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말’ 까맣게 될 때까지 연습하면서 ‘안티프래자일’을 느꼈어요.”
17일 온·오프라인에서 열린 르세라핌의 두번째 앨범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발매 쇼케이스에서 일본인 멤버 카즈하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 사람이 말하기 어려운 ‘이응 받침’을 잘 발음하지 못해 ‘양말’을 ‘얀말’로 발음했지만, 새 노래를 준비하기 위한 르세라핌의 노력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안티프래자일’은 ‘깨지기 쉬운’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프래자일’(fragile)에서 나온 말로, 충격을 가할수록 강해진다는 뜻이다. 이날 쇼케이스 사회자가 ‘안티프래자일’을 언제 느꼈냐고 묻자, 사쿠라는 “비를 맞으며 (뮤직비디오) 찍을 때”라고 답했고, 카즈하는 “얀말 까맣게 될 때까지 연습하면서”라고 했다.
<안티프래자일>은 5월 데뷔한 르세라핌이 약 5개월 만에 선보인 앨범이다. 힘든 시간을 성장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더 단단해지겠다는 각오를 담아냈다. 방시혁 하이브 총괄 프로듀서가 타이틀곡 작곡에 직접 참여했다. 또 허윤진은 3곡, 사쿠라는 1곡의 작사에 힘을 보태 완성도를 높였다.
앨범에는 동명의 타이틀곡 ‘안티프래자일’을 비롯해 굵은 리듬과 리듬감 있는 베이스라인이 돋보이는 ‘더 하이드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노 셀레셜’, 사쿠라·허윤진·미국 팝 가수 세일럼 일리스 등이 참여한 ‘굿 파츠’ 등 다섯 곡이 실렸다.
타이틀곡 ‘안티프래자일’은 흥겨운 아프로 라틴(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의 음악을 혼합한) 비트가 귀에 착착 감기는 곡으로 ‘안티프래자일’이라는 단어가 반복돼 중독성을 자아낸다.
이 노래에서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케이(K)팝 걸그룹에 도전한 카즈하는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토슈즈”, 아이즈원 출신의 사쿠라와 김채원은 “무시(하지)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라고 자신의 과거 경험도 숨김 없이 꺼내 든다.
리더 김채원은 “우리가 가는 길이 다 꽃길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하지만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다. 목표가 있고 그 어려움도 헤쳐나가겠다는 생각이 확실한 팀이라 이를 앨범에 잘 담았다”고 소개했다.
사쿠라는 “저랑 채원이는 (아이즈원 이후) 재데뷔여서 거기서 오는 부담도 있었고 윤진이는 아이돌을 그만하려고까지 했다. 카즈하는 15년 하던 발레도 그만뒀다”고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채원이가 리더로 많이 성장한 것 같고 리더미가 느껴지더라”며 “그를 오래 봐왔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신기하고 대견하다. 나 스스로는 이번 곡의 표정 변화가 많은데 무대에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표정 변화를 많이 해보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멤버들은 안무가 어려웠다고 했다. 김채원은 “안무 난이도가 정말 어렵다. 초반에는 처음 해보는 동작도 많아서 소화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데뷔 때보다 모든 면에서 한단계 올라간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사쿠라도 “데뷔 활동이 끝나자마자 준비를 시작했는데 첫 앨범에 실린 ‘피어리스’보다 최소 2배는 어렵다. ‘안티프래자일’을 하니 ‘피어리스’가 발라드처럼 느껴졌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르세라핌 미니 2집 <안티프래자일>은 이날 오후 6시에 발매된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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