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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최백호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 어려웠지만 또 신선했죠”

등록 2022-12-15 08:00수정 2022-12-15 13:38

신인 작곡가·후배 가수들과 만든 앨범 ‘찰나’ 발표
지난 7일 가수 최백호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 작업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지난 7일 가수 최백호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 작업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삶이란 순간순간인 찰나와 찰나가 연결된 거죠. 그러니 이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내야 하는지가 중요해요. 이번에 나온 ‘찰나’는 이런 공감을 할 수 있는 노래예요.”

지난 7일 오후 5시, 가수 최백호(72)의 서울 여의도 아파트 작업실. 도시 빌딩 사이에 걸린 석양빛이 통유리로 들어왔다. 인터뷰를 시작할 즈음 해는 바로 져버렸다. 해 질 녘은 그가 부른 노래처럼 ‘찰나’ 같았다.

최백호는 지난달 10일 앨범 <찰나>를 선보였다. 앨범 기획은 지난해 말 시작했지만, 올여름 건강이 나빠져 녹음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앨범에선 최백호와 잘 어울리는 겨울의 쓸쓸함이 묻어난다.

“인생을 담은 한권의 책처럼 전해드리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앨범은 인생을 그렸다. ‘덧칠’(20대), ‘개화’(30대), ‘변화’(40대), ‘그 사람’(50대), ‘나를 떠나가는 것들’(60대) 등 노래마다 각 세대에 어울리는 느낌이 물씬 난다. 타이틀곡 ‘찰나’와 최백호가 직접 작사·작곡한 ‘책’은 이런 인생을 정리하는 노래다.

앨범은 타이거제이케이(JK)·지코·죠지·콜드·정승환 등 후배 가수와 협업해 만들었다. “후배 가수들과 함께 노래하면서 안 가본 길을 갔다 온 느낌이 들었죠. 눈 내리는 날, 첫 발자국을 남기듯 낯선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만들었던 노래와 전혀 다른 멜로디와 박자, 형식이 모두 새로웠어요. 어렵기도 했지만 신선했죠.”

타이틀곡 ‘찰나’는 지난날과 앞으로 맞을 날을 성찰하는 내용을 최백호만의 깊은 감성으로 표현한 노래다. 마침 동갑내기인 조용필도 지난달 ‘찰나’라는 노래를 선보였다. “조용필씨의 ‘찰나’를 들어봤어요. 노래가 참 좋았어요. 서로 다른 ‘찰나’란 걸 찰나 만에 알게 됐죠.” 그렇다. 조용필의 ‘찰나’가 청춘의 첫 만남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록이라면, 최백호의 ‘찰나’는 인생을 관조하는, 무겁지만 벅차오르는 발라드다.

앨범 &lt;찰나&gt; 표지.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앨범 <찰나> 표지.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앨범 표지는 최백호가 직접 그린 작품이다. “제가 바다를 연상하게 한다는 얘기를 팬들에게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바다 그림 가운데 하나를 앨범 표지로 했죠. 팬들이 좋아할 만한 걸 골라봤어요.”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와 ‘낭만에 대하여’는 두말할 것 없이 바다 내음 나는 노래다. 2017년에 낸 ‘바다 끝’ 역시 마찬가지다.

최백호는 타이거제이케이와 힙합 곡 ‘변화’를 협업하며 처음 힙합을 만났다고 했다. “타이거제이케이 아버님이 언론사 기자 출신인데, 미국에서 잠시 살 때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타이거제이케이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이렇게 함께 노래하게 될 줄 몰랐어요. 인연이란 게, 허허.”

힙합과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최백호는 래퍼 개코·지코와 함께 내년에 힙합 앨범을 내기로 했다. “셋이서 의기투합했어요.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최백호(최배코)가 개코·지코와 함께 힙합의 ‘3대 코’를 만들어 나갈지 기대된다.

죠지와 함께한 일렉트로팝 ‘개화’도 처음 도전한 장르다. “제가 해왔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리움을 노래한 ‘그 사람’은 후배가 아닌 선배 가수 정미조와 함께했다. “제가 직접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참여해주셨죠. 정미조 선배가 너무너무 잘 소화해주셨어요.”

가수 최백호.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가수 최백호.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최백호는 앨범을 내면서 6년여 만에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흑백으로 촬영한 ‘찰나’ 뮤직비디오에 그는 홀로 나온다. “촬영감독이 흑백으로 가자고 했는데, 노래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차 마시는 분위기도 내고, 글 쓰는 연기도 했는데, 좋았어요. 마침 촬영 당일 비가 내려 더 운치가 났죠.”

그가 이 앨범을 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젊은 음악가들을 위하는 데 있다. “신인 작곡가들이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잖아요. 저 역시 신인 때는 그랬죠. 선배 가수로서 낮은 자존감을 높여줘야 하는 게 맞잖아요. 그래서 젊은 작곡가들에게 ‘당신 음악이 참 좋다’라는 말을 많이 해요. 이 앨범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좋은 곡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하면서 시작된 거였죠.” 앨범에 실린 노래는 씨제이이엔엠(CJ ENM)의 신인 작곡가 육성 프로그램 ‘오펜뮤직’ 출신 작곡가들이 썼다.

젊은 연주자를 위한 배려도 보였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연주자들이 설 무대가 없어요. 노래마다 다른 연주자들이 연주하도록 했어요. 그들도 먹고살아야지 않겠어요.”

지난 7일 가수 최백호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앞에 있는 초상화는 최백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최원봉 전 국회의원)를 그린 작품이다. 정혁준 기자
지난 7일 가수 최백호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앞에 있는 초상화는 최백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최원봉 전 국회의원)를 그린 작품이다. 정혁준 기자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아버님이 앞에 계셔서 거짓말을 한마디도 못했다”며 웃었다. 책상에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최원봉 전 국회의원) 사진과 최백호가 그린 아버지 초상화가 놓여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최백호의 ‘찰나’를 다시 들었다. 그 노래엔 신인 음악가들이 작곡하고 연주한, 웅장하면서도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들어 있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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