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692일, 나날의 인증샷…액자 빠져 나온 일상의 감각들

등록 2023-05-31 15:54수정 2023-06-01 21:35

박환희 개인전…나무막대 진열대에 작품 전시
사루비아 전시장에 나온 박현희 작가의 소품 그림. 나뭇가지와 매달린 푸른 이파리들을 그렸다. 노형석 기자
사루비아 전시장에 나온 박현희 작가의 소품 그림. 나뭇가지와 매달린 푸른 이파리들을 그렸다. 노형석 기자

디지털 시대 사회적 소통망(SNS)의 수단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일종의 개인전 전시장에 가깝다. 이용자의 일상적 풍경이나 명소, 맛집에서 찍은 인증사진들을 실시간 전시하듯 내보이는 까닭이다.

지난달부터 서울 통의동 대안공간 사루비아에 박환희 작가가 차린 개인전 ‘692일의 나날(692 days)’의 풍경 또한 디지털 인스타그램 샷들과 비슷하다. 작가가 일일이 움직여 실제 작품들의 무리로 펼쳐낸 아날로그 풍경이란 점이 다르다. 전시를 하기로 확정한 뒤 출품작들을 준비했던 692일의 기간 동안 관찰하고 느끼고 수집했던 주변의 사물들과 이미지들이 오롯이 손작업으로 그림에 담기고 오브제로 바뀌어 등장한다.

박환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사루비아 전시장의 일부 모습. 나무 막대들을 엮어 만든 독특한 얼개의 진열대 위에 일상 사물들과 작가의 단상을 그린 소품 그림들을 나란히 배열해 놓았다. 노형석 기자
박환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사루비아 전시장의 일부 모습. 나무 막대들을 엮어 만든 독특한 얼개의 진열대 위에 일상 사물들과 작가의 단상을 그린 소품 그림들을 나란히 배열해 놓았다. 노형석 기자

길에서 주웠다는 돌덩이와 ‘갱지’로 불리는 종이보드판 그림들이 유난스럽게 시선에 들어온다. 갱지 화폭에 푸른 나무와 꽃들, 교통수단으로 애용하는 자전거를 해체한 부품들, 안경 낀 사람의 얼굴, 평소 눈여겨보던 건물이나 옷감의 패턴 무늬 같은 것들이 아크릴이나 수채물감으로 그려졌다. 이렇게 만든 평범하고 자잘한 일상 그림들은 전시장의 벽과 나무막대로 만든 특제 진열대, 안쪽 감실공간 등에 줄줄이 놓여있는 모습으로 관객을 맞고 있다. 금속성 프레임의 액자에 작품들을 끼워 벽에 내걸지 않고 디자이너 남편이 ‘쫄대’란 별칭을 지닌 헐렁한 나무막대로 제작한 진열대에 올려놓은 것이다. 작가만의 특징과 개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낯선 작품 형식과 진열방식이 되려 눈을 즐겁게 한다.

자전거를 해체한 뒤 부품과 공구들을 그린 박환희 작가의 사물그림. 노형석 기자
자전거를 해체한 뒤 부품과 공구들을 그린 박환희 작가의 사물그림. 노형석 기자

박환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사루비아 전시장의 일부 모습. 나무 막대들을 엮어 만든 독특한 얼개의 진열대 위에 일상 사물들과 작가의 단상을 그린 소품 그림들을 나란히 배열해 놓았다. 노형석 기자
박환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사루비아 전시장의 일부 모습. 나무 막대들을 엮어 만든 독특한 얼개의 진열대 위에 일상 사물들과 작가의 단상을 그린 소품 그림들을 나란히 배열해 놓았다. 노형석 기자

미국 뉴욕의 파슨스디자인학교에서 회화를 수학한 박 작가는 어떤 장대하고 면밀한 구상이나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어떠한 방법으로든 끄집어내는 과정을 꽤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는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상관없이” 그때그때 눈에 친숙한 감각으로 들어오는 주변 사물들의 그림을 그려왔다. 동심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선량하고 단순해 보이는 시각예술가의 조형 감각이 실험적인 대안공간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면서 비범한 인간의 온기와 호흡을 내뿜고 있다. 9일까지.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김건희 여사의 공덕?…고승의 사리가 사리구 없이 반환된 배경 1.

김건희 여사의 공덕?…고승의 사리가 사리구 없이 반환된 배경

묻힐 뻔했던 이선균의 유작이 온다…잠잠한 여름 극장가 깨울까 2.

묻힐 뻔했던 이선균의 유작이 온다…잠잠한 여름 극장가 깨울까

콧수염 김구, 활 쏘는 조선 여성…대만인이 모은 희귀 사진 공개 3.

콧수염 김구, 활 쏘는 조선 여성…대만인이 모은 희귀 사진 공개

사랑이란 이름의 가스라이팅…잘못된 관계 끊어낼 수 있을까 4.

사랑이란 이름의 가스라이팅…잘못된 관계 끊어낼 수 있을까

문학이 사라진 시대를 투영한 ‘졸업’ 5.

문학이 사라진 시대를 투영한 ‘졸업’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