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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넷플 공무원’ 별명 듣던 박해수, 파우스트 연극무대 돌아왔다

등록 2023-03-22 13:36수정 2023-03-23 02:02

엘지아트센터 연극 ‘파우스트’ 31일 개막
유인촌 파우스트·박해수 메피스토펠레스역
연극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를 맡은 배우 유인촌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연기하는 배우 박해수의 연습 장면. 엘지아트센터 제공
연극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를 맡은 배우 유인촌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연기하는 배우 박해수의 연습 장면. 엘지아트센터 제공
“태초에 계약이 있었노니라.” 파우스트 박사(유인촌)가 공허한 표정으로 말한다. “항상 악을 행하지만, 늘 선을 위해 애쓰지요.” 검은 개 가죽을 쓰고 정령들에 둘러싸인 채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박해수)는 정체를 묻는 파우스트에게 이렇게 답한다. 2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엘지(LG)아트센터 연극 <파우스트> 연습 현장. ‘연기 고수’ 유인촌과 박해수가 처음 대면하는 파우스트 박사의 서재 장면이다. ‘연륜의 배우’ 유인촌이 느긋하고 능수능란했다면, ‘대세 배우’ 박해수는 얼음과 불꽃이 공존하듯 강렬하고 천변만화했다.

박해수는 짧은 시연 속에서도 ‘연기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우렁찬 성량, 또렷한 발성에 시시각각 변하는 낯꽃으로 두 팔 휘적이며 춤이라도 추듯 온몸으로 연기했다. 배시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코드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주구장창 연습했다. 다양하게 몸을 쓰고 소리를 내보며 홀딱 벗고 연습하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인지도가 치솟고,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박해수에겐 요 몇 년 새 ‘넷플릭스 공무원’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수리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야차> <사냥의 시간> 등 유난히 넷플릭스 작품에 자주 출연해서다. 그에게 이번 작품은 2017년 <남자충동> 이후 6년 만의 연극 무대다. 그의 연기인생도 연극에서 시작했으니, 2007년 연극 <안나푸르나>가 그의 데뷔작이다.

연극 <파우스트>ㅇ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연기하는 배우 박해수. 박해수는 “악의 평범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연극 <파우스트>ㅇ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연기하는 배우 박해수. 박해수는 “악의 평범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악의 평범성에 초점을 맞췄어요.” 박해수가 간담회 도중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에게 저작권이 있는 용어를 꺼냈다. 엄청난 악을 저지른 사람도 괴물이나 악마 같은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며, ‘생각없음’ 또는 ‘사유불능성’이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란 개념이다. 아렌트가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해 널리 알려졌다. 박해수는 이를 염두에 둔 듯 “아주 악한 인물일지라도 그 시초에는 어떤 씨앗이 뿌려졌을까 고민하면서 연극을 준비했다”고 했다.

“연극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죠.” 유인촌은 “괴테가 250년 전에 썼지만 200년 뒤의 미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욕망이 질주하는 현대인에게 이 연극의 결말이야말로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1997년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 역을 연기했던 그는 “과거 메피스토를 할 땐 파우스트가 고통스럽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걸 이제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연극 <파우스트>에서 그레첸을 연기하는 배우 원진아와 젊은 파우스트 역을 맡은 배우 박은석. 엘지아트센터 제공
연극 <파우스트>에서 그레첸을 연기하는 배우 원진아와 젊은 파우스트 역을 맡은 배우 박은석. 엘지아트센터 제공
이 연극엔 주연배우 4명이 단일 캐스트로 출연한다. 1막의 유인촌에 이어 메피스토에게 젊음을 선물 받은 2막의 ‘젊은 파우스트’는 박은석이다. 두 배우가 같은 배역을 나눠 연기하는 ‘2인1역’인 셈이다. 박은석은 “유인촌 선생님이 끌어오신 다 된 밥에 코 빠트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라며 웃었다. 젊은 파우스트와 거리에서 마주쳐 위태로운 사랑에 빠지는 소녀 그레첸은 원진아가 연기한다.

연출은 고전의 현대적 해석에 탁월한 양정웅이 맡았다. 그는 “고전은 시간과 공간,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어 인간의 본질을 다루고 원형을 보여준다”며 “특히 메피스토의 대사는 현대인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꿰뚫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연 시간은 165분. 객석 1335석의 대극장 엘지시그니처홀에서 오는 31일부터 4월 29일까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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