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각전문 음반사 ‘리버맨뮤직’ 이재수씨
복각전문 음반사 ‘리버맨뮤직’ 이재수씨
나팔바지를 입은 장발의 사내 둘이 환하게 웃으며, 그것도 손을 잡고 달려온다. 최근 발매된 ‘4월과 5월’의 3집 복각음반 <베스트 4월과 5월>의 재킷 사진이다. 함께 나온 ‘따로 또 같이’ 2집 복각음반 <따로 또 같이 Ⅱ>의 재킷은 강인원과 나동민, 이주원, 우순실이 녹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진을 담고 있다.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의 음악적 세례를 받았던 ‘4월과 5월’은 ‘뽕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국 대중음악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작곡활동을 시작했던 기념비적인 포크 듀오다. ‘따로 또 같이’는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여는 주역”(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이라는 평가를 받는, 매우 선진적이었던 프로젝트 그룹이다.
기획서 유통까지 ‘나홀로’ 동분서주
‘마그마’ ‘4월과5월’ 등 앨범 복원
“이젠 지구촌 희귀 음원 찾아다녀”
두 음반을 만든 이는 복각전문 음반사 ‘리버맨뮤직’의 이재수(39)씨. 리버맨뮤직은 이씨가 기획과 제작, 유통을 도맡아하는 ‘나홀로 음반사’다. 2004년 그룹 ‘마그마’의 처음이자 마지막 음반(그 유명한 ‘해야’가 실린)을 시작으로 복각음반 업계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사철메뚜기(로커스트), 맷돌(김민기, 송창식, 서유석, 4월과 5월 등 참여), 서유석, 오세은 등의 음반을 복각해냈다. 포크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두수의 3집 <보헤미안>을 복각하려고 대관령에 숨어지내던 김두수를 찾아갔다가, 복각음반 대신 4집 <자유혼>을 신보로 발매하기도 했다.
복각음반이란 음원과 재킷을 총체적으로 복원해 과거의 음반을 오늘에 되살리는 작업을 말한다. 음원 권리자를 찾아 계약을 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음원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그는 “대개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가 없는 경우가 많고, 희귀음반이기 때문에 엘피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스터 테이프가 없을 때는 엘피의 음원을 바탕으로 시디를 만든다. 재킷 사진도 대부분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 엘피 재킷을 스캔받아 보정작업을 거친다. 적게는 500장에서 많게는 1000장 가량 찍는데 거의 모두 팔린다.
이씨는 “첫 복각음반이었던 마그마의 경우 한 신문사 기자에게서 ‘어떤 음반사 지하창고에 마스터 테이프가 있더라’는 말을 들은 게 시작이었다”며 “희귀성과 음악성, 상업성이라는 3박자가 고루 맞아야 복각음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마그마의 엘피는 장당 30만원을 호가할 정도의 희귀음반이며, <맷돌>은 음반 상태에 따라 30만~50만원, 사철메뚜기는 10만~15만원을 호가한다.
요즘 그는 미국에서 1960~70년대에 크게 유행했던 ‘자비제작 음반’을 찾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혼자 기타 치고 녹음해서 100~200장 정도 만들어 주변에 나눠준 경우”가 많은데, 이 가운데 “지금도 감동을 주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음반을 찾아내는 것이다.
출발점은 주로 미국의 블로그나 커뮤니티사이트에 올라온 음원이다. 역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을 찾는 일이다. 탐이나 제인 같은 흔한 이름이면 더욱 찾기 어렵다. 같은 이름을 가진 100여명의 이메일을 수집한 다음, 이들 모두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친구찾기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음반 작업에 참여했던 반주자에게 연락이 닿거나, 친구의 친구를 통해 가수를 찾기도 한다. 그는 “그냥 몇장 만들어서 동네에 나눠주고 만 건데, 지구 반대쪽의 조그만 나라에서 자기 판을 찾는다는 걸 신기해한다”며 “미국에는 이런 자비음반이 수만장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외국 음반만 20장 가량 복각하고, 다음달에는 ‘4월과 5월’ 2집을 낼 계획이다. 인디레이블을 주로 취급하는 향뮤직(hyangmusic.com)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마그마’ ‘4월과5월’ 등 앨범 복원
“이젠 지구촌 희귀 음원 찾아다녀”
<따로 또 같이 Ⅱ> / <베스트 4월과 5월>
출발점은 주로 미국의 블로그나 커뮤니티사이트에 올라온 음원이다. 역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을 찾는 일이다. 탐이나 제인 같은 흔한 이름이면 더욱 찾기 어렵다. 같은 이름을 가진 100여명의 이메일을 수집한 다음, 이들 모두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친구찾기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음반 작업에 참여했던 반주자에게 연락이 닿거나, 친구의 친구를 통해 가수를 찾기도 한다. 그는 “그냥 몇장 만들어서 동네에 나눠주고 만 건데, 지구 반대쪽의 조그만 나라에서 자기 판을 찾는다는 걸 신기해한다”며 “미국에는 이런 자비음반이 수만장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외국 음반만 20장 가량 복각하고, 다음달에는 ‘4월과 5월’ 2집을 낼 계획이다. 인디레이블을 주로 취급하는 향뮤직(hyangmusic.com)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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