리를 내죠. 음악과 더 쉽게 공감하고 연결될 수 있는 소리를 내는 악기들의 만남입니다.”(문태국)
첼리스트 문태국은 자신이 ‘음악을 들리고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듀오 공연을 앞둔 첼리스트 문태국(28)과 기타리스트 박규희(37)를 지난 6일 만났다. 악기 주법을 시연하며 자분자분 음악에 관해 설명하는 두 사람도 묘하게 닮아 보였다.
첼로와 기타가 함께하는 공연은 매우 드물다. 공연은 문태국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차분하게 토닥여주고 감싸안아주는 박규희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꼭 한번 같이 무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올해 롯데콘서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문태국은 ‘평소에 못 했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직접 이 프로그램을 짜고 기획했다고 했다. 박규희는 “기타는 한 음을 치고 그다음 음을 치기까지 완전히 음악적으로 빈 공간이 되는데, 이런 아쉬움을 첼로가 메워준다”며 “마음속 상상으로만 들었던 노래를 현실에서 연주로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조합”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처음 연주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곡이다. 지금은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가 사라져 주로 피아노 반주에 첼로로 연주한다. 이번 공연에선 박규희의 기타가 피아노 반주를 대신하는 셈이다. 아르페지오네란 악기가 원래 ‘활로 연주하는 기타’란 뜻의 ‘보겐 기타레’로 불렸다니, 첼로와 기타의 이중주로는 제법 맞춤한 선곡이다. 기타 협주곡 가운데 최고의 히트곡인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 2악장과, 피아졸라의 탱고 작품 3곡도 선보인다. 음량이 작은 기타는 확성을 써서 소리의 균형을 맞춘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는 자신이 ‘음악이 생각날 때 수혈해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문태국은 2014년 파블로 카살스 첼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2016년 제1회 야노스 스타커상을 수상했고,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4위를 했다. 박규희는 국내보다 일본과 유럽에서 더 알려진 연주자다. 기타 콩쿠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벨기에 프랭탕 콩쿠르에서 여성 및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하는 등 9개 콩쿠르를 휩쓸었다. 4살 때부터 악기 연주를 시작했다는 두 사람에게도 악기 연마의 끝은 없었다. “제겐 넘을 수 없는 산이죠. 항상 어려웠고, 쉬웠던 적이 없어요. 넘어서고 싶지만, 절대로 정복할 수 없는 악기라는 걸 알고 있지요.”(박규희) 문태국은 “지금까지 첼로 없이 비행기를 타본 건 딱 한번밖에 없다”며 “열심히 올라가긴 하는데 (첼로 연주의) 끝은 안 보인다”고 했다.
박규희는 ‘사람들이 계속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 매일 듣지 않아도 한번씩 생각날 때 수혈해주는 그런 존재’가 되길 원했고, 문태국은 자신이 ‘매개체로서 음악을 느끼고 들리게 해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 했다. 두 사람의 듀오 공연은 오는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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