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 전문 연주단체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를 이끌고 내한한 리코더 연주자 조반니 안토니니. 제이에스바흐 제공
“인간 목소리와 비슷한 피리는 흥미로운 악기죠. 여성이 노래하는 듯한 소리를 내요.”
이탈리아 리코더 연주자 조반니 안토니니(58)는 오는 12~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리를 위해 작곡된 곡을 세계 초연한다. 이탈리아 현대 작곡가 조반니 솔리마(61)가 작곡한 ‘피리, 현,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쏘(So)’다. 지난 4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앙코르로 선보였던 소품을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가가 확장한 버전이다.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안토니니는 “한국은 음악적인 국가”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통영국제음악제에 참석하는 등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예전에 피리를 선물로 받았는데 기회가 되면 조금 더 배우고 싶다”며 리코더와 생김새가 비슷한 피리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피리는 오보에나 바순처럼 리드가 필요한 악기지만, 리코더는 입으로 불어서 내는 악기라 원리가 달라요. 다만,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식은 비슷하죠.”
조반니 안토니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고음악 전문 연주단체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제이에스바흐 제공
안토니니는 1985년 출범한 고음악 전문 연주단체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를 이끌고 왔다. 이번 공연에선 이스라엘 출신 만돌린 연주자 아비 아비탈(45)과도 협연한다. ‘조화로운 정원’이라는 뜻의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는 에우로파 갈란테,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30년 넘게 이탈리아 고음악 연주단체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대중의 관심권에서 멀어져 가던 만돌린의 위상을 되살리는 데 기여한 아비 아비탈은 “5살 때 이웃집에 놀러 갔다가 거실 탁자에 있던 만돌린 줄을 튕겨봤는데 소리가 나더라”며 “마법과도 같은 그 순간 바로 이 악기와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는 “만돌린은 전문 음악가가 아니어도 손쉽게 연주할 수 있는데, 그 때문에 무대에서 연주하는 진지한 악기로 여겨지지 않기도 했다”며 “연주하는 곡에 따라 그 나라의 분위기를 풍기는 카멜레온 같은 악기”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태생 만돌린 연주자 아비 아비탈. 제이에스바흐 제공
이번 공연은 올해로 10돌을 맞은 ‘고음악’ 전문 연례 음악제 ‘한화클래식’ 기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 ‘고음악 운동’을 전파하는 통로 구실을 해왔다. 곡이 작곡된 시대의 악기와 당대의 주법으로 연주하려는 고음악 운동은 단순히 옛것에 대한 복고 취향이 아니다. 현대의 연주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1980년대 이후엔 서양음악의 주류로 파고들었다. 이들은 “17세기 연주자가 현대곡을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 것처럼, 현대 연주자들 역시 17세기의 어려운 곡들을 흠잡을 데 없이 연주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지영 음악칼럼니스트는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이 하이든, 모차르트 교향곡을 연주하는 방식은 30여 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첫걸음을 뗀 한화클래식은 세계 정상급 고음악 연주자들과 단체를 차례로 초청했다. 바흐 음악의 권위자 헬무트 릴링을 시작으로, 콘체르토 이탈리아노(2014), 18세기 오케스트라(2015), 마르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2016)이 국내 애호가들을 만났다. 2017년엔 윌리엄 크리스티의 ‘레자르 플로리상’이, 2018년엔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과 잉글리시 콘서트 오케스트라가 내한했다. 2019년엔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의 음악을 맡았던 조르디 사발이었다. 코로나 시절인 2020년과 2021년엔 고음악 전문 소프라노 임선혜와 서예리가 차례로 나서 명맥을 이어갔고, 지난해엔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가 한국을 찾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