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 상을 받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연습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40)이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의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았다. 한국인 무용수로는 역대 다섯 번째다.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20일(현지시각) 열린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강미선은 중국 국립발레단 소속 추윤팅과 함께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수상 작품은 지난 3월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미리내길’이다. 이 작품에서 강미선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여인 역을 맡았다.
‘춤의 영예’란 뜻의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프랑스 무용가이자 안무가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를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이다. 전 세계 유수의 발레단이 한 해 동안 무대에 올린 작품이 대상이며, 현직에 있는 무용가, 안무가, 작곡가 등에게 수여한다. 시상식은 매년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국내에서는 현 국립발레단장인 강수진이 1999년 ‘카멜리아 레이디’로 한국인 최초로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김주원이 ‘해적’으로 이 상을 받았다. 이후 2016년 김기민이 ‘라 바야데르’로 한국 무용수 최초로 최고 남성 무용수로 선정됐다. 현재 파리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박세은도 2018년에 이 상을 받았다.
국내에서 다섯번째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받은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 그는 화려한 테크닉에 풍부한 표현력,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춰 ‘갓미선’으로 불리는 발레리나다. 한겨레 자료사진
선화예중·고교를 나온 강미선은 미국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를 거쳐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국립발레단과 함께 우리나라 양대 발레단으로 꼽힌다.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강미선은 코르 드 발레(군무) 무용수부터 드미솔리스트(2005∼2006), 솔리스트(2006∼2010), 시니어 솔리스트(2010∼2012)를 거쳐 2012년부터 수석무용수로 활약해 왔다. 등급을 ‘점프’하지 않고 기본기를 다지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최정상’에 오른 경우다.
그래서인지 이 발레단의 거의 모든 작품에 출연하며 안정적인 안무를 보여줬다. 동료들은 그를 ‘연습벌레’라고 부르는데, 열성 발레 펜들은 그에게 ‘갓(god) 미선’이란 별칭을 붙여줬다. 화려한 테크닉에 풍부한 표현력, 강력한 카리스마까지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출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남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2014년 결혼했고, 2021년엔 아들을 출산했다. 이 부부는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춘향’, ‘심청’, ‘지젤’ 등 다양한 작품에 함께 출연했다. 출산 이후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흔하지 않은 ‘워킹맘 발레리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