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수학과 과학에도 재능이 많은 대만계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31)이 다음달 6일 마포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마포아트센터 제공
‘천재 소년’은 집에 피아노도 없었는데 작곡을 시작했다. 다섯살에 백과사전을 들추며 악보 읽고 곡 쓰는 법을 익혔다. 13살 소년을 제자로 맞아들인 명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92)은 “내가 만난 최고의 음악 재능”이라고 경탄했다. 피아노 연주와 작곡뿐만이 아니었다. 9살에 미국 유타 주립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고, 프랑스 피에르마리퀴리대에서 우등으로 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음 달 내한하는 대만계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31)이 그 주인공. “수학의 기본이 되는 체계와 논리가 음악에도 필요해요. 결과를 향해 가는 치열한 과정도 음악과 수학의 공통점이죠.” 최근 서면으로 만난 그는 “수학과 음악은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라며 “과정이 깊을수록 희열이 크다는 매력도 비슷하다”고 했다.
6년 만에 한국을 찾는 그는 다음 달 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이 공연 뒤엔 한국과 일본, 대만의 피아니스트 3명이 한 대의 피아노에서 나란히 연주하는 특별 무대도 있다. 암스트롱과 올해 마포아트센터 상주 음악가인 피아니스트 김도현(29), 일본 피아니스트 타케자와 유토(26)가 라흐마니노프의 ‘6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를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3명이 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건 드문 일이죠. 세 나라의 피아니스트들이 한 무대에 선다는 게 흥미로워요.” 암스트롱은 “만난 적은 없어도 두 피아니스트 모두 대단한 연주자들이라는 건 알고 있다”며 “이번 무대에 큰 의미를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곡도 병행한다. 곡을 쓴 동기는
“어린 시절부터 단순히 관심이 가서”였다고. 벌써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교향곡
1곡과 협주곡 5곡을 발표했고, 듀오와 3중주, 4중주, 5중주 등 수많은 실내악곡도 작곡했다. 그는 “몇 곡을 썼는지 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작곡과 연주는 보완적인 활동이므로 연주와 함께 작곡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피아니스트 김도현(왼쪽부터), 키트 암스트롱, 타케자와 유토는 다음달 6일 마포아트센터에서 한 대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 라흐마니노프의 ‘6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를 연주한다. 마포아트센터 제공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바흐의 코랄 전주곡과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6번, 리스트 ‘탓소의 죽음의 승리’, 생상스 ‘앨범 모음곡’ 등을 연주한다. 그가 “가장 사랑하고 자신 있는 곡들”이라며 “저를 아는 한국 관객들은 제가 이 곡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아실 것”이라고 했다.
그가 스승 알프레드 브렌델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모습을 마크 키델 감독이 2011년 영화 ‘세트 더 피아노 스툴 온 파이어’(Set the Piano Stool on Fire)로 제작했다. “제 음악적 스승이자 동반자죠. 그분 연주는 어릴 적부터 제 롤모델이었고요.” 그는 “여전히 닮고 싶은 존재”라며 스승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천재, 신동으로 불리는 데 따른 소감을 묻자, “그저 감사할 뿐 그런 표현에 크게 동요하거나 부담을 가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제 음악을 좋게 들어주시는 분들이 해주시는 기분 좋은 표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암스트롱 리사이틀에 앞서 다음 달 5일엔 2021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작품들과 쇼팽의 ‘24개의 프렐류드’ 전곡을 들려준다. 7일엔 처음 내한하는 일본 피아니스트 타케자와 유토가 라모와 베토벤, 드뷔시, 메시앙의 작품을 연주한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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