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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에 홍준표 초상화…기존 작품 떼고 생뚱 맞은 전시

등록 2023-06-16 17:16수정 2023-06-16 23:22

동창 화가 개인전 개막한 뒤
홍 시장 초상화 교체해 구설
대구미술관 4전시실 안쪽에 지난 3일부터 교체되어 걸린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 개인전을 열고 있는 노중기 작가의 작품이다.
대구미술관 4전시실 안쪽에 지난 3일부터 교체되어 걸린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 개인전을 열고 있는 노중기 작가의 작품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사실적인 구도로 그린 유화 초상화 한점이 미술판에서 입길에 올랐다.

<초상 2023>이란 제목을 단 이 초상화는 홍 시장의 영남고 동문친구인 지역작가 노중기(70)씨가 올해 그린 작품으로 대구시 산하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노씨의 개인전(8월27일까지) 전시장에 내걸려 있다. 지난달 27일 전시 개막 때 나오지 않았다가, 일주일이 지난 뒤 미술관 쪽이 갑자기 원래 작품을 떼어내고 이 작품을 내걸어 교체 배경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올해 초 그린 뒤 대구시청 쪽에 대여해 시청 대회의실에서 작가의 다른 판매 작품과 함께 전시하던 중 미술관에 옮겨진 것으로 밝혀져 시쪽이 전시과정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초상 2023>은 화랑가의 그림 규격으로 25호에 해당한다. 노타이에 가벼운 옷차림을 한 홍준표 시장의 원기 넘치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4전시실 안쪽의 ‘열정 ·사랑’섹션에서 작가가 그린 반추상·팝아트 계열의 대작들과 함께 은 전시되고 있다. 개막 당시에는 다른 추상 계열 큰 그림이 한 점 붙어있었으나 지난 3일 돌연 작품을 떼고 작가의 드로잉 소품들과 함께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체된 작품의 전시상황을 지켜본 복수의 미술계 관계자들은 “노 작가가 신구상과 추상, 팝아트 등 다채로운 사조를 오가며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장에 내놓았는데 사실적으로 묘사한 홍 시장 초상화는 이 작품들 사이에서 매우 이질적으로 보이고 별다른 맥락을 찾을 수 없다”면서 “뜬금없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작품이 교체되기 전 4전시실 안쪽 전시장 모습. 현재 홍 시장 초상화가 전시되고 있는 왼쪽에서 두번째 자리에 다른 추상 대작이 붙어있다.
작품이 교체되기 전 4전시실 안쪽 전시장 모습. 현재 홍 시장 초상화가 전시되고 있는 왼쪽에서 두번째 자리에 다른 추상 대작이 붙어있다.

작품이 교체된 뒤 전시장 모습.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와 작가의 드로잉 소품들이 왼쪽 두번째 작품 자리에 교체되어 들어와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품이 교체된 뒤 전시장 모습.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와 작가의 드로잉 소품들이 왼쪽 두번째 작품 자리에 교체되어 들어와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노중기 작가는 “홍 시장과 고교 동기로서 90년대부터 왕성하게 정계에서 활동하는 친구 모습을 생각하며 그린 작품인데 ‘열정· 사랑’이란 섹션에 맞을 것 같아 뒤늦게 미술관 쪽에 작품 교체를 요청한 것”이라며 “개막 때 바로 걸지 않은 건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홍 시장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며 시쪽과 어떤 연관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술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시청 상부에서 학예실 쪽으로 (작가가 요청한대로) 출품작 목록에 초상화를 포함시키라는 의향이 전달됐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미술관이 지역작가조명전이란 주제아래 노 작가의 전시를 확정한 시점은 지난 2월초로 개막까지 준비기간은 3달여에 불과했다. 통상 1년 전 전시가 확정되는 관례에 비춰 매우 이례적이어서 전시 선정과정도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시의 객원 기획자로 미술평론가 김영동씨가 전시를 꾸렸고, 학예실 내부 담당자도 있으나 작가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게 미술관 쪽의 해명이다. 권미옥 학예실장은 “우리도 시장 초상화 전시를 원하지 않았지만 작가의 뜻이 워낙 완고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김영동 기획자도 전시의 취지와 맞지 않지만 작가의 뜻을 존중한다고만 밝혀왔다”고 전했다. 그는 시청 비서실 등 상부의 관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현지 화단에서는 노 작가가 모더니즘 추상과 리얼리즘을 두루 오가면서 작업해온 중견 화가인데 출품작 대부분은 팝아트적 요소와 리얼리즘 요소가 가미된 추상, 반추상 계열 작품이어서 홍준표 초상화는 맥락이 맞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찬동 미술평론가는 “전시기획의 독립성은 물론이고 미술관 시스템 자체를 무시한 폭거에 가깝다”면서 “명확한 진상 파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의 측근인 정장수 대구시 정책혁신본부장은 “대구미술관 개인전 내용까지 일일이 보고받지 않는다. 해명할 성격이 전혀 아니다”며 관여설을 전면 부인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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