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옥 의사(1889~1923)는 영화 <암살>과 <밀정>에서 권총을 든채 단신으로 일제 경찰들과 맞서며 총격전을 벌였던 장면으로 세간에 기억된다. 실제로 그는 일제의 조선 강점초기인 1923년 1월 서울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지고 시내에서 천여명의 일제 경찰을 상대로 권총을 들고 시가전을 벌이다 산화한 열혈투사였다.
사단법인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회장 윤홍근 제너시스비비큐그룹 회장)는 김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1층 원형전시실에서 특별전 ‘김상옥, 겨레를 깨우다’의 개막식을 열고 전시를 시작했다. 내년 3월10일까지 이어질 이번 특별전은 일제강점기 결사적인 무력 투쟁으로 독립 의지를 일깨운 김상옥 의사 활동을 되돌아보는 최초의 대규모 기획전으로 꼽힌다.
전시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으면서 사업가로 성장한 청년 김상옥의 삶의 의지와 노력을 조명한다. 2부는 영덕철물점을 운영하면서 이룬 사업가의 풍요로운 삶에 안주하지 않고 주체적 삶을 살고자 저항운동에 헌신하기로 결심한 의사의 애국애족 정신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독립 의지를 알리기 위해 스스로의 삶을 내려놓고 권총을 들고 일본 경관과 맞서다 자결한 서울시가전의 구체적인 전개 상황을 당시 신문과 사진 등의 사료들을 통해 보여준다.
전시 공간에는 김상옥이 운영한 영덕철물점에서 생산한 말편자와 말총모자, 물품을 생산할 때 사용했던 고무 인장, 1919년 3·1운동 당시 여학생을 구하고 일본 경찰에게 빼앗은 칼 등의 실제 유물들이 나와 청년 독립투사의 강렬했던 삶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해놓았다.
윤홍근 기념사업회장은 “김 의사가 순국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때 승리의 총성이 현재로 메아리치는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전시”라며 “김 의사가 조국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동지들과 함께 조국의 독립을 위해 어떻게 헌신했는지를 모든 국민이 느낄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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