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선 기상학…전공 바꿔 음향학 40년
‘소리=소음’ 사고방식이 이해부족 불러와
초음파로 적조조사 등 재해 예방·퇴치도
‘소리=소음’ 사고방식이 이해부족 불러와
초음파로 적조조사 등 재해 예방·퇴치도
[이사람] 서태평양 음향학대회 주관 나정열 교수
“모든 길은 소리로 통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 자나깨나 소리만 생각하는 사람.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제9차 서태평양 음향학 학술발표대회를 주관한 한양대 나정열(62) 해양환경과학과 교수가 바로 그다.
“소리는 빛과 더불어 우리가 평생 동안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대하면서도 정작 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참 부족한 것 같아요.” 대학에서 기상학을 공부한 그가 전공을 바꿔 40년 가까이 음향학에 빠져들고 있는 이유도 이런 현실 탓이라고 했다. “소리와 관련된 교육만 해도 그래요. 음계나 장단 같은 음악교육에 치우치다 보니 정작 자연현상이나 일상에서 나는 소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나쁘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거죠.” 나 교수는 “사람들은 소리 하면 소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만일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를 모두 죽인다면 운전 묘미나 고장을 감지할 방법도 같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소리에는 크게 네가지 기능이 있어요. 대화 즉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먹이나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 그리고 감정표시를 위한 것 등이지요. 굴뚝새가 찌찌찌찌 우는 건 천적인 구렁이 접근을 막기 위해 그러는 거죠. 돌고래는 끊임없이 음파를 쏴 바다 밑 도다리나 광어 같은 먹잇감을 찾아냅니다.” 그는 “수염고래는 새끼를 낳은 암컷이 알래스카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수컷은 새끼를 데리고 수천㎞ 떨어진 적도까지 이동하면서 소리를 통해 교신한다”며 “이런 자연계의 현상과 이치 등을 이용해 잠수함 탐지나 수중통신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음향 관련기술 발전이 선진국의 척도로 자리잡고 있다”며 “소리를 연구하는 음향학이야말로 물리학을 바탕으로 전기, 전자, 기계, 조선, 항공, 해양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와 관련 있는 종합학문”이라고 했다.
6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가 10년간 수중음향을 전공하고 귀국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10년 동안 수중음향실장을 맡았던 그는 ‘군사용어’가 더 익숙하다고 했다. “CJBS라고 있어요. ‘코클로디니움 제퍼다이징 바이오클렌징 시스템’이라고 바닷물의 적조를 퇴치하는 방제시스템인데, 저는 그냥 영문 이니셜을 따 ‘초전박살’이라고 불러요. 초음파를 보내 적조를 측정하는 방식인데, 기존의 인공위성이나 바닷물 채취조사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죠. 인간에게 해를 가져오는 자연현상은 대부분 역시 자연현상인 소리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얼마든지 예방과 퇴치가 가능하거든요.”
나 교수는 “13일 부산 기장 국립수산연구원에서 열리는 적조퇴치 ‘초전박살 시스템’ 발표회가 성공적으로 끝나 7, 8월 장마 뒤 어김없이 찾아오는 적조 불청객을 더이상 걱정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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