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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주 오래된 실험정신 아직 여전한 유통기한

등록 2006-09-10 21:01수정 2006-09-22 14:43

21면
21면
유희열·박정현 등 보컬 초청
‘연애의 실체’ 까발리는 곡 담아
수줍어서 방송활동은 사양
직접제작 프로 인터넷 선뵐 예정
10년만에 7집 낸 공일오비

연애의 권태를 까발리는 직설적인 가사. 실험적이면서도 동시에 대중적인 음악. 고정된 보컬이 없이, 노래 하나를 만들 때마다 곡에 맞는 가수를 ‘모셔오는’ 그룹.

무엇하나 평범하지 않은 ‘공일오비’가 7집 음반을 돌아왔다. 1996년 6집 음반을 내고 활동을 접은 지 딱 10년만이다. 꽤나 긴 공백기간을 건넜지만, 장호일 (본명 정기원), 정석원 두 형제의 새 음악은 여전했다. 가사는 이전처럼 비릿하고, 음악은 여전히 꼼꼼하고 아기자기하다. 그리고 이번에도 한 떼의 객원 가수들이 빽빽이 음반을 채웠다. 이번에는 호란, ‘다이나믹 듀오’, 유희열, 박정현 등 10여개 팀이 참여했다.

지난 5일 <한겨레>에서 만난 장호일은 새 음반을 내고 난 “두렵고도 담담한 심정”을 풀었다. “음악을 하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기대를 높이지 않죠. 이제 10대의 우상이 되거나 톱스타가 되려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저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두 형제가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 10년만에 다시 뭉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동생 정석원이 96년 음악을 “끊고” 캐나다로 훌쩍 떠났고, 형 장호일도 이후 별도의 밴드 활동을 했지만 이제는 공연 기획으로 주업을 옮겼기 때문. 작년 폴 모리아 오케스트라와 올해 크리스 보티의 내한 공연도 그의 손을 거쳤다.

두 형제가 다시 음반을 내기로 의기투합한 계기는 무산된 기획인 ‘공일오비 헌정 음반.’ 한 기획사에서 제안해서 진행되었던 작업은 제풀에 무산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두 형제의 음악적인 식욕만 건드렸다. “그리곤 제가 먼저 석원이에게 음반 한번 내보자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했죠. 걔가 그 전에는 말도 못 꺼내게 하더니, 이번에는 아주 기꺼이 하자고 하더군요. 제가 오히려 놀랐어요.”

두 형제의 결합의 계기는 하나 더 있다. 정석원이 한 영화의 음악을 맡게 되는 과정에서 영화사가 “오디션을 미리 받자”는 조건을 단 것. 이 ‘수모’ 덕분에 두 형제가 다시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이번 음반은 공일오비의 음악이 10년이 지나도록 유통기한이 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90년대 그들의 팬이었다면 음반의 처음부터 ‘아, 이게 공일오비 노래지’라며 단박에 빙그레 미소지을 법하다. 첫 곡 ‘처음만 힘들지’는 연애 관계의 시작과 끝을 특유의 통통 튀는 가사로 그렸다. “손을 잡는 거 처음만 힘들지/ 뽀뽀하는 거 처음만 힘들지... 전화 확 끊기 처음만 힘들지/그만 만나잔 말 첨만 힘들지” 이 노래는 또 80년대 전자오락에서나 나왔을, ‘뿅뿅’거리는 단순한 사운드를 40인조 오케스트라 연주와 섞는 ‘공일오비다운’ 실험을 보여준다.

세 번째 노래 ‘그녀에게 전화 오게 하는 방법’도 전형적인 공일오비 스타일의 노래. 그룹 ‘솔리드’의 ‘끝이 아니기를’을 빨리 돌려서 나오는 소리를 가수 ‘버벌진트’의 랩과 함께 담았다. 네 번째 ‘잠시 길을 잃다’는 이들로서는 처음으로 가수를 정하고 노래를 만든 경우. 이들은 이전에는 노래를 만들고, 그 다음에 가수를 ‘간택’해왔다. 공일오비는 이 노래에서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신인 가수인 신보경의 음역대와 발음을 고려해서 그만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그룹 ‘클래지콰이’와 ‘공일오비’가 만나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 그 답은 이 음반 다섯 번째 노래 ‘성냥팔이 소녀’다. 피아노 연주를 컴퓨터 작업을 통해 뚝뚝 끊어서 매우 독특한 리듬감을 주는 이 노래는 클래지콰이의 보컬인 호란의 목소리와 어울려서 매력적인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정석원과 유희열이 함께 부른 ‘모르는 게 많았어요’는 이전 공일오비의 발라드를 좋아했던 팬이라면 귀 기울일만한 노래다.

공일오비의 음악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장호일, 정석원 두 형제의 성격도 외향적이고 자유분방할 것으로 지레짐작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장호일은 의외로 차분했다. 그나마 96년 공일오비 해체 후에 한동안 방송활동을 하면서 나아진 거란다. 동생 정석원은 낯선 사람을 기피하기 때문에, 인터뷰 자리를 아예 사양했다.

“90년대 한창 음반을 많이 낼 때도 우리가 사교적이지도 않고 방송도 피해서 ‘싸가지없다’란 말을 들었어요. 우리는 그저 수줍음이 많았을 뿐이었죠.”

이번에도 여전히 방송활동은 사양이다. 그 대신 이들은 또 한번 범상치 않은 실험을 계획 중이다. 9월부터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내보내는 것. “형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캠코더에 대고 우리끼리 얘기하고 노래하는 거겠죠. 반골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간섭 안 받고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생각이에요.”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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