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비 공연에 아시아 10개국서 팬 집결 한류 넘어 ‘아시아 팬덤’ 시작됐다”
“‘아시아 팬덤 현상’의 새로운 단계를 보여주고 있는 한류는 역설적으로 ‘한류’라는 기표가 소멸될 때에만 지속될 수 있다.”
이동연(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27일 경희대와 미 펜실베이니아대 주최로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한류에서 신한류로’를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한류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한류의 정체성과 세계 속의 한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류를 ‘아시아 팬덤’의 새로운 단계로 설명해보는 것이다.
그는 한류스타 공연에 아시아 여러 국가 팬들이 결집하는 현상은 이전에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예로 2005년 10월 홍콩에서 열린 비의 아시아투어 공연 ‘잇츠 레이니 데이’를 들었다. 운집한 2만여 관객은 홍콩 팬들만은 아니었다. 대만과 타이, 일본, 중국과 한국 등 10여개국이 넘는 팬들이 각각 자신들 국적의 피켓을 들고 비의 공연에 환호했다.
이와 비교해, ‘X-Japan’이나 ‘일본팝의 여왕’인 아무로 나미에 등은 1980년대 이래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음에도 여러 나라 팬들이 집단으로 공연투어의 동반자 구실을 한 적이 없었다. 유덕화·여명 등 홍콩 ‘4대 천왕’의 활약도 대부분 대만·홍콩 등 중화권 국가에서 이뤄졌다. 한국이나 일본 팬들도 많았지만 물리적 국경을 넘어 열광하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새로운 아시아 팬덤 현상의 특성을 세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과거와는 달리 이제 아시아 팬들은 더 이상 서양의 팝스타에만 매혹되지 않고 아시아 안에서 자신들의 스타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 대중문화 안에 공통의 감각이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양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서양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지니면서도 동양적 감수성과 문화 정서를 발산하는 비에게 많은 아시아인들이 끌리는 것은 “아시아 팬들의 ‘문화소비’ 안에 서양화되었지만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새로운 욕구가 생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아시아 팬덤 양상의 변화에 아시아 권역을 관통하는 새로운 매체환경과 일상환경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을 이끌고 있는 주체가 한류스타라는 점도 또 다른 특성이다.
이 교수는 한류의 미래에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홍콩의 예와, 아시아 문화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현지 문화 안으로 산화하는 일본(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예가 놓여 있다면서 일본의 길을 따르기 위해서는 ‘한류’ 담론보다는 한국의 문화, 한국적 문화에 대한 국제적 소통과 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문화나 엔터테인먼트 시장 안의 다양한 문화적 자원들을 아시아 등에 소개·소통하는 기회를 적극 마련하고 우리의 전통적 문화 예술 자원들을 매개로 글로벌 문화 안으로 가로질러가는 새로운 선택들도 시도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즉 한류의 미래는 동시대와 전통의 한국적 문화들을 세계인들과 함께 공감하는 과정 속에서 장기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02)961-0032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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