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자재단 상임이사이자 중견 전시기획자로 활동 중인 장동광(62)씨가 지난 21일부터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수채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주유·폐포파립(周遊-幣袍破笠)-장동광의 수채화여행’이란 제목이 붙은 반원형 전시장엔 지난 10여년간 세계와 한국의 곳곳을 돌며 미술 여행을 떠날 때마다 꼭 스케치북에 짬 나는 대로 그렸던 수채화 드로잉들이 나왔다. 섬세한 잉크 펜의 선과 수채물감의 소박한 색감이 어울려 그가 몸으로 겪고 눈으로 투시하며 머리로 생각했던 기행 당시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13년 그린 몽골의 지평선을 시작으로, 독일 카셀의 헤라클레스상,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들녘과 코모 호수의 빌라 풍경 등을 거쳐 올해 눈에 넣은 제주 서귀포 바다에 이르기까지 기행 당시의 단상들이 끄적거리는 느낌으로 차곡차곡 화폭에 펼쳐지면서 관객의 시선을 이끌어간다. ‘폐포파립’이란 해진 도포와 낡은 갓이란 뜻이다. 조선 말기 서화사의 최고 예인이었던 추사 김정희가 말년 각지로 고달픈 귀양의 여정을 떠나면서 드러낸 풍모를 상징한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노트에서 “전시기획이라는 지적인 사유에 몰입해 온 큐레이터로서 틈틈이 여행 중 느낀 단상을 즉흥적인 속필로 그리며 그때의 감성을 남겨두려고 한 호모 파베르(도구적 인간)의 흔적”이라고 출품작들을 소개했다. 31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