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조선에서 전시중인 중국 작가 액셀 리(Axl Le)의 가상 이미지 작업 중 일부. 풍성한 나무등걸을 머리에 인 직장인이 모니터 작업을 하며 생각을 피워올리고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과 챗지피티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은 이미 일상과 경제 환경에 깊숙이 들어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두 가지 가상세계의 요소들이 시각 예술가의 작품 창작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서울 소격동에 있는 상업화랑 갤러리조선이 지난 4일부터 열고 있는 비정기 시리즈 기획전 ‘에프엠케이 큐원’(FMKs Q1)은 디지털 기술 발전이 미술에 끼칠 영향을 가늠해보는 일종의 시금석같은 작품 마당이다.
첫 전시작가로 초대된 이는 중국의 젊은 뉴미디어 작가 액셀 리(Axl Le). 전시장에 나온 디지털동영상과 동영상의 화면들을 갈무리한 평면작업들은 에이아이 디지털 환경 등에 사실상 포획되어 사는 도시인의 공허한 일상과 인위적인 디지털 장치에 의한 꿈, 기억의 삭제와 소거 같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초현실적인 화면 속에 펼쳐낸다. 머리에 푸른 나무 덩굴을 피워올리면서 자신의 일과 꿈을 생각하는 젊은 직장인과 돌덩이를 띄우고 꽃줄기를 몸에 휘감으며 백일몽에 빠진 여행객, 가시 가득한 선인장 머리 장식을 두른 채 선인장 의자에 앉은 가상인간의 위태위태한 모습 등이 선연한 인상으로 남는다.
에이아이와 디지털 기반이 가속화하는 미래 시대에 미술을 감상하는 시선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고민과도 잇닿게 되는 전시회다. 28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