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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TORY1%%] 지난 20일 오후 7시 수원 인계동의 제1야외음악당. 가수와 관객이 한몸으로 덩실덩실 흐드러졌다. 기타와 드럼소리에, 이따금 징과 북소리까지 어울리며 동서양의 악기가 섞여 토해 내는 가락에 흠뻑 취했다. 그런데 가락과 노랫말이 예사롭지 않다. 이주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고, 통일과 인권, 생명의 존엄을 노래한다. 80년대로 세월을 훌쩍 되돌아 넘어 ‘불나비’도 터져나온다.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부르는 투쟁의 노래로만 여겨졌던 민중가요가 도심 한복판 문화예술제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경기지회(지회장 권한대행 최현수)가 87년 민주항쟁 20주년을 기려 ‘화려한 휴가, 그 못다한 노래’라는 제목으로 이날 민중가요 라이브 페스티벌을 열었다. 최현수 지회장 권한대행은 “6월 항쟁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역사적인 10·4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흥행을 계기 삼아, 우리 사회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노래해온 민중가요의 의미를 되새겨보려 했다”고 말했다. “민중가요는 잊혀진 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 공연은 그 동안 투쟁과 안티로만 ‘이미지화’한 민중가요의 껍질을 벗고, 일반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꾸미는 데 공을 들였다. 여기에 통일과 평화, 평등이라는 민중가요 본래의 맛과 빛깔을 티나지 않게 버무렸다. 특유의 힘을 빼니, 언뜻 보면 민중가요 공연이 아니라 동서양 음악이 만나는 퓨전 음악회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3부로 나눠 진행된 공연 들머리는 안산지역 예술인 모임인 ‘평화울림’이 ‘남누리 북누리’, ‘뱃노래’ 등을 부르며 국악과 클래식, 밴드가 어우러진 퓨전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서기상 밴드’, 윤미진, 박창근씨 등 민중가수들이 ‘죽지 않아 보내지 않아’, ‘나는 노래하는 노동자다’ ‘가을 편지’ 등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학생 노래패 출신들이 만든 ‘휘파람’과 통일노래 극단 ‘희망새’는 ‘통일 615’와 ‘민요메들리’를 부르며 남북정상회담 축하와 평화통일을 노래했다. 무대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순간 등장한 노동가요의 메카 ‘꽃다지’는 ‘이 길의 전부’ 등을 불러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연영석씨와 박준씨는 ‘코리안 드림’, ‘옆을 쳐다봐’ 등으로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고발했다.
공연에 참여한 꽃다지 이태수씨는 “민중가요란 잊혀진 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며 “작은 노래이지만 희망과 절망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민중가수와 관객들은 ‘광야에서’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함께 부르며 흥을 마무리했다. 수원/영상 박수진 피디 jjinpd@news.hani.co.kr 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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