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조승우 7년 만의 컴백…‘오페라의 유령’ 4개의 열쇳말

등록 2023-04-04 08:00수정 2023-04-04 11:13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조승우. 에스앤코 제공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조승우. 에스앤코 제공

1일 오후 2시 부산 남구 문현동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 13년 만에 막이 오른 한국어 라이선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1700여 관객이 이곳을 찾았다. 뮤지컬은 배우 조승우가 주인공(유령)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조승우가 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며, 새 뮤지컬 작품에 도전하는 건 7년 만이다. 부산 공연에서 그가 출연하는 회차는 전부 매진된 상태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 지하실에 숨어 사는 정체불명의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과 질투를 다룬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제작자 겸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뮤지컬로 만들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988년 첫선을 보이며 최장기간(35년) 공연된 작품이다.

&lt;오페라의 유령&gt;에서 유령(조승우)이 크리스틴(손지수)을 데리고 호수를 건너 지하 미궁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 오페라의 유령 명작면으로 손꼽힌다. 에스앤코 제공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조승우)이 크리스틴(손지수)을 데리고 호수를 건너 지하 미궁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 오페라의 유령 명작면으로 손꼽힌다. 에스앤코 제공

부산에서 막이 오른 <오페라의 유령>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샹들리에·나룻배·키스·조승우다.

먼저 샹들리에. 1t에 이르는 샹들리에는 이 뮤지컬 무대 장치의 백미로 불린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샹들리에는 막이 오르면서 관객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 천정을 타고 올라가다 ‘훅’ 내리꽂는다. 샹들리에는 유령의 미친 듯한 분노와 사랑, 그리고 회한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치로 이 작품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lt;오페라의 유령&gt; 1막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화려한 샹들리에 모습. 에스코 제공
<오페라의 유령> 1막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화려한 샹들리에 모습. 에스코 제공

다음은 나룻배. 유령은 크리스틴(손지수)을 나룻배에 태워 오페라하우스의 지하 미궁으로 노를 저어 이끈다. 물길을 건널 때 일렁이는 촛불들은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하고,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메인 넘버(노래)인 ‘오페라의 유령’은 소름을 돋게 한다. 웨버가 이 작품을 만들 당시 사귀던 고음의 가수 세라 브라이트먼을 위해 만든 노래로, 4옥타브 미(E6)까지 고음이 치솟는다.

나룻배는 유혹과 사랑을 동시에 함축한다. 유령이 크리스틴을 유혹해 지하 미궁으로 가는 무대 장치가 나룻배였지만, 사랑하는 라울과 크리스틴이 유령에서 벗어나는 장치 역시 나룻배다.

그리고 키스. 유령에게 납치된 크리스틴은 유령에게 키스해준다. 노래·작곡·건축 등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지만 흉측한 얼굴 때문에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던 유령이 처음 받은 키스였다. 그 키스로 악당 유령은 선한 유령으로 바뀐다. 유령은 집착에서 벗어나 사랑한 사람을 놓아주게 된다. 크리스틴의 키스는 악당조차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보편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lt;오페라의 유령&gt; 공연이 마친 뒤 관객이 기립박수로 환호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이 마친 뒤 관객이 기립박수로 환호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마지막은 조승우다. 콤플렉스 덩어리 유령을 조승우는 뼈를 불태우듯 소화했다. 조승우는 세상에 저주를 퍼붓다가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애절함을 호소하는 상처 입은 영혼의 유령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2막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틴의 키스를 받은 그는 눈물을 쏟아내고 두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감정의 낙차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가면으로 얼굴 절반을 가렸지만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뿜어냈다. 유령이 폭발적 성량으로 무대를 장악해야 하는 만큼 조승우는 따로 보컬 발성을 훈련했다고 한다.

조승우는 첫 공연을 마친 뒤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이 역할이 내 옷이 아닌지 고민하면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많이 떨었고 실수도 잦았지만,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지킨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lt;오페라의 유령&gt;에서 배우 40여 명이 다채로운 옷을 입고 다 함께 노래하며 춤추는 2막 가면무도회 장면. 에스앤코 제공
<오페라의 유령>에서 배우 40여 명이 다채로운 옷을 입고 다 함께 노래하며 춤추는 2막 가면무도회 장면. 에스앤코 제공

<오페라의 유령>은 서울에 앞서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먼저 막을 올렸다. 뮤지컬 <캣츠> 내한 공연 역시 서울 공연에 앞서 김해·세종·부산 등을 훑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런 추세에 대해 <오페라의 유령> 제작사인 에스앤코의 신동원 대표는 “이전엔 부산에서 섬세하고 복잡한 장면 전환이 많은 대형 뮤지컬을 소화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었지만, 드림씨어터가 생기면서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런 하드웨어와 더불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분석도 나온다. 대작 뮤지컬이거나 조승우처럼 강력한 팬덤이 있는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이면 지역에서도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지역 시민의 문화 소비 수요가 높아진 점도 부산에서 초연이 잇따르는 이유로 거론된다.

뮤지컬 &lt;오페라의 유령&gt; 포스터.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 에스앤코 제공

부산/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