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 사진. 쇼비얀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엔 ‘딱’이다. 지난 9월29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북문 소광장 에프비(FB)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2022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얘기다.
공연 제목 ‘푸에르자 부르타’(푸에르사 브루타)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을 뜻하고, ‘웨이라’(와이라)는 잉카제국을 세운 중남미 원주민 말로 ‘신의 바람’을 의미한다. 제목처럼 공연은 광란의 축제로 다가온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포스터를 보니 어두운 조명의 클럽 분위기 같아서 관객 대부분이 젊은층일 거라 여겼다. 착각이었다. 엄마와 딸이 공연을 보러 오거나, 부부가 함께 온 중년층도 많았다.
‘2022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포스터. 쇼비얀엔터테인먼트 제공
3년 만에 한국 귀환을 알린 ‘푸에르자 부르타’는 관객이 배우 연기를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관객 참여형(이머시브) 공연이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주제로 공연은 펼쳐진다.
이 공연은 무대와 객석 경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배우는 벽, 천장, 바닥 등 모든 공간에서 불쑥 나왔다. 이 때문에 관객은 어디서 공연이 펼쳐질지 기대를 안고 두리번거리게 된다.
공연 첫 대목에 나오는 ‘코레도르’는 많은 이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어둠이 깔린 공연장 한가운데서 현대인을 상징하는 흰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러닝머신 위를 미친 듯이 달렸다. 비바람에 맞서 달리고, 러닝머신 위의 다른 사람을 피해서도 달렸다. 그러다 그가 온몸으로 (종이)벽을 부술 때 관객들은 환호했다.
‘2022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 사진. 쇼비얀엔터테인먼트 제공
커다란 수조가 공중에서 내려오며 시작하는 ‘마일라’ 역시 인기였다. 공중의 커다란 수조에선 네명의 배우가 자유롭게 엉키고 미끄러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관객이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의 수조 안에서 배우들은 헤엄치고, 수조를 두드리고 뛰어다니며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수조가 관객 머리 바로 위까지 내려와 그 안에서 유영하는 배우들과 투명한 수조 막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댈 수도 있었다.
공연장 가운데 세운 타워를 중심으로 배우들이 북 치고 노래 부르는 ‘무르가’ 무대에서도 종이로 만든 상자를 여러차례 신나게 부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모티브로 한 작품 기획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무대였다. 이번 공연에 추가된 ‘라그루아’에선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내달리는 배우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었다.
여러 장르로 이뤄진 신나는 음악은 공연장을 클럽처럼 흥겹게 만들었다. 배우들은 불쑥불쑥 나타나 스티로폼으로 관객 머리를 장난스럽게 내리치거나, 함께 춤을 추며 끊임없이 교감했다. 종잇조각이 깃털처럼 휘날리는 장면도 장관이었다.
‘2022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 사진. 쇼비얀엔터테인먼트 제공
‘푸에르자 부르타’가 매번 기대를 모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초대 손님이다. 올해는 슈퍼주니어 은혁과 배우 최여진이 초대 손님으로 참여한다. 은혁은 ‘코레도르’ 무대에서, 최여진은 ‘마일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장에는 가방 같은 짐을 안 들고 가는 게 좋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연 볼 때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짐을 가져갔다면 공연장에 있는 유료 보관함에 맡길 수도 있다. 공연은 머리 위에서 펼쳐지는 무대가 많다. 고개를 숙여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자주 보는 탓에 거북목 증세가 있다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이 공연을 보며 증세를 다소 완화시킬 수도 있다. 70분 동안 서서 보기 힘든 장애인이나 나이 있는 이들을 위해 의자도 마련해뒀다. 공연은 12월26일까지 이어진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