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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피카소, 고갱, 샤갈…‘파리 에디션’ 명작들 한자리에

등록 2022-09-20 11:00수정 2022-09-22 09:25

‘이건희 컬렉션 서양미술전’ 21일 시작
모네 <수련> 연작과 피카소 도예품 눈길
카미유 피사로 작 &lt;퐁투아즈 곡물시장&gt;(1893).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의 주요 출품작 중 하나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카미유 피사로 작 <퐁투아즈 곡물시장>(1893).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의 주요 출품작 중 하나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우리 곁에 항상 두고 본다고?

상상조차 꺼내지 못했던 서양 거장들 명작이 이제 대한민국 국민 컬렉션이 됐다. 모네와 르누아르, 고갱 같은 19세기 인상파 거장들과 피카소, 샤갈로 대표되는 20세기 거장들의 그림과 도자기 작품들이 국가미술관 소장품이 되어 관객 앞에 선보이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21일부터 과천관 1층 원형전시실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시작한다. 내년 2월26일까지 진행될 이 전시는 지난해 4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미술관에 기증한 고인의 명품 컬렉션 1488점 가운데 고갱, 달리, 르누아르, 모네, 미로, 샤갈, 피사로의 회화 7점과 피카소의 도예품 90점을 골라내면서 성사됐다. 지난 4~8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 나왔던 모네의 작품 <수련이 있는 연못>을 제외한 모든 출품작이 처음 대중과 만나는 자리다.

클로드 모네의 &lt;수련이 있는 연못&gt;(1917~20).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20).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

20일 오전 언론에 공개된 전시현장. 피카소가 말년 만든 도예 부조작품들이 진열장에 놓여있다. 노형석 기자
20일 오전 언론에 공개된 전시현장. 피카소가 말년 만든 도예 부조작품들이 진열장에 놓여있다. 노형석 기자

출품작가 8명은 19~20세기 서양 근현대미술사에서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등의 사조를 대표하는 거장들이다. 이른바 ‘벨 에포크’(좋았던 시절)로 일컬어지는 19세기 말 ~ 20세기 초 프랑스 번영기에 수도 파리에서 작업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당시 파리는 전세계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국제적인 미술 교류의 핵심 거점이었고 첨단 사조를 피워올린 본산과도 같았다. 실제로 출품작가들 중 고갱,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는 프랑스 본토박이였고, 피카소, 미로, 달리는 스페인, 샤갈은 러시아 출신이다. 이들은 파리를 공간적 배경으로 활동하면서 스승과 제자, 선후배, 동료로 얽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20세기 초반까지 서양 미술사를 만들었던 주역이 되었다.

화장토 장식을 한 피카소의 노년기 도자 작품 &lt;검은 얼굴&gt;(194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화장토 장식을 한 피카소의 노년기 도자 작품 <검은 얼굴>(194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작 &lt;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의 독서&gt;(1917~1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작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의 독서>(1917~1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파블로 피카소 작 &lt;큰 새와 검은 얼굴&gt;(1951).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파블로 피카소 작 <큰 새와 검은 얼굴>(1951).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일 언론에 공개된 특별전 전시현장. 원형 진열대에 피카소가 만든 새 모양의 도예품들이 놓여있다. 뒤쪽에 초현실주의 거장 호앙 미로의 대작 그림이 보인다. 노형석 기자
20일 언론에 공개된 특별전 전시현장. 원형 진열대에 피카소가 만든 새 모양의 도예품들이 놓여있다. 뒤쪽에 초현실주의 거장 호앙 미로의 대작 그림이 보인다. 노형석 기자

미술관 쪽은 이번 전시에서 이런 역사적 맥락을 염두에 두고 출품한 거장 8명이 동시대 파리에서 맺었던 다양한 관계에 초점을 맞춰 작품들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거장들의 그림들 사이에 숨은 연관성과 더불어, 출품작 중 가장 많은 피카소의 명품 도예품들과 다른 거장들의 그림들이 어떤 연결고리로 이어지는지도 드러내려 했다. 특히 피카소의 도자 작품들은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의 서양 미술품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1948~1971년 노년기에 제작된 ‘피카소 도자 에디션’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평가된다. 평생 회화, 조각, 판화를 만들며 보여준 다양한 주제와 기법들이 응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도자 장르를 넘어 거장의 조형의식 심층부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전은 원형 전시실 둘레를 돌아가며 펼쳐지는 네 개의 소주제 영역으로 짜였다. 첫 영역은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피사로와 고갱의 작품들이다. 피사로는 인상주의 풍경화의 대가였다. 전시에 나온 <퐁투아즈 곡물 시장>(1893)은 그가 즐겨 그렸던 시장의 다채로운 사람들 풍경을 담은 온기 넘치는 수작. 60대 후배 작가들과 함께 가담한 신인상주의 운동의 영향으로 점을 찍는 독특한 점묘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는 증권업자 폴 고갱이 화가의 삶을 시작하도록 이끌어준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전시장에 나온 고갱의 초기작 <센강 변의 크레인>(1875)은 피사로가 고갱과 처음 교유를 시작하면서 본 그림으로 추정된다. 이런 그림들을 보면서 고갱의 재능을 직감한 피사로는 그를 제자로 삼아 인상주의 회화의 작풍을 일러주고 관련 전시회 참가도 주선했다고 전해진다.

