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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앞으로 30년 더!”…BTS, 부산에서 그린 보라빛 미래

등록 2022-10-15 21:10수정 2022-10-17 02:51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콘서트
5만 아미와 함께 공연…“믿음이 필요한 시점…30년 더 갑시다”
‘비티에스 옛 투 컴 인 부산’공연 장면. 빅히트뮤직 제공
‘비티에스 옛 투 컴 인 부산’공연 장면. 빅히트뮤직 제공
“부산! 나 부산 살았다, 아이가.”(정국)

“마, 살아 있네.”(제이홉)

방탄소년단은 15일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기원 콘서트 ‘비티에스(BTS) 옛 투 컴 인 부산’에서 완전체 방탄소년단 공연을 선보이며 5만 관객을 열광으로 이끌었다.

방탄소년단이 단독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난 건 6개월 만이다. 앞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4회에 걸쳐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를 열어 20만 관객(회당 5만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 콘서트는 3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이후 7개월 만이다.

‘비티에스 옛 투 컴 인 부산’공연 장면. 빅히트뮤직 제공
‘비티에스 옛 투 컴 인 부산’공연 장면. 빅히트뮤직 제공
이날 콘서트에서 부산 출신 정국은 “ 내가 부산 살았다 아이가. 안녕하세요, 정국입니다 ” 라고 사투리로 말했고, 같은 부산 출신 지민도 “ 너무 보고 싶었다 ” 며 인사했다. 제이홉은 관객 환호를 끌어낸 다음에 “ 마, 살아 있네 ” 라고 외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공연의 시작을 알린 방탄소년단은 ‘마이크 드롭’, ‘달려라 방탄’, ‘런’으로 시작해 ‘세이브 미’까지 히트곡 메들리를 쉴 틈 없이 이어갔다.

‘다이너마이트’,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버터’ 등 히트송 무대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열광으로 몰아넣었다. 공연장에 모인 5만 관객은 방탄소년단과 함께 뛰고 호흡하며 장관을 연출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그들 역사가 담긴 앨범 <프루프>와 결을 같이 했다. 방탄소년단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레전드 무대·퍼포먼스·뮤직비디오 등이 준비됐고, 팬뿐 아니라 일반 관객도 함께 따라 부르고 즐길 수 있도록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위주로 노래가 짜졌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공연인 만큼 부산의 상징성도 담았다.

‘비티에스 옛 투 컴 인 부산’공연 장면. 빅히트뮤직 제공
‘비티에스 옛 투 컴 인 부산’공연 장면. 빅히트뮤직 제공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아이돌’이었다. ‘덩기덕 쿵더러러 얼쑤’와 같은 국악적인 요소가 들어간 이 노래가 나왔을 때 무대 영상에는 장구·한복·부채 등 우리 고유의 전통 문양이 이어졌고, 북청사자놀이도 펼쳐졌다.

무대를 마치며 제이홉은 “이젠 믿음이 필요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방탄소년단과 아미 사이에 우리의 하나 된 믿음으로 미래를 꾸려가 볼 시기가 아닌가 한다”며 공연을 마치는 소감을 밝혔다.

지민은 “나이 들기 싫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여러분과 대화할 시간이 많이 생기면서 앞으로 10년 뒤가 더 궁금해지더라. 무섭지 않고 행복할 것 같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맛보기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30년, 40년!”이라고 외치며 팬과 오랜 시간을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리더 알엠은 “내가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여러분은 알고 계실 것이다. 우리 앞에 무슨 일이 펼쳐지더라도 방탄소년단의 마음이 같다면 굳건히 잘 이겨나갈 것이다. 행복하게 공연하고 음악을 하겠다. 부디 믿음 가져달라”고 말했다.

정국은 “10년의 시간 동안 멤버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앞으로 10년 더 함께하고 싶다. 고향에서 공연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맏형 진은 “공연을 하면서 많은 생각과 감정이 들었다. 우리가 잡혀있는 콘서트는 이게 마지막이었다. ‘앞으로 콘서트를 언제 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 이 감정을 많이 담아둬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한 뒤 “내가 제이홉에 이어 두번째로 앨범이 나오게 됐다. 앨범이라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싱글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과 인연이 맞닿게 돼 노래를 하나 내게 됐다. 재밌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해 환호를 끌어냈다. 뷔는 “정말 감사하다. 보라해”라고 말해 5만 관객들을 환호케 했다.

마지막 노래는 ‘옛 투 컴’이었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 제이홉은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외쳤다.

