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깁슨, Sacred Land, 올리브산, 예루살렘, Archival Pigment Print, 2019(1)
초현실주의 사진 거장 랄프 깁슨의 사진전 ‘세이크리드 랜드 (Sacred Land)’가 13일부터 10월 중순까지 부산 고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은 지난해 10월 개관했다 .
1939년 캘리포니아 할리우드에서 태어난 랄프 깁슨은 1956년 미 해군에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1961년에는 도로시아 랭의 조수로 , 1967년에 로버트 프랭크의 조수로 일했다 .
1970년 첫 사진집 〈몽유병〉 (The Somnambulist)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여권 이상의 사진집을 냈고 전세계에 걸쳐 수백회 이상의 사진전을 열었다 . 〈세이크리드 랜드〉는 그가 낸 가장 최근의 사진집 이름이기도 하다 .
랄프 깁슨이 직접 쓴 작가노트를 소개한다 .
이스라엘은 본질적으로 석회석 , 즉 칼케어 (calcaire) 위에 지어졌다 . 본래 무르고 채석장에서 사각형으로 자르기 쉬운 석회석은 대기에 노출되면 단단해진다 . 그래서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존재감이 커지고 강해진다 . 시간 그 자체만큼 영속성을 얻는다 . 이는 사람들이 거스를 수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사실이며 , 건축가와 엔지니어 , 성직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 이런 내구성은 우리를 아주 먼 과거로 이끌어간다 . 이 때문에 우리는 “다윗 왕이 이곳에 살았다”거나 “예수가 이곳을 걸었다” 같은 말들을 듣게 되는 것이다 .
빛은 명쾌하고 광학적이며 지중해의 색을 띠고 있다 . 고대의 광휘는 굴절되어 신화와 성서의 지혜로 이어진다 . 인간으로서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 배치된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 나는 도시의 긴 역사 속에서 거리의 사람 하나하나가 각자 자신만의 고고학자가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 예루살렘의 거리를 걸으면서 난생처음으로 나 자신의 인간성을 느꼈다 .
수천 년 전에 돌에 새겨지거나 고대의 양피지 책에 쓰인 글들은 그때에도 지식과 표현이 필요했음을 드러낸다 . 한때는 끌이 최신 기술로 여겨졌다 . 오늘날의 지식은 이 나라의 최고 지성들이 인류의 야망을 추구하는 첨단 컴퓨터과학과 생명공학 실험실에서도 계속해서 진보하고 있다 .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 또한 가장 젊은 국가로서 외부 위협으로부터의 생존과 내부적인 자기정의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 이 나라는 자신을 바다로 몰아넣으려는 적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으며 국가의 본질에 도전하는 자국민들과의 대립에 직면해 있다 . 그러나 이스라엘은 자유세계에 의해 우리 시대의 기적으로 인정받는다 . 위대한 작곡가 모튼 펠드먼의 말 대로 “비극은 양쪽이 모두 옳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지성과 문화를 씨앗처럼 전 세계에 퍼뜨리는 유대인 디아스포라가 없다면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이겠는가 ?
ⓒ랄프 깁슨, Sacred Land, 석관 뚜껑의 고르곤 머리, 카이사레아, Archival Pigment Print, 2019
ⓒ랄프 깁슨, Sacred Land, 예루살렘, Archival Pigment Print, 2019
ⓒ랄프 깁슨, Sacred Land, 베레시트 호텔, 미츠페 라몬, Archival Pigment Print, 2019
ⓒ랄프 깁슨, Sacred Land, 올리브산, 예루살렘, Archival Pigment Print, 2019(2)
ⓒ랄프 깁슨, Sacred Land, 베두인족 마을, 베레시트, Archival Pigment Print, 2019
ⓒ랄프 깁슨, Sacred Land, 텔아비브 도착, Archival Pigment Print, 2019
ⓒ랄프 깁슨, Sacred Land, 아카바, 요르단, Archival Pigment Print, 2019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