두번째 영역은 막역한 친구 사이였던 모네, 르누아르와 한참 후배 피카소의 작품들로 채워진다. 모네와 르누아르는 인상주의 그룹에서도 친분이 가장 두터웠던 지기로 화풍은 달랐지만, 평생 교유를 지속했다. 하늘과 연못, 구름과 수련이 마치 하나의 평면 속에 흐릿한 추상적 느낌의 색면으로 그려진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은 단연 눈길을 끄는 이번 전시의 화제작. 저 유명한 수련 연작의 일부분으로 현대 추상미술의 효시가 된 명작이다. 기증 직후인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규모와 구도, 제작 시점이 거의 비슷한 모네의 다른 작품이 7040만달러(798억원)란 거액에 낙찰된 바 있어 단일 작품으로는 국립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가장 높은 금전적 가치를 지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르누아르의 역작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1917~18)는 1915년부터 르누아르가 작고한 1919년까지 작품에 자주 등장했던 여성 모델 앙드레가 책을 읽는 장면을 속도감 있는 붓질로 표현했는데, 화사하고 당당한 여성상으로 대표되는 르누아르 화풍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사후 그의 초상화를 그릴 만큼 르누아르를 존경했던 피카소가 여성을 주제로 제작한 일부 도자 작품들을 함께 배치해 두 작가의 예술세계를 견줘보며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마르크 샤갈의 말년 작 &lt;결혼 꽃다발&gt;(1977~7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마르크 샤갈의 말년 작 <결혼 꽃다발>(1977~7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건희 컬렉션’ 서양미술 특별전 전시장. 가로등과 카페 탁자 의자 등을 곳곳에 놓아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의 노천카페 분위기를 살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건희 컬렉션’ 서양미술 특별전 전시장. 가로등과 카페 탁자 의자 등을 곳곳에 놓아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의 노천카페 분위기를 살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층 원형전시실. 원형 전시장 안쪽에 스탠드와 탁자, 의자 등을 비치해 카페 공간처럼 꾸며놓았다. 바닥엔 피카소가 말년기 프랑스 남부 발로리스에서 벌인 도예작업 현장을 담은 1952년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노형석 기자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층 원형전시실. 원형 전시장 안쪽에 스탠드와 탁자, 의자 등을 비치해 카페 공간처럼 꾸며놓았다. 바닥엔 피카소가 말년기 프랑스 남부 발로리스에서 벌인 도예작업 현장을 담은 1952년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노형석 기자

세번째 영역에는 스페인 출신인 피카소, 호앙 미로, 살바도르 달리의 각기 다른 개성적 작품들이 어우러져 있다. 세 사람은 모두 모국을 떠나와 파리에서 처음 만나 알게 됐다. 20세기 초 전세계 예술가들의 고향과도 같았던 파리를 무대로 교유하면서 서로 각기 다른 화력을 구축해 가는 모습들을 작품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수의 괴물 종족 켄타우로스를 주제로 그린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과 사람, 새, 별이 있는 밤 풍경을 특유의 환상적 화면으로 표현한 미로의 <회화>(1953)를 서양의 고대 신화, 새와 사람의 얼굴 등을 주제로 한 피카소의 각양각색 도자 작품과 함께 볼 수 있다.

네번째 영역의 주역은 마르크 샤갈이다. 러시아 제국의 벨라루스 출신이었던 샤갈은 1910년 파리에서 본격적인 화업을 시작했고, 피카소의 큐비즘(입체주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파리에서 피카소를 만나려 애썼지만 만나지 못했고, 1940년대 말 피카소가 도자기를 만들던 남프랑스에서 처음 대면했다. 출품작 <결혼 꽃다발>(1977~78)은 어린 시절 기억과 꿈을 몽환성이 더 강해진 화면으로 표출한 샤갈의 말년 화풍이 잘 드러난 수작이다. 역시 비슷한 주제로 작업한 피카소의 도자 작품들이 나란히 진열되면서 두 거장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전은 기존 작품 전시와는 다른 노천카페 스타일로 공간 얼개를 짰다. 원형 전시 공간 안쪽에 가로등과 카페의 탁자, 의자를 놓아 출품한 거장들이 활약했던 20세기 초반 파리 분위기를 나름 되살리며 휴식 같은 감상을 할 수 있게 해놓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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