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이 준비한 계묘년 설맞이 공연 <설-껑충> 가운데 처용무. 국립국악원 제공
설 연휴에도 공연장은 문을 열고 관객을 기다린다. 장거리 여행도 좋지만 붐비지도, 막히지도 않는 집 근처 공연장을 찾는 것도 연휴를 즐기는 좋은 방법의 하나다.
국립국악원은 계묘년 토끼띠의 해를 맞아 판소리 <수궁가>를 주제로 꾸민 설맞이 공연을 준비했다. <설-껑충>이란 제목에서부터 토끼의 힘찬 도약이 느껴진다. 설날 당일인 22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인다. 능청스러운 기지로 난관을 뚫고 위기를 모면하는 토끼의 이야기가 공연의 기둥이다. 소리꾼 김봉영과 황애리의 맛깔스러운 재담에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우렁찬 ‘대취타’ 연주가 더해진다. 액운을 막고 행운을 부르는 ‘처용무’, 토끼처럼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추는 ‘소고춤’은 국립국악원 무용단과 민속악단이 준비했다. 판소리 <수궁가> 중에서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의 언변 대결이 압권이다. 이날 공연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국악관현악 연주로 함께한다. 봉산사자와 북청사자가 함께 나와 신명 나는 장단에 맞춰 뛰노는 ‘판굿과 사자놀음’도 만날 수 있다. 공연에 앞서 오후 1시부터 국립국악원 잔디광장에서 다양한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공연 뒤엔 관객들에게 약과 복주머니를 증정한다.
국립무용단이 준비한 설맞이 공연 <새날> 가운데 소고춤 추는 장면. 국립무용단 제공
남산 자락 국립극장에선 국립무용단이 풍성한 전통춤 한마당을 풀어낸다. 20~24일 우리의 전통춤과 음악을 버무린 설 기획공연 <새날>을 하늘극장 무대에 올린다. 국립무용단이 2018년부터 명절마다 다양한 우리 춤 레퍼토리를 부담 없이 즐기도록 준비해온 기획공연이다.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태평무’, 웅장한 타악으로 땅의 울림을 표현한 ‘태’, 남성 군무의 진수를 보여주는 ‘품’을 관람할 수 있다. 호쾌한 움직임의 ‘호적시나위’, 오래된 궁중무용을 안무한 ‘구음검무 단심 둘’을 선보인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평채 소고춤’, 풍류 ‘산수놀음’도 감상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극 무대도 이어진다. 원로배우 신구가 출연하는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국립극장 달오름극장)는 폐관을 앞둔 충청도 시골 영화관이 배경.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유머와 애정을 담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연극 <레드>(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불꽃같은 삶을 다룬 2인 연극이다. 미국 최고 권위의 연극상 토니상 여러 부문을 휩쓴 작품. ‘명품 배우’ 유동근과 정보석이 번갈아 주연으로 출연한다. 구순을 앞둔 원로배우 이순재가 연출하고 출연도 하는 연극 <갈매기>(유니버설아트센터)는 안톤 체호프의 희곡이 원작이다. 연기 전공생이라면 누구나 접하는 고전 연극이다. 연극 <미저리>(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는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으로,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배우 김상중과 길해연, 서지석과 이일화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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