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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효리로 이어진 80년대 댄스 디바

등록 2006-06-11 20:38

‘빙글빙글’이 수록된 나미의 음반 〈빙글빙글/아리랑처녀〉 (태양음향, TYL-2062, 1984). 박춘석, 이범희, 김명곤 등이 편곡으로 참여했다.
‘빙글빙글’이 수록된 나미의 음반 〈빙글빙글/아리랑처녀〉 (태양음향, TYL-2062, 1984). 박춘석, 이범희, 김명곤 등이 편곡으로 참여했다.
한국팝의사건·사고60년 (55) 그녀와 머슴아들, 그리고 나미
1970년대 말~80년대 초 ‘그룹 사운드’라고 불린 존재들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직업적 그룹 사운드’와 ‘캠퍼스 그룹 사운드’로 나뉠 것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어느 한쪽을 좋아하고 다른 한쪽을 싫어했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프로’든 ‘아마’든 그룹 사운드는 기본적으로 사나이들(혹은 ‘머슴아들’)의 세계로 기억되고 있다. 달리 말해서 ‘그룹 사운드’와 ‘여성’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았고, ‘여성 보컬을 앞세운 혼성 그룹 사운드’는 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했다. 79년부터 81년 사이의 일간신문을 뒤져보면 〈그룹 사운드에 여자 선풍〉이나 〈로크 그룹에 여성시대〉라는 타이틀로 ‘와일드 캐츠’, ‘김 트리오’, ‘조한옥과 은날개’(보컬 조한숙), ‘나미와 머슴아들’(프랑코 로마노), ‘오리엔틀 익스프레스’(보컬 신서희), ‘아리랑 싱어스’(코리아나의 전신, 보컬 이애숙), ‘우먼 파워’, ‘영 러버스’, ‘걸 앤드 걸스’, ‘슈가 하머니’, ‘조상국과 그 여자 일행’, ‘양떼들’, ‘수다장이들’, ‘하늘천 따지’, ‘푸른 동산’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음반’으로도 성공을 거둔 그룹은 와일드 캐츠, 김 트리오, 나미와 머슴아들 정도인 것 같다. ‘마음 약해서’(와일드 캐츠), ‘연안부두’(김 트리오), ‘미운 정 고운 정’(나미와 머슴아들) 등.

김영광, 안치행, 장세용 등 ‘기성 작곡가’가 만든 성인 취향의 곡을 그룹 사운드 스타일로 편곡한 노래들이다. 야박한 표현을 사용한다면 이들마저도 ‘원 히트 원더’, 즉 한 곡을 남기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존재가 돼 버렸다. 이들은 현장에서는 어떤 음악을 연주했던 것일까. 이들의 모델은 아바, 둘리스, 보니 엠 등 유럽의 댄스지향적 그룹들이었다. 고고 클럽이 디스코텍으로 변하면서, 그룹 사운드들도 이런 변화에 적응하게 된 것이다. 이들 가운데 많은 그룹들의 경력에는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이라는 수식어가 곧잘 따라다녔다. 대체로 ‘미8군 쇼단’으로부터 ‘월남참전 미군 위문공연단’이라는 60년대 한국 음악인들의 국경을 넘는 활동의 연장선에 있는 흐름들이다. 간혹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한’ 경우도 있었다.

혼성 그룹 사운드 출신 가운데 80년대 이후에도 살아남은 존재로는 나미(본명 김명옥)가 단연 돋보인다. (혹시 몰라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정철의 엄마’라고 소개해 본다) 80년대 중반 (‘사랑과 평화’ 출신의) 김명곤(작고)의 작·편곡이 빛을 발한 ‘빙글빙글’(1984)을 신호탄으로 ‘유혹하지 말아요’, ‘슬픈 인연’, ‘보이네’(이상 1985)가 연발로 히트를 기록하고, 몇 해 뒤에는 (동방의 빛 출신의) 이호준의 작·편곡이 돋보이는 ‘인디안 인형처럼’(1989)으로 건재를 과시한 그녀의 전성기는 아직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니 상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녀는 인순이와 더불어 ‘1980년대 댄스 디바’의 하나의 유형을 ‘정의’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허스키하고 섹시한 목소리로 여성 보컬 창법의 하나의 전형을 창조한 존재이기도 하다. 사견일 뿐이지만, (핑클 시절의) 이효리와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처럼 전혀 다른 갈래에 속하는 여가수들 모두 ‘나미 계보’에 속한다.

그런데 나미의 음악 경력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파란만장하기만 하다. 57년 동두천에서 태어나서 7살 때부터 미8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10대 시절 ‘해피 돌스’라는 이름의 여성 그룹의 일원이 되어 국내 미8군 쇼 무대, 베트남 참전 미군 쇼, 미국(샌프란시스코)의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순회공연을 하면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78년 귀국한 그녀는 프랑코 로마노 그룹의 프런트우먼이 되어 나미와 머슴아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과 더불어 ‘영원한 친구’가 대중가요로서 히트를 기록하면서 국내에 정착하게 되었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나온다. 하나. 나미와 프랑코 로마노처럼 국경을 넘으면서 활동했던 내국인 및 외국인 음악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한 것일까. ‘영원한 친구’는 프랑코 로마노가 만든 곡이다. 둘. 혼성 그룹 사운드, 요즘 말로 혼성 록 밴드에서 여성의 지위는 어떤 것이었을까. 아, 생각해 보니 80년대 초 대학생가요제로 혜성같이 등장한 로커스트(‘하늘색 꿈’)와 샤프(‘연극이 끝나고 난 뒤’)도 여성 보컬을 앞세웠구나. …. 질문은 계속된다.

신현준/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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