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장수 비결은 유머 감각”…47년 여정 접는 전설의 4중주단

등록 2023-05-24 14:10수정 2023-05-24 14:14

47년의 여정을 접는 전설적 현악사중주단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 25일부터 28일까지 광주, 대전, 서울, 부천에서 고별 공연을 펼친다. 왼쪽부터 폴 웟킨스(첼로), 유진 드러커(바이올린), 필립 세처(바이올린), 로렌스 더턴(비올라). 오푸스 제공
47년의 여정을 접는 전설적 현악사중주단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 25일부터 28일까지 광주, 대전, 서울, 부천에서 고별 공연을 펼친다. 왼쪽부터 폴 웟킨스(첼로), 유진 드러커(바이올린), 필립 세처(바이올린), 로렌스 더턴(비올라). 오푸스 제공

‘전설적’이란 수식어를 떼기 어려운 정상급 현악사중주단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 47년 여정을 마무리한다. 활동을 접는 ‘고별 월드 투어’의 하나로 25~28일 광주(아시아문화의전당)와 대전(대전예술의전당), 서울(서울예술의전당), 부천(부천아트센터)에서 차례로 고별 공연을 펼친다. 마지막이 될 이들의 내한공연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들은 1994년을 시작으로 6차례 내한했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란 이름은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 랠프 월도 에머슨에서 따왔다. 줄리아드음악원 친구들이 1976년에 결성했다. 당시 20대이던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세처(72)와 유진 드러커(71)는 어느덧 70대에 이르렀다. 이들은 초반부터 주목을 받으며 눈부신 활동을 이어갔다.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앨범만 55장. 버르토크(1989), 베토벤(1996), 쇼스타코비치(2000)의 현악사중주 전곡을 녹음한 앨범은 이들의 명성을 높이는 이정표가 됐다. 그래미상 9차례, 그라모폰상 3차례를 수상했고 미국 최고의 클래식 음악가에게 주는 ‘에이브리 피셔상’을 실내악단 최초로 받았다.

그 사이 비올라와 첼로 연주자는 로렌스 더턴과 폴 웟킨스로 바뀌었는데, 활동 기간에 견줘 멤버 교체가 적은 편이다. 이들의 ‘장수 비결’은 ‘유머’다. “실내악 단체는 구성원들 각자가 연주 스타일의 차이 등 개별성을 존중하는 게 중요해요. 이따금 발생하는 내부 갈등이나 압박감 속에 진행되는 투어나 공연 같은 도전들에 대처하려면 유머 감각이 필수적이죠.” 창단 멤버인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세처가 서면 인터뷰에서 전한 얘기다.

창단 40주년 때부터 해체 논의가 시작됐다고 한다. 세처는 “지금 이 시기에 해체를 결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옳은 결정”이라고 했다. ‘더 일찍 그만둬야 했어’란 말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멈추자는 거였다.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는 건 좋았지만 여행에 지쳤다는 점도 해체를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콰르텟 해산은 멤버들에게 퇴장이 아니라 전환이다. 팀 해체 이후에도 교단과 공연장에서 각자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뉴욕 스토니브룩 주립대는 2017년 ‘에머슨 콰르텟 연구소’를 설립했는데, 멤버들은 이곳에서 젊은 사중주단을 위한 교육을 이어간다. 단원들은 각자 예일대와 맨해튼음악원, 클리블랜드음악원 등의 교수진으로도 활동 중이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멤버들은 팀 해체 이후에도 각자 대학과 공연장에서 교육자와 연주자로 활동을 이어간다. 오푸스 제공.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멤버들은 팀 해체 이후에도 각자 대학과 공연장에서 교육자와 연주자로 활동을 이어간다. 오푸스 제공.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23곡 가운데 유일한 단조인 15번(K.421)과 베토벤 8번(Op.59-2), 퍼셀의 샤콘느, 하이든의 작품(Op.33-5) 등을 연주한다. 오는 10월22일 뉴욕 링컨센터가 이들의 공식적인 마지막 무대. 베토벤의 대푸가(OP.133)와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가 대미를 장식한다.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엔 이전 멤버인 첼로 연주자 데이비드 핀켈이 협연자로 함께한다. “슈베르트 현악 5중주는 협주곡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인정받는 작품이죠. 이전 멤버인 핀켈과 함께하는 연주야말로 우리의 경력을 마무리하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 아닐까요.”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남자가 되게 해주세요” 부처에게 빌었던 이유 1.

“남자가 되게 해주세요” 부처에게 빌었던 이유

[책&생각] 21세기 철학의 최전선, ‘죽은 물질 되살리는’ 신유물론 2.

[책&생각] 21세기 철학의 최전선, ‘죽은 물질 되살리는’ 신유물론

동물이 사라진 세상, 인간이 고기가 돼 식탁에 [책&생각] 3.

동물이 사라진 세상, 인간이 고기가 돼 식탁에 [책&생각]

[책&생각] 중국은 어떻게 중국이 되었는가 4.

[책&생각] 중국은 어떻게 중국이 되었는가

[책&생각] 출판시장도 할인경쟁 하라는 공정위 5.

[책&생각] 출판시장도 할인경쟁 하라는 공정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