이날 공연이 열리는 아시아드주경기장 인근은 벌써 수백명의 방탄소년단의 팬인 아미로 북적였다. 공연장 인근 전봇대에는 방탄소년단 멤버에게 애정을 전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게시됐다. 아미들은 이를 배경으로 삼삼오오 모여 인증샷을 찍었다.

15일 오후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열리는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만난 아미들. 왼쪽부터 캐시(영국)·캐서린(영국)·브리아나(미국). 정혁준 기자
15일 오후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열리는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만난 아미들. 왼쪽부터 캐시(영국)·캐서린(영국)·브리아나(미국). 정혁준 기자
공연장 앞에서 방탄봉을 들고 방탄소년단 티셔츠를 입고 보라색 마스크를 쓴 아마 일행을 만났다. 영국에서 온 캐시는 “방탄소년단 공연을 코로나 이전인 3년 전에 본 뒤 그동안 보지 못했다”며 “꼭 콘서트를 보고 싶어 이번에 부산에 오게 됐다”고 했다. 캐시는 “코로나로 콘서트가 열려도 함성을 지르지 못했는데, 이번엔 함성을 지를 수 이 있어서 맘껏 함성을 지를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캐시는 “방탄소년단 멤버 가운데 진을 가장 좋아한다”며 “진이 방탄소년단에서 계속 활동을 하거나 군대에 가거나 상관없이 어디에서든지 열심히 잘할 것”이라고도 했다.

영국에서 온 캐서린은 “한국에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왔을 때 한 학생이 방탄소년단을 알려줬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 그 뒤부터 팬이 됐다”고 했다. 미국에서 온 브리아나는 “방탄소년단 노래 가운데 ‘불타오르네’를 가장 좋아한다”며 “이번 공연을 맘껏 즐길 것”이라고 했다.

이날 콘서트장 이외에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 주차장과 해운대 특설무대에선 대형 스크린으로 공연이 생중계됐다. 콘서트를 중계한 <제이티비시>는 3.3%라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공연은 전세계 229개 국가와 지역에서 지켜봤고,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재생 수는 약 4907만건에 이르렀다.

<로이터> <블룸버그> <엔비시> 등 외신들도 일제히 이번 완전체 공연을 조명했다. <빌보드>는 “공연에는 기쁨의 눈물이 많이 보였다”고 보도하며 부산세계박람회 소식도 함께 전했다.

‘더 시티’ 프로젝트도 더해져 부산을 한층 뜨겁게 달궜다. ‘더 시티’는 콘서트 앞뒤로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 파크’를 뜻한다.

방탄소년단은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서트를 맞아 ‘더 시티’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진행했다. 당시 방탄소년단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도시 전체를 물들였던 라스베이거스는 관광청 공식 트위터 계정 이름을 ‘보라해가스’로 바꾸고 도시를 알렸다. 보라해가스는 방탄소년단 응원 구호인 ‘보라해’와 라스베이거스의 합성어다.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열리는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열리는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빅히트뮤직 제공
‘더 시티 부산’은 부산 전역을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부산시도 방탄소년단과 전세계 아미들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이른바 ‘보라해 부산’이라는 타이틀 아래 도시 전체를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부산역과 부산시청, 광안대교, 다이아몬드타워, 영화의 전당, 다대포 낙조분수, 부산신항 등 부산 대표 관광 명소들은 보랏빛 향연이었다.

공연이 열리는 아시아드주경기장 부근 도로를 대대적인 ‘보라 로드’로 조성됐다. 경기장 부근 1㎞ 구간 도로에 총 600개(2030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의미로 20에 30을 곱한 숫자)의 작은 보라색 조명을 설치됐다.

방탄소년단 9년의 역사를 담은 전시 <2022 비티에스 엑시비션: 프루프>, 부산을 주제로 제작한 ‘시티 시그니처’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식 상품 판매 스토어, 부산시 5개 호텔과 협업으로 만든 테마 패키지, 방탄소년단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멀티미디어쇼 등 다양한 테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공연으로 인해 부산을 찾은 내외국인이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메인 콘서트장인 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15일 당일 방탄소년단 팬클럽 2만여명과 일반 시민 3만여명 등 5만2000여명이 공연을 관람했다.

한편 이번 콘서트에 앞서 10만명이라는 관객을 고수하기 위해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공연 장소 선정, 부산시는 손 놓은 채 소속사에 비용을 전가한다는 비판, 콘서트 개최 확정 뒤 숙박업소 가격 폭등, 군 복무 관련 박형준 부산시장의 거듭된 발언 등 여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산/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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