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자화상을 손에 쥐고 있는 농민 화가 자오샤오용은 7년 동안 반 고흐의 그림 9만 점을 모사했다. 위하이보 2005년
7년 반 동안 반 고흐의 그림을 9만점이나 모사해온 남자 자오샤오용이 있다. 평생 단 한 점의 작품만 팔았던 반 고흐와 다르게 자오가 그린 ‘반 고흐’는 수도 없이 팔려나갔다. 어느 날 밤 꿈에 반 고흐가 등장했고 자오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 작품 어때?” 땀을 흘리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결심한다. “진짜 반 고흐를 보러 가자.”
반 고흐의 작품을 모사한 지 20년 만에 유럽으로 가 진품 앞에 선 그의 감동은 대단했다.
중국으로 돌아온 뒤 자오는 처음으로 모사가 아닌 자신의 작품을 그려냈다. “지금 당장은 내 그림이 별로일지도 모르겠지만 50년, 100년 후에 나의 그림을 감상하는 세대가 있을 것이다” 자오가 말한다.
중국 선전의 다펀유화촌에 있는 세계 최대 유화 복제 공장에서 일하는 1만여명의 모사화가 중 한 명인 자오샤오용의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내용이다. 중국 대표 다큐멘터리 사진가 위하이보가 2004년 선전의 다펀에서 이 내용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고 2016년에는 위하이보가 감독하고 키키 티엔치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중국의 반 고흐>(원제: China’s Van Goghs)로도 만들어졌다. 2017 베이징 국제 영화제, 2018 TRT 국제 영화제 등 12개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위하이보의 사진전 <중국의 반 고흐>가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진전문공간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22일까지. 전시장엔 위하이보의 사진 20여점과 함께 12분짜리 영화 중국의 반 고흐도 상영된다.
위하이보는 1962년 허난성에서 태어났다. 판화와 사진을 전공했다. 80년대부터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해왔다. 유화 복제 공장 다큐멘터리 이전부터 산업화에 따른 대규모 노동문제인 중국 내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중국의 반 고흐>와 더불어 노동문제 다큐멘터리인 <밤새 도약 도시의 이주자들> 사진 작품도 함께 걸린다.
다펀유화촌은 1989년 중국 선전에 처음 들어섰다. 당시 20명이던 화가들은 현재 1만명으로 늘어났다. 연간 6억5천만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작업실 벽에 걸린 반 고흐 자화상. 위하이보 2005년
최초의 복제 화가 주용주(가운데)는 20년 뒤에 제자가 100명이 넘었다. 위하이보 2005년
보티첼리의 봄은 16명의 농민 화가에 의해 복제되었다. 위하이보 2006년
17세 윈난 출신 화가가 2005년에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 빈치)을 완성하는 데는 겨우 닷새가 걸렸다.
반 고흐의 그림을 모사한 지 20년 만에 유럽으로 날아가 반 고흐의 진품과 마주 선 자오. 영화 <중국의 반 고흐> 스틸 컷
조주 시골 출신 여성 복제 화가와 그녀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2005년
유화 작가들이 ‘모나리자’(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그린 자신들의 그림 위에 서 있다. 이 그림은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완성해 상하이 세계박람회에 전시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위하이보 2010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작품 류가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