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김창완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
가수 김창완은 밴드 산울림 데뷔 45돌을 맞아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날 인터뷰 내용 가운데 산울림 노래 3곡(‘너의 의미’ ‘어머니와 고등어’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못다 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어머니는 ‘어머니와 고등어’를 들으시고 섭섭해 하셨어요.”
산울림 맏형 김창완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와 고등어’는 김창완이 1983년 낸 첫 솔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에 실린 노래다. 통기타 전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포크송 스타일로 가사는 짧고 단순하다. 한밤중에 목이 말랐던 아들이 냉장고를 여니 한 귀퉁이에 소금에 절인 고등어 한 마리가 있었고, 고등어를 넣어두신 어머니는 조그맣게 코를 골며 주무신다.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겠다며 좋아한다는 내용이다.
김창완은 이 노래가 실제로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고등어를 보고 만든 건 아니라고 했다. “대학교 때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집에 오면 엄마는 항상 산더미 같은 집안 일을 하고 계셨죠. 매일 빨래·청소·설거지하시니 손목이 시큰거려 손목 아대(손목보호대)를 하곤 했어요.”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날도 친구와 한잔하고 집에 왔는데, 엄마가 ‘손이 시큰거린다’면서 마당에 빨래 널어놓고 계셨어요. 그런 엄마 모습을 보고 떠올려 쓴 노래였죠.”
‘목이 말라’라는 가사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어머니와 고등어’에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라는 가사가 나오죠. 술 먹은 뒤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연 거였죠. ‘술 먹고 나서’라고 가사를 쓰기엔 좀 그래서 다른 표현으로 바꾼 거죠.”
‘어머니와 고등어’가 실린 김창완 솔로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 엘피(LP) 앨범. 대성음반 제공
김창완은 이 노래 모티브가 ‘엄마의 고단함’이라고 했다. 고단한 엄마를 달래주고 싶어 이 노래를 지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은 김창완 어머니는 서운해했다고도 했다. “엄마는 라디오에서 제가 부른 이 노래가 나오는 걸 들으시고, 굉장히 섭섭해 하셨어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는 고등어보다 비싼 아지(전갱이)를 아들들에게 먹게 했어요. 옛날엔 고등어가 아주 싼 생선이었거든요. 그래서 아들에게 싼 고등어나 먹이는 엄마로 보일까 봐 그런 거였죠. 하하.”
지난달 에미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받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도 ‘어머니와 고등어’를 잠깐 들을 수 있다. 드라마에서 기훈(이정재)이 지하철역에서 뺨을 맞고 번 돈으로 상우 어머니의 생선 가게에 가서 고등어를 사 들고 집에 돌아가면서 흥얼거리는 노래가 ‘어머니와 고등어’였다.
이 노래는 처음 들을 때는 개구쟁이 아들이 장난스럽게 부르는 노래처럼 들리지만, 나이가 들수록 다른 느낌으로 들린다. 따뜻한 집밥을 함께 했던 가족과 어머니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어머니와 고등어’ 조회 수는 79만이 넘는다. 댓글 역시 이 노래와 함께한 추억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많았다.
아이디 ‘Kim***’는 “보통 이 노래가 어린 시절에는 웃기게 들린다더니. 이젠 이 노래가 괜히 찡하게 들리네요. 훗날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소한 행복들…. 개인적으로 가장 큰 행복이라면 아직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을 때네요. 오늘 퇴근 후 어머니의 집밥을 두둑이 먹으려 합니다”라고 썼다.
‘삼각**’는 “이제는 어머니가 해주시는 고등어를 먹을 수 없네요ㅜㅜ.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이렇게 비가 오면 더 생각나네요”라고 적었다.
‘소영**’는 “어릴 때 들을 적엔 우습던 노래가 오십 넘은 엄마가 되어 들으니 이 밤 눈물이 나네요. 소금에 절여놓은 고등어에 웃음 짓고 엄마만 봐도 좋은 아들. 그런 아들 가진 엄마가 부럽네요”라고 올렸다.
‘리쇼**’는 “나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의 추억이 있습니다. 어릴 적 명절 새벽 고속도로에서 아버지랑 같이 불렀던 게 생각나서 들어 이 노래를 들어 봅니다”라고 했다.
‘어머니와 고등어’가 실린 김창완 솔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 시디(CD) 앨범. 대성음반 제공
이처럼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는 철이 들면 새롭게 다가오는 노래다. 어머니가 소금에 절여놓은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하는 철없는 자식이 부모가 되고 늙어가면서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뒤늦게나마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