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이셔스 디
2집 ‘운명의 피크’ 낸 테네이셔스 디
코믹 배우 잭 블랙과 명콤비 카일 개스 5년만에
유머 넘치는 실력파…같은 이름 영화도 개봉
‘키카푸’ 마을에 사는 소년 잭 블랙은 록을 사랑했다. 하지만 신앙심으로 충만한 아버지 미트 로프(‘아이 우드 두 애니씽 포 러브’를 부른 그 미트 로프 맞다!)는 “록은 악마의 음악”이라며 소년을 허리띠로 마구 때리고는 방에 가뒀다. 소년은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 속 우상에게 기도했다. “저를 인도해주세요.” 갑자기 포스터 속 로니 제임스 디오(레인보, 블랙 사바스를 거쳐 자신의 밴드 ‘디오’의 보컬을 맡고 있는 그 디오 맞다!)가 튀어나와 말한다. “록에 굶주린 소년아, 떠나거라.” 소년은 먼길을 떠난다.
여기까지가 ‘터네이셔스 디’의 새 앨범 <운명의 피크>의 첫 곡 ‘키카푸’의 노랫말이다. 잭 블랙? 영화 ‘스쿨 오브 록’에서 ‘록 스피릿’을 외치던 가짜 교사, ‘킹콩’ 리메이크판에서 욕심이 하늘을 찌르던 영화감독으로 분했던 그 잭 블랙 맞다. 그가 영화배우이기 이전에 못말리는 록 마니아이며, 실제로 2인조 록 밴드 터네이셔스 디의 구성원임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잭 블랙과 카일 개스, 두 배불뚝이 아저씨로 구성된 터네이셔스 디의 탄생은 199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름부터 어딘지 안어울리는 ‘어쿠스틱 메탈’을 표방한 이들은 코미디클럽을 전전하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99년에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텔레비전 시리즈물(프로듀서와의 불화로 3회만에 막을 내렸지만.)까지 생길 정도였다. 장난기 넘치는 멘트와 노랫말을 쏟아내는 이들이었지만, 음악 실력만은 장난이 아니었다. 펄 잼, 푸 파이터스, 벡 등 당대 최고 밴드의 공연에서 오프닝을 장식했다. “지구 최고의 밴드”라는 등의 자화자찬식 농담과 음담패설로 가득찬 이들의 첫 음반(2001년)은 듣는이에게 엔도르핀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5년만에 두번째 앨범 <운명의 피크>를 들고 온 이들의 유쾌지수는 이전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같은 제목의 영화와 함께 돌아왔기 때문이다. 키카푸 마을을 떠난 잭 블랙이 음악 스승 겸 파트너 카일 개스를 만난 뒤, 지구 최고의 밴드로 만들어준다는 ‘운명의 기타 피크’를 찾아 떠나는 모험과 음악 여정을 담은 영화를 두고 이들은 “<반지의 제왕> 록버전”이라고 치켜세운다. 미국에서 지난달 첫선을 보인 영화는 국내에선 내년께나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에 앞서 국내 발매된 앨범에는 영화 속 곡들이 오롯이 담겼다. 첫 앨범과 마찬가지로 너바나 출신이자 푸 파이터스의 리더인 드러머 데이브 그롤이 지원사격을 ‘빵빵하게’ 했다. 에프로 시작하는 욕설 등을 쉴새 없이 쏟아내 국내 방송전파를 탄다면 ‘삐~삑’ 소리가 난무하겠지만, 어쿠스틱 기타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메탈 사운드는 머리를 절로 흔들게 만든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등 클래식 곡을 코믹하게 표현한 ‘클라시코’에선 잭 블랙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보컬 실력이 빛을 발한다.
이들은 마지막 곡 ‘메탈’에서 노래한다. “펑크록이, 뉴웨이브가, 그런지가 메탈을 죽이려 하고 테크노가 메탈을 더럽히려 했지만, 메탈은 죽지 않아. 메탈은 지옥에서 왔어!” 이들의 록에 대한, 메탈에 대한 열정은 눈물겨울 정도로 진지하다. 미안하지만, 그래도 ‘피식’ 하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소니비엠지 제공
유머 넘치는 실력파…같은 이름 영화도 개봉
테네이셔스 디 2집 ‘운명의 피크’
테네이셔스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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