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언더 가수 정형근씨
20년 언더 가수 정형근씨 4집 ‘굿바이’…전 ‘한겨레’ 대표 고희범씨가 노랫말
정형근(52·사진)씨는 언더 가수다. 언더도 보통 언더가 아니다. 시인과 촌장의 가수 하덕규는 그를 일컬어 “우리가 지하 1층이면 형근이 형은 지하 5층”이라고 했고, 고 김현식은 “언더그라운드의 재야”라고 표현했다. 그래도 음악성 하나는 인정받았다. 전인권은 “그는 우리시대 최고의 음유시인이며 그의 음악을 듣고 보는 순간 첫 경험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정씨가 4집 앨범을 냈다. 가수 생활 29년 만에 4번째 음반이니, 엄청난 과작이다. “살아봐야 글이 나와요. 곡보다는 노랫말을 중시하거든요. 음반이 잘 안나오는 건 전적으로 노랫말 탓입니다.”
그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글을 싫어한다. 생텍쥐베리나 헤밍웨이, 칼릴 지브란처럼 삶과 글이 일치하는 작가들을 좋아한다. 이번 앨범의 제목도 생떽쥐베리의 작품을 따라 〈야간 비행〉이라고 지었고, 칼릴 지브란의 글에 곡을 붙인 노래를 두 개나 실었다.
타이틀곡 〈굿바이〉는 정씨의 오랜 벗이자 해직 언론인 출신인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이 써줬다. “어느 날 희범이 형이 ‘나 죽었을 때 노래 하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노랫말을 보내왔어요. 고난의 시절을 언론인으로서 살아온 분의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굿바이〉의 노랫말은 정말 유언처럼 들린다. “잠시 헤어질 남은 벗들아 지금은 날 위해 노랠 불러줘 아픈 기억일랑 지우고 사랑하는 모두여 안녕….”
정씨는 1979년 당시 포크 운동을 주도했던 김진성 기독교방송 피디의 발탁으로 데뷔했다. 생계는 간호사인 아내가 책임졌다. 그런데도 아내는 돈 벌어오라는 소리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밤무대 업소에 나가지 않는 것도 “음악성 버린다”고 아내가 말렸기 때문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곡을 만들고 부른다는 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에요. 돈 많은 사람도 이렇게 기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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